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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만큼 온걸까?
그 어마어마한 버스좌석에도 불구하고
피로에 쪄들어 눈도 제대로 못뜨고 있던 상태였던지라
안전벨트를 잠근 기억 뒤로 까무룩 잠이 들어버렸다.
눈을 떴을때는 벌써 10시를 넘어가고 있고
버스는 잠시 휴게소(?)같은 곳에 잠시 정차하려는 중이었다.
4시간만에 무릎을 피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걷는게 걷는게 아닌 느낌..
무릎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여행 오기전 난 디스크와 척추측만증이 있던 터라 장시간 버스여행에
허리가 나가진 않을까 걱정했었고
친구는 평소 무릎이 좋지 않아 무릎 걱정을 꽤나 했었는데
정작 본 여행에서 친구는 허리가 아파 생고생을 했고
난 태어나 처음으로 무릎통증이란걸 경험하는 여행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우선은 급한대로 도로 갓 길 옆 재래식 화장실 앞까지는 갔는데
친구는 서슴없이 잘도 들어가는데 난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릴때 나름 시골 할머니댁 재래식 화장실에서 단련이 된 몸이라고 생각 했는데
막상 후기로 보아오던 그 어마어마한 화장실에 입성하려니 겁부터 덜컥 났다.
그렇게 화장실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순간
"와~"
하늘을 수놓은 별이 당장이라도 쏟아질 기세였다.
정말 절로 탄성을 자아내는 장관이었고 절경이었다.
무릎의 통증도 재래식 화장실에 대한 망설임도 그 밤 하늘 한번으로
모든게 감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 나 이걸 보려고 왔던거였지!! 이 고통 이 화장실 조금만 참으면
더더더 멋진 밤 하늘을 볼 수 있을거란 생각에 갑자기 힘이 불끈 불끈 솟아났다.
밤하늘의 별 보며 힘도 얻었겠다.
이제 4시간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할지
어디서 또 화장실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 화장실을 사용하기로 했다.
잠시 호흡을 멈추고 칠흙같이 어두운 정말 정말 너무 어두워서 발이 빠져버릴까 노심초사하며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들어간 화장실은 의외로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친구와 그 부분이 매우 미스테리인데 도대체 왜 그곳은 아무 냄새가 나지 않을 수 있던걸까....
하지만 괜히 깊이 알려고 하진 않았다.
화장실에서 나와 버스에 오르려 했으나
아무도 버스에 오를 생각들이 없어보여 우리도 잠시 도로 갓길에서 스트레칭도 하고
잠시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가졌다.
우리 버스 앞에 아마도 우리나라 중고 버스로 보이는 버스를 보는 순간
유리창 너머 한국 버스 좌석이 보이는 순간
눈물 나리만큼 부러웠던건...이제서야 고백해본다.
침대버스라니 꿈도 과했지. 한국 중고 버스 정도라도 탈 수 있게 빌었어야 했는데...
과한 욕심에 벌 받은게 아닐까
휴게소 작은 식당
버스에서 눈을 돌리자 보이는
작은 휴게소 식당
전기 공급이 어려웠던건지
식당을 밝히고 있는건 환한 전등 불 대신
테이블마다 올려진 촛불들이었다.
은은하게 비추는 촛불은 식당안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밖에서 바라보는 우리에겐 꽤나 낭만적인 풍경이었다.
그렇게 식당의 은은한 촛불의 빛이 낭만적이라던가
하늘에 은하수가 보인다던가 하는 얘길 친구와 이야길 나누자
갑자기 주변 버스승객들 시선이 우리를 향해 확 쏠리며
모두의 관심사가 되어버렸다.
몽골인이나 우리나 외모론 크게 다를 점이 없다보니
외국인인으로 인식을 못했던 모양인데
우리의 낯선 한국말에 그제서야 버스에 외국인이 탔단 사실을 눈치 챈 모양
실제로
몽골도 우리가 생각하는 검게 탄 피부와 붉은 볼,
찬바람에 얼굴이 터있는 흔히 생각하는 몽골인은
울란바토르 도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울란바토르 젊은이들은 사실 한국 젊은 사람과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한참을 그렇게 머무리던 버스에 올라
아직 반도 안 온 여정을 다시 시작했다.
벌써 10시가 훌쩍 넘은 시각
갑자기 버스 앞 작은 티비에서
영화가 흘러나오는데 아마도 러시아 영화로 추정되는데
몽골어로 더빙한 소리가
우리 머리 바로 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난 아직도 왜 그 시간에
갑자기 영화를 틀어준 것인지
하필 틀어줘도 그런 영화를 틀어준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을만큼 잔인한 영화였다.
칼로 배를 찌르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난도질로 내장해체를 하는 장면을 본 뒤 기분이 나빠져 영화에서 눈을 돌려버렸다.
