다들 주말 잘 보내고 있니?!
오늘 학교에 공사가 있어서 어김없이 새벽부터 출근해서
공사 잘 이뤄지는지 관리 감독하고 미진한 업무 마무리하고 있던 중이였어.
근데 오전 10시 30분이었나??
주말에는 진짜 웬만하면 전화가 안 오는데 전화가 오더라고.
당연히 오는 전화 안 받으면 안 되니 받았더니만
다짜고짜 선생님하고 전화하기가 왜 이렇게 힘드녜.
아래부터 생각나는대로 대화로 각색해봄.
학생어머님: 왜 이렇게 선생님하고 전화가 안 되는 거예요??? (매우 격앙된 어투)
나: 어머님? 무슨 일이신가요~?
학생어머님: 아니, 코로나도 그렇고 학생한테 '큰일'이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전화 재깍재깍 받아야 되는 거 아니에요??
나: (이때부터 나도 약간 슬슬 빡치기 시작) 아니 어머님, 오늘 주말이고 학교 근무시간도 아닌데
전화는 어떻게 하셨을까요~? (빡쳤지만, 그래도 나름 친절한 어투는 유지함..)
학생어머님: 아니 그러면 전화가 안 되니 학교로 전화했지, 그럼 어디다 전화를 해욧!!!!!
원래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한테 전화하려다가 학교로 했어.(이때부터 갑자기 말을 놓으심;;)
나: 어머님~~!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한테 전화하셔도 결국엔 어머님이 담임선생님하고 말씀하셔야 되는 거라
시간만 더 걸리실 거예요~!
(이런 학부모들 특징이, 교감,교장, 교육청에 전화하는 게 최고의 협박이라 생각함...흠...;;)
전하실 말씀 있으시면 제가 그 담임선생님한테 메시지 남기고 전화해보고, 교무부장님께도 따로 말씀해놓을게요~!
학생어머님: 아니~~!! 그 선생님이 전화를 안 받는다니까요!!!! 이건 선생의 자질 문제 아니야???!!!!!!!!!
나: 어머님 안 받는 게 아니라 사정이 있어서 못 받으시는 걸 수도 있지요. 아무튼 전하실 내용이 어떻게 되세요?
학생어머님: 아니 시국이 시국인데 학생 문제로 전화하면 재깍재깍 전화를 받아야지. 아무튼 선생님하고 전화가 안 된다고!!! (다시 원점으로...)
나: 담임 선생님 이름하고 학생 이름하고 내용 알려주세요~!
학생어머님: *** 선생님이고 학생은 ###이요. (간신히 받아냄;;;)
나: 전하실 내용은요?
학생어머님: 그건 학생 관련된 내용이니 제가 선생님하고 얘기할 내용이고요. 근데 전화 연결이 안 된다고요.
도대체 연결이 왜 안 되는 거야?????
나: 연결이 안 되냐고 재차 물어보셔도 제가 대답을 드릴 수 있는 질문이 아닐 거 같아요~!
학생어머님: (멋쩍은 듯 웃으면서) 그건 그렇네..ㅎㅎ.. 아니 어쨌든 전화 연결 안 되고 담임 자질 어쩌구 저쩌구(레퍼토리 무한 반복)
나: 네~! 저도 담임선생님께 연락하고 안 되면 교무부장님께도 전달 하겠습니다~!
(이렇게 하고 전화 끊음...)
전화하고나니 진짜 짜증이 확 밀려오더라고.
그 사람이 나한테 쏟아내는 막말이나 분노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기보다는,
담임선생님에 대한 일말의 존중없이 막말을 쏟아내는 게 진짜 짜증나고 화가 나더라.
실제로 이 분, 학교에서 일도 정말 많이 하셔서 야근이나 주말 근무도 많이 하시고,
성격도 되게 유쾌하시고 애들한테도 되게 사근사근하게 잘 하는 타입이고.
결국엔, 거의 나랑 주말 근무의 쌍벽을 이루는 교무부장님이 마침 출근하셔서 이 내용 전달드리고,
마침내 교무부장님하고 그 담임선생님하고 전화 연결이 됐어.
나는 학생이 코로나 확진이라도 된 줄 알고 그렇게 화내시나 했어.
진짜 그렇다면 개인정보상 나한테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사실이고,
어느 정도 화가 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거든.
그런데 웬걸.
지난 주에 고열이라 코로나 의심으로 검사받았는데 '음성'나왔고,
그 결과는 학생, 학부모, 담임선생님 모두 공유된 결과였대.
대신, 지침에 의거해서 그 담임선생님은
'학생이 일정 체온 이상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등교를 자제해야 한다'고
학생 아버님께 상세하게 설명 드렸대.
근데 앞뒤 다 자르고 그 아버님은 '애 학교 나오지 말래~!' 이래버리고
그 엄마는 '우리 애는 가벼운 미열인데 선생님이 뭐라고 왜 우리 애를 나오지 말라'고 그러느냐 그랬다는 거야.
그리고 주말이더라도 학생 문제로 전화하면 재깍재깍 전화를 받아야 되는데 안 받아서 화가 난 상황이고...;;;;
전화 안 받은 것 때문에도 화가 났던지 왜 안 받냐고 또 물어봤다나봐.
그래서 일이 많아서 늦게까지 하느라 주말에 좀 늦잠을 잤습니다...^^;; 이렇게 답변 드렸더니,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일 많이 함)
'밤새 술 드신 거 아니에요?? 호호호...' 이 ㅈㄹ 아휴....
교무부장님은 담담하게 이 얘기 나한테 전달하는데
나는 속에서 열불 천불이 나더라고.
오히려 교무부장님은 이건 그나마 '순한맛'이라고
여기 학교 학부모님들은 그래도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고 해서 (네...?? 어디가... 도대체...)
이렇게 대답을 해서,
선생님이란 직업도 보여지는 게 다가 아니구나 싶었어.
특히 업무시간과 개인시간의 경계가 너무 모호하다고 해야 하나...?
주말에 오는 학부모들 전화까지 다 받아주면서 감정노동해야하고...쩝...
학교란 곳이
교원도 있고, 교육행정도 있고, 다양한 직종의 교육공무직도 있지만
참 이렇게 겪어보지 않으면 다른 직종의 애로사항을 다 공감하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
직종은 달라도 결국엔 다같이 학교를 꾸려나가는 교직원이고 구성원이니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것이 최선인 거 같아.
암튼, 일선에서 고생하는 학교 근무자들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면서
톨들 주말 마무리 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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