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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금요일
어느덧 여행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짐은 간밤에 대충 정리해뒀기에 금방 준비하고 9시 30분 쯤 체크아웃을 했다.
어제 나를 고생시킨 치렝스와는 숙소에서 헤어졌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아침 먹으러 아바이 마을 가는 길. 그림자가 귀엽다.
아바이마을 신다신의 가리국밥
네이버에는 오전 10시 오픈으로 되어있어서 다른 곳에 가려고 했는데 10시 전에도 주문이 가능했다.
식당 TV에서 ㅂ유천의 기자회견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찐톨 대학동기 중 카시오페아가 많았어서 옛날 생각이 좀 났다.
걔네는 그룹이 2+3으로 쪼개질 때 탈덕했는데 당시에 찐톨이 같이 술먹어줬다.
이 가리국밥이 좀 특이하다. 엄청 맛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끊임없이 들어가는 맛이었다.
먹다보니 속과 등이 후끈해졌고 이럴 줄 알았으면 간밤에 막걸리를 다 마셨어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운이 나는 한 끼였다.
물품보관함에 짐을 넣으러 고속버스터미널까지 슬슬 걷기로 한다.
설악대교 아래를 지나는 배들이 재밌어서 잠시 구경했다.
사진 우측 아래 안보이는 곳에 그랜드라는 카페가 있는데 위치가 2층에서 배 다니는 거 구경하기 좋을 것 같아 보였다.
입구에 화초들을 아주 예쁘게 키워두신 게 보기 좋아서 사진 한 컷
나는 식물 키우는 재주가 없어서 이렇게 잘 가꾸어진 화단이나 식물을 보면 가꾼이에 대한 존경심이 든다.
옥이네 밥상 여기도 서치할 때 봤던 곳이다.
반찬이 아주 정갈해 보여서 다음에 가족들과 오면 한 번 가보고 싶다.
밥 먹으니 기운이 생겨서 자꾸 딴길로 샜다.
고속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에 짐을 넣어두었다(1000원=500원x2)
캐리어는 안 들어가는 사이즈.
시외버스터미널엔 캐리어도 들어갈 사이즈의 물품보관함이 있지만 함 숫자가 적다.
보통 숙소에 짐을 맡기긴 해도 터미널에 캐리어 보관장소는 있어야 먼 곳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이용하기 좋지 않을까?
생각보다 거리며 관광지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보였는데
뭐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고...짐을 두고 가뿐하게 낙산사 가는 버스를 탔다.
다행히 낙산에 서는 버스노선(9번, 9-1번 등)는 운행을 했다!
사진은 버스정거장에 있던 안내문으로 속초시내에서 설악산국립공원(케이블카 있는 그동네) 가는 버스는 시에서 저렇게 운행을 하고 있다. 찐톨도 원래 오색이 아니라 저길 가려고 했는데 파업노선이라 불안해서 오색을 알아본 거였고 결과적으론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낙산사 도착
부처님 오신 날이 곧이라 연등이 쫙 깔렸다.
오늘도 날씨가 좋다.
낙산사는 이번이 세~네 번째 방문이었다.
목적은 딱 두 개
무료공양국수 먹기와 다래헌에서 호박식혜 마시기
인데 아침을 좀 늦게 먹어서 국수는 패스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가 입장료를 보고 되도록 먹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오랜만에 뵙는 해수관음상
단청이 넘넘 예쁘다.
연등이 깔려있어 경내가 더욱 아름다웠다.
국수공양실 발견!
매주 월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1시 30분~ 오후 1시 사이에 국수를 먹을 수 있다.
예전에 식구들하고 왔을 때 먹은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들렀다.
평일이라 그런지 매우 한적해서 좋은 자리에서 편하게 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양은 딱 허기를 면할 정도고 고명은 김치 뿐이지만 맛있다.
설거지는 셀프
낙산사 경내에 있는 다래헌이라는 찻집 겸 기념품판매소이다.
여기서 음료를 주문하면 저 너머에 있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데 뷰-가 아주 그만이다.
살얼음 동동한 호박식혜를 주문했다.
공짜밥 먹고 후식은 7,000원짜리 주문하는 찐톨 멋있다.
퀴즈. 참새를 찾아보세요.
처음엔 그늘 쪽에 앉았다가 추워져서 테이블 반대편으로 옮겨 앉았다.
야외에서 따끈하게 데워진 의자에 앉아 등으로 볕을 받으며 파도소리와 함께 시원한 호박식혜를 먹고 있자니 극락정토가 아니라 속세에 대한 미련만 커지는 것 같았다. 불경하다 불경해.
동해바다 뷰-를 보며 해병대에 지원한 샤민호를 떠올린다.
샤이니 팬은 아니지만 언제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인천의 얼굴 샤민호의 무사제대를 기원해 보았다.
낙산사 구경을 끝내고 버스로 외옹치항으로 향했다.
