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하!
5.18을 맞아서 얼마전에 갔던 광주여행 기억을 같이 나누고싶어.
역사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광주에 대해서는 굉장히 막연했던 것 같아.
민주주의와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날의 광주에 죄의식과 감사를 갖고 있지만 어쩌면 그게 다였던...
광주도 사실 덕질대상 고향이라 아무 생각없이 덕질 투어로 결정했었음..ㅇㅇ....
그 와중에 광주여행 이거저거 정보를 알아보다가 광주 버스투어를 우연히 보게 됐어.
100년버스투어라고, 일제강점기부터 광주 민주항쟁까지 광주 100년의 역사를 둘러보는 시티투어 버스가 있다네?
배우가 투어 진행자로, 같이 시간여행을 하면서 연기하는 테마 버스라자나여?
여기서 오 이 투어 꼭 해봐야지! 했는데 예약처를 찾아보니까 한시적으로 운영했던거라 당장 예약이 안됨...
갠차나여... 토리는 일단 꽂히면 해야 됨... 투어 할거야...기다릴거야..
4월 말부터 재개된다고 해서, 같이 가기로 한 친구랑 날짜를 맞추다보니 어쩌다 5월에 신청하게 됨.
신청하려고 보니까 작년에는 토, 일 똑같은 투어인것 같더니 올해 재개한 투어는 토/일이 투어 내용이 다른거야.
토요일은 그대로 100년 투어,
일요일은 오월광주 투어라고 5.18에 초점을 맞춘 테마여행이라길래 일단 다르면 해야한다 하고 신청함.
투어 신청비는 1인 1만원이고 투어시간은 대충 2시간에서 2시간 반 정도. 오전투어 오후투어, 하루에 각 2회야.
토요일은 시간여행자 버스 안내양 나비와 함께 1930년대 광주로 돌아간다!
일제강점기의 광주부터 시작해서,
철없는 모던보이로 보였던 폴과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품게 되지만
시대의 격동에 침묵할 수 없는 폴은 독립운동을 하러 멀리 중국으로 떠나.
그리고 둘은 다시 만날 수 없었어.
그렇게 시간이 멈춘것 같은 펭귄 마을도 보고 여러 시간을 같이 여행하고 근대로 넘어온 나비는
다시 기적처럼 폴을 만나게 돼.
5월 민주항쟁 투사로....
때는 5월 17일
아무리 나비가 말리고 붙잡아도, 폴은 다시 시대의 부름에 응하게 되겠지....
둘의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는 토리들이 투어로 확인해봤으면 좋겠어!
내가 정신이 팔려서 사진을 많이 안찍었는데, 사이사이 둘의 케미돋는 꽁트연기에다가 관객참여형 이벤트들도 있거든.
내용이 무거워지기 전에는 깨알같은 개그포인트들이 많아! 그리고 연기가 찰졐ㅋㅋㅋㅋㅋㅋ
중간중간 노래도 불러서, 야외 뮤지컬 보는 기분이었어.
일요일 투어는 5.18 투어야.
새로 만들어진 투어인 만큼 기존의 100년 투어보다 좀 더 짜임새 있어 보였어. 배우들도 더 많이 나오고!
주인공은 뽀대나게 대학가요제 가수가 되고 싶은 철없는 K.
근데 대학교를 안다님. 망함ㅎ..
글서 대학은 못갔어도 일단 공부란걸 해보자고 야학에 찾아옴.
더워 디져불것지만 멋쟁이는 청카바를 포기할 수 없음 ㅇㅇ
공부는 공분디 당신을 공부하고 싶은디요ㅎ
배움도 좋지만 피끓는 청춘들이 모였는데 연애걸수도 있져 뭐
오자마자 영어를 가르치는 야학 선생님한테 뿅 반해벌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현실로 벌어지는 광주.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가고, 광주 시민들은 무장하며 서로를 지키려고 해.
뒤는 국군병원인데, 시민들을 치료 명목으로 데려와놓고 방치하거나 취조하고, 다친 시민들을 제대로 치료하는 의사들은 처벌당했다고 해.
그래서 의사들은 꾀를 내어서 시민들의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것처럼,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것처럼 꾸며서 보고서를 올리곤 했대.
아무것도 모르는 소시민 K는 민주주의고 뭐고 잘 모르고 관심도 크게 없지만
좋아하는 야학 선생님이 위험하게 투쟁하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어서, 본인도 뛰어들기로 결심했어.
여러 인물들의 감정선과 시간을 따라가면서
우리가 알고있는 그 시점으로 점점 나아가고
역사는 멈추지 않고 계속 이렇게 흘러.
당시 광주 인구가 80만명이었는데, 발사된 총탄은 약 51만발이었대.
광주광장 옆에 있는 체육관은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시체들이 안치되었던 장소인데
제발 여기에는 내 가족이 없기를, 아니. 차라리 여기에라도 있기를 바라면서 직접 하나하나 얼굴을 확인하며 통곡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고 해..
광주 광장에서는 매일 5시 18분이 되면, 아직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진다고 한다.
토요투어 일요투어 둘 다 신청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어.
타지에서 온 친구들을 위해서 투어 신청하신 광주 어르신 한 분이,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 이런걸 알고 왔냐고
이렇게 와서 알려고 노력해줘서 광주시민으로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시는데, 사실 많이 면구하고 부끄럽더라.
그래서 더 이런 후기를 찌는 것도 있지만.. ㅠㅠ
투어 내용 자체도 알차고 재밌구 여러 명소를 배우들 연기로 실감나게 보니까 광주 곳곳이 더 새롭게 보였어!!
나는 바위섬이 광주를 모티브로 한 노래인줄도 몰랐었음... 역시 사람은 배워야해요......
광주 국립아시아 문화의 전당이 야간 조명이 너무 예뻐서, 거기 정말 너무 예뻤는데 소등했을까요? 아쉽네요 한 마디에
막히지 않는 시간이니까 그쪽으로 가주시겠다고 가면서 살펴보라고 방향 틀어서 가시면서도 요금 덜받으신 기사님도 있었구
너무 친절하게 여기서 어디로 가는게 더 편하다, 빠르다 묻지 않아도 알려주시려고 애쓰는 분들도 많았고..
버스투어를 목적으로 다녀온 짧은 1박2일이었지만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은 도시야.
먹거리도 맛있었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1박2일인게 아쉬울 정도로 ㅠㅠ
사람들이 더 많이 가서, 잊히지 않고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후기 쪄왔어. 사실 투어 내내 사람이 많지는 않았거든.
보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좀더 오래 볼 수 있으면 좋겠는 심정으로 찌는 영업글이 맞아여...
나는 아마 올해 투어시즌이 끝나기 전에 한 번은 더 보러 갈듯ㅠㅠ
민주주의를 누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게 모르게 광주에 빚을 지고 있다는 말이 되게 막연했는데
그 어렴풋한 실체와 무게를 조금이나마 더 선명하게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
마무리로는 저세상 스릴을 자랑하는 무등산 모노레일과
무등산 팔각정에서 본 아름다운 5월의 빛고을 광주전경 놓고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