버스 좌석도 힘든데 꿈자리 사나울 그런 영화를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아
외면한 채 다시 잠 들어 보려 했으나 머리 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영화소리가 내내 귓가에 멤돌아 그 또한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어쨌건 힘들지만 다시 잠에 들었고
새벽 내내 무릎 통증으로 몇번 잠에서 깨어 복도 쪽으로 다리를 폈다 접었다를 반복해주며
다리를 달래어 보려 했지만 네다섯번 정도 결국 통증으로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그리고 완전히 잠에서 깨어난건 아침 6시 즈음
그 역시 무릎 통증 때문이었다.
또 온갖 인상을 찌뿌리며 다리를 폈다 접었다 하며 상태를 보아하니
발이며 발목이며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듯 부어 있어 조금 무서울 지경이었고
한숨 가득 내쉬며 창밖을 바라 본 순간
창 밖 몽골의 아침은
무릎의 그깟 통증쯤은 한순간에 날려버릴 절경이 펼쳐져 있었다.
윈도위 화면속 풍경이 버스 창밖으로 펼쳐져 있다니
"와~"
소리밖에 나오지 않고
밤새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던 친구를 깨워 함께 바라보며
그래 우리가 이 풍경을 보기 위해 이 고생을 했나보다라며
서로 자기 위로를 하기 바빴다.
시계는 6시를 넘어섰고
울란바토르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덜컹덜컹 흔들리는 버스의 리듬감에도
어느정도 몸이 익숙해져 있었다.
8월 12일 아침 8시 15분
드디어 무릉 터미널에 도착했다.
끝나지 않을것 같았지만 끝은 있었다.
길고 긴 버스행이었다.
너도나도 짐을 찾느라 바쁘다.
버스 위로 5월에 예약한 미쉘 숙소 사장님께
부탁한 픽업 기사님이 우릴 미쉘이 적힌 종이를 들고 올라와 우릴 찾았다.
반가운 마음에 벌떡 일어났다가
무릎 아작나는 줄....
살살 다리를 질질 끌며 픽업기사님과 함께
버스 짐칸에서 캐리어를 찾아 내리고
장하이에 들어가기전 장을 좀 봐야 했기에
슈퍼마켓에 가자고 아무리 말을 해도
대화가 안된다.
영어는 당연히 안되고
몽골어는 딸랑 세마디 외워뒀었다.
그때 우리에게 또 한명의 구세주
한분이 나타나셨으니
한국에서 4년 사셨다는
지금은 몽골에서 한국인들 상대로 가이드 일을 하시는 분이
우리와 같은 버스를 타고 오셨던 아리 가이드님이셨다.
아리가이드님은 비행기로 따로 오고 있는 가족여행객을 기다리고 계셨는데
우리가 곤경에 빠진줄 알고 선뜻 나서주신것이었다.
"통역 해드릴까요?"
라는 반가운 한국말로 우리의 구세주가 되주셔 어찌나 감사하던지
아리 가이드님은 우리의 슈퍼마켓 이야길 전달해주셨고
픽업 기사님은 9시는 되야 슈퍼가 열린단 말에 할 일 없이
우린 그 무릉 터미널에서 시간을 떼워야 했다.
말이 터미널이지
주유소 하나, 식당 하나, 화장실 하나가 전부였던
그냥..흙먼지 날리는 공터였다.
무릉터미널에서 혼자 화장실을 다녀온 친구말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더 이상의 설명은 피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무릉터미널
무릉터미널의 그 어마어마한 화장실
투어여행을 할 경우 많이들 타게 된다는 그 유명한 푸르공(소문으론 엉덩이가 박살나기 딱 좋은 승차감이라고 한다.)
9시 즈음 픽업기사님의 차를 타고 무릉의 큰 마트로 가서
먹을거리와 맥주 두캔 기사님께 드릴 음료수 등 몇가지를 담아왔는데
장하이에서 과일, 생 채소가 먹기 힘들단 이야기가 기억나 귤도 한 망 담고
몽골 마트에 어지간한 한국물건 다 있단 소리에 햇반도 당연히 있을거란 굳건한 믿음으로
왔었는데......햇반이.....국영백화점에도 그리고 이곳에도 없었다. ㅠㅠ
결국 1kg짜리 쌀, 5일간 먹을 생수 4병을 사기로 했다.
무릉에 있는 큰 마트
그렇게 간단한(?) 장보기를 끝내고
드디어 장하이로 향했다.
우리 픽업기사님의 차는 소나타 였는데
난 소나타가 그렇게 초원도 자갈밭도 다 헤쳐나가는 차인걸 몽골가서 처음 알았다.
jeep차 부럽지 않은 없는 길도 만들어 뚫어가는 그 추진력에 감탄에 또 감탄을
버스에서 바스라질듯 하던 무릎도
택시 안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통증 하나 없이
무한질주 소나타 안에서 안락하게 풍경을 즐기며
홉스골에 점점 가까워 지고 있는 그 기쁨에 피로고 뭐고 설레임으로 가슴이 터져버릴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