외옹치항 근처에는 버스정거장이 없고 대포고개 정거장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 이 가는 길이 아주 좋았는데 철쭉이 인도의 절반을 길막하며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길막 짜증나지만 예뻐서 봐줬다.
마침 딱 그늘도 졌고 걷기에 즐거운 길이었다.
외옹치항에 있는 롯데리조트 속초
룸에서 보이는 뷰-가 아주 좋다고 한다. 외옹치 바다향기로와도 이어져 있고.
차가 있으면 여기서 묵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외옹치해변 바다향기로 입구와 출입시간 안내문
외옹치항 쪽에서 출발하여 외옹치해수욕장 쪽으로 나가게 된다. 반대로도 가능
나무데크를 깔아놔서 찬찬히 구경하고 사진 찍으며 걷기 좋았다.
물도 맑고 파도도 좋고 중간중간 벤치가 있어 앉아 쉴 수 있다.
외옹치해수욕장으로 나와 정자에서 잠시 쉬었다.
여기서 찐톨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다음목적지인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카페까지 20분을 걷느냐 vs 콜택시를 부르느냐
이미 걸은 거리가 좀 되어서 잠시 고민했지만 찐톨은 원래 체력이 후져도 걷는 건 좋아하는 사람이라 전자를 선택한다.
이후 닥칠 고난의 시간을 짐작도 하지 못한 채
20분 걸어서 도착한 카페는
영업을 안했다.
ㅇ<-<
심호흡 하고...그럴 수도 있지.
찐톨은 오늘 낙산사 다녀온 사람이다 이정도 시련은 낙산사의 기운으로 이겨낸다.
마침 출출하니 카페보다는 밥을 먹기로 한다. 사실 국수는 간식이었다.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진미막국수집으로 향했다.
지나다니는 택시도 많건만 오기인지 객기인지가 생겨서 또 걷는다.
오후 3시~ 4시 30분까지 재료준비 시간입니다.
아 나 ㅆ...
네이버에 이런 정보는 없었다구ㅠㅠ ㅎㅏ...
봐뒀던 또다른 카페를 향해 걸었다. 15분
진미막국수 지근거리에 괜찮은 카페가 있으면 거길 들어갔을 텐데 마음에 차는 곳이 없어 꼬이는 동선을 감안해야 했다.
왜 택시를 안 탔을까? 내 생각엔 이때 약간 정상적인 사고가 안 된 것 같다.
카네이션으로 꾸민 화단은 드물어서 시선이 갔다. 봄이라 벌들도 바쁘다.
청초호수공원 근처 카페 제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 이런 걸까
더치아이스와 마카롱을 주문했다.
더치는 산미가 강한 편이어서 더위와 피곤에 찌든 몸에 반가웠고 마카롱은 겉보기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맛은 좋았다.
2층에 손님이 없어서 소파에 늘어져 편하게 쉬었다. 카페인과 단음식을 섭취하니 정신이 들었다.
여기 카페는 천연비누, 에센스 등 각종 아로마 관련 물품판매와 클래스도 겸하고 있었다.
관심있는 토리는 지나가다 들러도 좋을 듯. 청초수물회 도보 5분 거리.
남은 마카롱 하나는 포장, 남은 커피는 마이보틀에 담아 다시 진미막국수로 향했다.
이렇게 고생해서 왔는데 맛없으면 울어버릴 거야 찐톨은 지금 아주 갬성적인 사람이라구
근데 맛있었다. 허 참.
처음엔 비빔으로 먹다가 중간에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었는데 둘 다 맛있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가게를 퍼다가 우리동네에 심고 싶다.
맛있는 밥을 먹으니 금방 또 해피해진다.
사람이 좀 비싸게 굴어야 하는데 난 너무 단순한 것 같다.
수요일 정기휴일인 것도 네이버에 안 나와 있었다. 크왕
배가 부르니 씩씩하고 Chic Chic하게 마지막 목적지인 청초호 호수공원으로 향한다.
아무도 안해보겠지만 오늘 찐톨의 동선을 지도에 체크해보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망충한 동선이었는지 알 수 있다.
진미막국수 브레이크 타임만 아니었어도...부들부들
공원 입구 쪽에 가수들의 손도장이 찍혀있었다.
이소라님의 손도장은 마침 얼마 전 유툽에서 봤던 '제발'을 떠올리게 했고...이후에 또 다른 비극을 낳게 된다.
넘우...옙뻐.....
찐톨은 꽃과 물이 같이 있는 그런 갬성...좋아한다...막 갬성 충전되는 소리가 들린다.
공원이 그냥 공원일 거라 생각해서 올까말까 고민했는데 안왔으면 후회할 뻔.
설악산과 속초시내, 청초호, 설악대교와 그 너머 동해바다, 잘 관리된 꽃과 나무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여유시간이 좀 더 있으면 좋았을 걸ㅠㅠ
오기 부리다가 길에서 보낸 시간이 좀 아까워지는 순간이었다.
공원에는 엑스포타워라는 전망대도 있다.
