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와서 처음 3개월은 한인잡을 했어
한식당에서 일했는데 정말 힘들었음..
나도 적지않은 나이에 워홀와서 회사생활 대학생땐 고깃집 식당알바 해본 사람이었지만
거기에서 2년일한 남자애 갑질에 너무 마음고생 했었다...
처음에 구직활동이나 그런거 감이 잘 안왔고 호주 적응기 + 오자마자 세컨 써드비자 따려고 공장에 지원중 이었어서
3개월 후에야 공장에서 오라고 연락을 줘서 시드니에서 시골로 지역이동을 했음.
처음 두달은 패킹을 했었는데
여기에 한국인이 나 뿐인지라 대만+필리핀+베트남+사모아+피지 등등
난 영어를 쓸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적응이 쉽지않았고
패킹을 하면서 손톱이 세개 빠졌었다;;;
그러다가 공장에 QA가 한명 그만뒀다는 얘길 듣고
혹시나 나도 할수있을까 오피스에 찾아가서 물어봤는데
내가 다른 아시아권 워커들중에서 그나마 영어를 할줄안다는 점과
슈퍼바이저들의 내 평가등등을 체크한 뒤
오피스에서도 오케이해줬고 그 후에 큐에이가 되었어.
공장에는 축사, 태아 소 피뽑는방, 킬플로어(도축과 가죽내장제거 등등), 오팔룸(소 장기손질 포장), 보닝룸(소에서 고기를 떼내고 그 고기를 상품으로 만들고 포장), 로드아웃(포장된고기를 보관하는 냉동창고와 나중에 트럭에 싣는곳)등등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보닝룸과 로드아웃에서 일하다가
나중에는 킬플로어, 축사, 태아소방, 오팔룸 등등 좀 더 위험하고 어려운 방으로 이동했어.
+) 태아 소 피는 굉장히 비싸게 팔리는 제품.
태아 소 피에서 혈청을 분리해서 이걸 연구분야에서 사용한다고 알고있어.
그래서 소를 잡아서 내장을 꺼내면 자궁은 따로 저 방으로 보냄.
하지만 엥간한 비위로는 힘든 작업이라....
다 큰 남자도 저기 보내면 5분만에 올라와서 제발 방 바꿔달라고 하던...
큐에이를 하면서 장점은
영어를 많이 써야해서 영어가 늘 수 있는 환경(매니저 슈퍼바이저들이 호주 오지들이라 계속 소통해야하고 폼작성도 끊임없이 해야함 + 무전기 소통)
공장에서 계속 트레이닝을 지원하기때문에 공짜로 고기에 관련된 써티를 딸수있고(사실 이쪽경력 쭉 살릴거 아니면 크게 필요는 없을지도)
아무래도 육체노동은 덜하다(하지만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체크해야해서 하루에 18000보씩 매일 걷게됨)
그리고 당시 큐에이 인원이 많지않아서 오버타임을 많이 하게됨. 그래서 주말에도 오버타임을 많이 한 주에는 그 주에 200만원 넘게 버는것도 가능.
물론 내 여가시간따위 가질 틈이 없음ㅋㅋㅋ;;;;
단점이 치명적인데
일하는 방에 따라서 위험도가 증가(소가 체인에서 떨어지는 경우, 소 반쪽 무게가 200키로가 넘을때도 있음. 거기에 맞으면 최소 골절...)
징그러운거 맨날 봐야함(소가 죽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체크해야해서 매일 소가 죽는거를 봐야하고 태아 소 방은 여름에 양수썩은내가 남)
사실 나는 징그러운거 잘 보고 겁이 별로 없는편이라 위의 사항들은 ㄱㅊ
하지만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음..
우선 이 공장이 어느순간부터 생산량을 확 늘리기시작했고 (기존에 하루 380마리정도 잡다가 500마리까지 늘림)
워커들이 속도에 맞추려다보니 메뉴얼대로 일을 안함.
그래서 고기에 소똥이 묻어오거나 소의 토사물이 묻어오는데
이건 Zero Tolerance 라고 가장 용납하지 않는 사항임.
그래서 나는 공장 생산체인을 멈춰야했고 슈퍼바이저가 직접 와서 그 더러운것들을 확인시키며
매니지먼트팀에도 보고를 해야했음(그게 공장 프로세스 메뉴얼)
그러나 생산팀 매니지먼트는 내가 체인을 멈추는걸 굉장히 싫어했고
나한테 까칠하게 대하거나 신경질도 냄
그리고 슈퍼바이저는 이런 문제에대해 대처를 못하거나 안할때가 많음.
그렇다고 못본척하고 넘기면 나중에 내 책임으로 돌아오고
큐에이팀 매니저가 그걸 싫어함ㅋㅋㅋㅋ
그리고 워커가 메뉴얼에 맞지않는 행동을 할 경우
내가 그 자리에서 말리거나 주의를 줘야하는데
아무래도 걔네는 칼쓰는애들이라
걔네가 성질내면 좀 쫄리긴하다ㅋㅋㅋㅋㅋ
그리고 안전도 내가 체크해야하는데
워커들이 메뉴얼대로 일 안하다가
손가락이 잘리거나.. 손목뼈가 부러진다던가..
그런 경우도 있었고
공장 안에 소가 탈출해서
소가 날뛰어서 다들 공장 밖으로 피신하는 경우도 가끔 일어난다ㅋㅋㅋㅋ
거기다 공장에는 정부에서 파견한 수의사들이 항상 있는데
만약 그 사람들이 워커들 메뉴얼대로 일 안하는거 발견하면 나에게 항의함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여기는 할랄고기 공장인데
만약 소가 인도적으로 죽은것같지 않으면 수의사들이 우리 공장에
제재를 가할수도 있고
그 사람들이 공장을 폐쇄하는것도 가능해
항상 매일매일 해야하는 데일리 업무를 하면서
계속 소똥이 묻어서오는지, 어느 워커가 어떻게해서 묻히는지 등등을 체크하고
슈퍼바이저에게 보고함.
슈퍼바이저는 어떨땐 협조적 어떨땐 비협조적.. 그래도 밖에선 친하게 지냄ㅋㅋㅋㅋ
중간에 껴서 양쪽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어느날 공장에서 나를 큐에이팀 슈퍼바이저로 만들고싶다는 제안을 했고
워킹비자를 줄테니 여기서 일하고 영주권을 따라고 함.
팀원들도 내가 슈퍼바이저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상황이지만 여기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고
일은 재미있었으나 사람스트레스가 심했음..
그래서 결국 그만두고 다른 일 찾아보게 됨.
솔직히 저기서 일할때 행복하기도 했고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랑 살고 어울리며 주말마다 파티도 가고
대만음식이 굉장히 맛있다는걸 깨닫게됨 (별 다섯개)
그리고 가장 큰 발견은
내가 한국에서 개발자였어서 오피스 사무직만 해보다가 이런일도 해보니
현장직도 제법 나한테 잘맞다라는걸 깨닫게됨!!!!
일은 힘들었고 스트레스받았지만
그만큼 돈도 많이 받았고 새로운 나를 알게되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혹시 여기에 워홀 온 토리중 육가공공장에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