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빙판으로 보니까 뿌얬던 안경에 서린 김을 닦아내고 보는 것처럼 모든 게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야
일단 자막 없이 화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으니까 와, 영미권 사람들은 이 좋은 걸 누리고 사는구나 싶었어
그리고 모국어로 대사 연기+노래를 들으니까 감정이 바로바로 와닿고,
웡카 역 맡은 가수분 음색이 소년 같고 청량하고 발성이 시원시원하고 노래의 기승전결을 잘 살려서 불러서 노래에서 전하려는 감정이 더 절절하게 느껴졌어
심규혁님은 알라딘보다 웡카 역에서 목소리를 더 가늘게 내는데 그게 티모시 샬라메랑 잘 어울렸고 소년미가 났어
더빙판에서 누들 역 맡은 배우는 전문 성우가 아니라 청소년 배우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아역 성우 특유의 겉도는 느낌 없이 심규혁님이랑 연기 합이 좋았어
원판에서 누들 역 배우 연기가 아쉬웠는데, 더빙판으로 보니 웡카랑 누들 연기 합이랑 케미가 더 좋아 보이더라
이장원님 서장은 이장원님이 전공 수준으로 잘하는 캐릭터라 역시나 믿고 듣고
초콜릿 대기업 사장 셋을 맡은 변영희님, 위훈님, 홍진욱님은
제일 악랄한데 신사인 척하는 놈, 잘생겼는데 재수 없는 놈, 어리버리한데 귀여운 놈
이렇게 각자의 개성을 잘 살렸고
송용태 배우 애비커스는 세탁소에서 제일 침착한 어르신답게 든든했음
정유정님 남 눈치 안 보고 야무진 배관공 역에, 이재현님 수줍음 많은 듯하면서도 수다스러운 교환원 역에 잘 어울리셨고
송준석님은 잘생긴 목소리로 헐렁하고 썰렁한 코미디언 지망생 역 맡으니 그 갭이 색다른 느낌이었어
이정열 배우는 나한테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클로팽으로 기억에 남아서 휴 그랜트랑 어울릴까 했는데,
휴 그랜트 특유의 능글맞음과 우아함이랑 잘 어울리게 연기해서 감탄했어
스크러빗 부인은 올리비아 콜먼이랑 손정아님 조합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서 처음에 낯가렸고
줄리어스 신부는 로완 앳킨슨이랑 배한성님 조합이 워낙 레전드였는데
전숙경님이랑 유해무님이 베테랑답게 잘 소화해 주셨고
시영준님 블리처는 배우 특유의 무시무시하면서도 귀여운 느낌을 잘 살리셨음
전숙경님이랑 케미 좋았고 나름대로 귀여운 커플이었어
웡카 엄마 역 배정미님은 목소리만 들어도 반갑고 눈물 나고,
서문석님은 삼국지 장비 역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성실하고 정직하고 반듯한 경관 역도 잘하시더라
자막판으로 영화 봤을 때도 재밌었지만
더빙판으로 보면서 모든 감정과 색채들이 더 선명하게 느껴져서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