공원 자체를 즐기는 것도 좋았지만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도 분명히 멋있을 거란 확신이 들어 올라갔다.
입장료는 성인 2,500원. BC카드와 신한카드는 현재 사용불가
유후♡
입장료 값은 충분히 하는 전망이었다.
기다렸다가 일몰을 보면 좋을텐데 다가오는 버스시간이 야속하다.
전망대에는 카페청초 라는 카페가 있고 아마 음료를 주문하면 저 테이블과 의자를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꼭 여기서 차를 마시며 일몰을 보고 싶다.
갬성충만
돌아서는 기분이 마치 놀이공원에서 집 갈 때 같은 느낌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나오는데
뭔가 허전하다.
놀이공원 기념품을 빼먹었네
만석반도체 본점은 호수공원 근처에 있다.
순살보통맛으로 야물딱지게 포장해서 들고 나왔다. 이제야 마음이 충만하다.
만석닭강정은 택배도 하지만 좀 더 갓만든 닭강정이 땡긴다면 팝업스토어를 방문해도 좋겠다.
심신이 충만한 상태로 고속버스터미널을 향해 걸었다.
마음은 행복하고 거리엔 사람이 없으니 쌩음악이 땡긴다. 아까 본 이소라님의 손도장을 기억하고 '제발'을 최대한 갬성을 담아 불러본다.
어떠케든 다~시 돌아↗오길 부-탁해~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길 바-랄게~
신이 났다.
뒤에서 어떤 아저씨가 훅 지나가시기 전까진 그랬다.
ㅎㅏ...
아저씨 왜...Why..........
손에 든 닭강정만 아니었어도 청초호와 동해바다 중 택1하여 수온체크를 했을 거다.
한결 침착해진 마음으로 다이소에 들러 비닐봉투를 구입했다.
닭강정 상자는 구멍이 송송 뚫려있어 이대로 버스에 타기 곤란하니까. 상품 중에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센스있는 직원 분이 다이소 큰봉투를 100원에 팔아주셨다. 다른 뭐라도 살 걸!
다이소 제일 큰 봉투도 좀 작은데 욱여넣으면 들어는 간다.
봉투를 챙긴 건 정말 잘 한 일이었다. 닭강정은 승객석이 아니라 트렁크 짐칸에 넣어야했기 때문이다! 버스기사님에 따라 다르려나? 구멍 뚫린 닭강정 상자를 그냥 짐칸에 넣으면 매우 찝찝하니까 버스로 이동하는 사람은 큰 비닐을 챙기자.
와버렸어. 이제 다 끝나버렸어.
물품보관함에 넣어뒀던 짐을 찾아 버스에 탑승했다.
옆자리 사람없음:D
원래 6시 40분 차로 예매해두었던 걸 어제 확인하니 누가 옆자리를 예매했길래 한산한 7시 50분 차로 변경한 보람이 있었다.
어쩐지 굉장히 치밀하고 계획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버스가 출발하고
출발 후 40분 간 기억이 없다 기절해서
자고 일어나니 귀신같이 출출하다.
마이보틀에 담아둔 더치커피와 포장한 마카롱을 주섬주섬 먹었다. 커피의 얼음은 다 녹았지만 아직 시원했고 덕분에 마카롱도 녹지 않았다.
이렇게 뭔가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맞아들어가 좋은 결과를 내면 더 기분이 즐거워지는 그런 게 있다.
화장실 타임
소떡소떡이 먹고싶어서 후다다닫ㄱ 화장실에 다녀왔건만 시간이 늦어서 매대가 닫았다.
원하는 걸 못 먹으니 다른 주전부리에 돈 쓰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아 터덜터덜 버스로 돌아오는데, 문득 한 봉지 남았을 칼로리바란스가 생각났다. 가방을 뒤져 찾아낸 칼로리바란스를 우물우물 씹다보니 모자라면 모자란 데로 완벽한 것 같다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10시 50분 쯤 인천터미널에 도착했다.
엄빠가 차로 마중나와주셨다.
집에 가는 길에 설악산 치마레깅스 사건을 말씀드렸더니 너어무 좋아하신다 증말.
집에 도착해 소즁하게 모셔온 만석닭강정으로 식구들과 야식파티를 했다.
배부르게 먹고 씻고 침대에 누우니 속초에 다녀온 게 벌써 오래전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여행 중 즐거웠던 일, 아쉬웠던 일을 생각하다가 오늘 야구결과를 안 본 걸 깨닫고 휴대폰을 들었다.
이겼다.
ㅋㅋㅋ
토리의 즐거운 속초(+양양) 여행기 끝!
일정들 다 짜고간거야? 버스같은것들?
속초 두어번 갔었는데 난 겉햟기였던거같다. 이렇게 볼곳이 많구나...딴거보다 오색 거기 온천은 가보고 싶네..
토리가 묵었던 게하 어딘지 알려줄수 있오? 일출보는곳도 가까운거 같고 위치가 참으로 참한거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