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dmitory.com/travel/317028942
내가 한국으로 역이민 못 하는 사람이라 이 글을 쓰는 건 아니고 ㅋㅋㅋ 그냥 심심해서 써 봄.
물론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이상하리만치 독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지 모르는 것은 아님... 내가 지난 달에 6년만에 한국을 들어갔는 데 진짜 깜짝 놀랄만큼 사람들이
독일을 좋아하더라고? 되게 좋은 나라인 줄 아는거야. 그래서 독일이 얼마나 나쁜 나라인 지 광고하고 싶었고 거기에 대해 할 말은 거의 책 20권쯤 쓸 정도로 많은데
좋은 점에 대해서 쓰려니 벌써부터 기분이 꽁기해지지만... 내가 쓰는 좋은 점은 아마 한국의 미디어나 책에서 선전하는 독일과는 조금 차이점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냥 내가 지금 일 해야하는 데 일 하기 싫어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써본다.
고지식하고 유연성 떨어지고 순진한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함.
서울에서 눈뜨고 코베이는 스타일이고 아이고 저 사람 저리 눈치없고 순진해서 이 험한 세상 어찌 살아가요 같은 느낌의
우둔한 고블린같은 스타일인데 이상하게 체력좋고 몇 대를 맞아도 다시 일어나는 강인한 타입...에 반복적인 지루한 형태의 실패적 일상에 지치지 않는 타입.
이런 타입이 서울에서 사회생활하면 약간 눈새에다가 고전을 면 치 못하는 데 독일에 와서 살면 어찌 저찌 잘 헤쳐나가고 사회화에 성공하는 경우가 있음.
이유는 독일인들이 대체로 (착한 독일인의 경우) 약간 이런 타입들이라 일을 그렇게 처음부터 눈치 빠르고 민첩하게 잘 하는 사람이 많지가 않아가지고
이런 우둔한 고블린 한국인이 와서 사경을 헤메는 시간을 일 터의 상급자가 크게 구박하지 않고 평범하게 대해주기 때문에,
그 시간을 주는 동안 일을 배워서 잘 해 나갈 수 있게 됨.
어떤 인간적인 틈? 여지? 를 많이 주는 분위기는 확실히 있음. 아무리 우둔한 타입의 한국인이라 해도 독일인의 평균값 정도의 우둔함을 가졌기 때문에
독일에서 주는 틈 안에서 충분히 1인분 값을 하는 일꾼으로 성장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나는 한국에서 20대 초반에 모든 알바 면접에서 광탈해서 알바를 하고싶어도 할 수가 없었고, 겨우 할 수 있었던 알바가 인형탈 쓰고 전단지 돌리는 거였어.
그 이유는 내가 접객이든 학원교습알바든 그런 걸 야무지게 대인응대 할 수 없는 류의 한국인으로 서울에서 판단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 그래서 인형탈을 쓰고 말을 안하고 전단지만 주는 일은 할 수가 있었던 것 같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는 한국에서 사회경험이 아예 없었고, 독일에 와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하는 접객알바나
다양한 장르의 알바에 나를 채용해주는 걸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나. 그래서 독일에서 어른의 삶을 배울 수 있었어. 내가 한국에 남았다면 사회화되는데에 오랜 시간이
더 걸렸을 지도 모른다. 최근 내가 한국가서 80만원 주고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그 종합병원의사가 내 목소리를 듣더니 혹시 토리님 갑상선에 문제있으시지 않아요? 라고 물어보는거야. 그래서 어머 왜요? 물어보니까 내 목소리가 갑상선에 문제있을때 나는 발성이래. 그래서 저는 평생을 이 목소리였는데요?했더니 의사가 탄식을 하면서 아... 이러는 거야. 내가 목소리나 말투 모든 면에서 뭔가 한국의 정상성이랑 엇나가는가봐. ㅋㅋㅋ 약간 지금도 한국에 가면 가만히 있으면 날 세기의 찐따로 보는데 독일에서 왔다하고 독일에서 하는 직업 말하면 아 그래서 이런 찐따미가...이런식으로 약간 프로필 듣기 전 보다 좋게 봐줌.
우둔하고 공부도 하기 싫어하고 순진하고 이런 친구 있으면 독일 보내서 대학 유학아니어도 돈 받으면서 하는 아우스빌둥이라고 직업전문학교 보내면
3년 정도 훈련받고 어찌저찌 취업하고 인간구실 할 수 있다. 직업전문학교는 소속회사가 있고 그 회사가 학교다니는 거 비용을 일부 대주든 전액 대주든, 교육에 필요한 물품 제공 등 회사마다 제공영역이 다른데. 지멘스같은 대기업 소속으로 다니면 아이패드도 준다고 들음...나는 대학쪽 석박해서 이 직업학교쪽은 몰랐는데 최근 여기 일회성 강의를 나와달라고 해서 거기 학교 학장만났다가 조금 엿보게 됨. 엄청 잘 해놨더라고 직업전문학교를. 나도 이걸 미리 알았으면 망할놈의 가방끈 안 늘리고 이거 할 걸 그랬다 싶더라고. 사회의 대부분의 직업이 다 이 직업학교에서 나오는 거고 3년 훈련 후에 앵간해서는 다 취업을 하는거 같아. 지가 하기싫어서 뺀들대는거 아니면.
나쁜 독일인의 경우도 잔대가리 줫나 굴리긴 하는데 독일인이 잔대가리 굴려봤자고 입을 지 딴에는 잔혹하게 털어봤자 한국인의 매운맛을 따라갈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나쁜 독일인들과의 관계도 비교적 한국의 인간관계에 비해 편안하게 처세가 가능함. 그리고 서양인 종특인데 얼굴에 '난 개나쁜놈이지요'라고 써서 다님.
동양인은 포커페이스가 많고 나쁜지 착한지 선량한 우리 이웃의 얼굴을 하고 갑자기 허를 찌른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서양인은 이미 초반 대면식부터
얼굴에서 난 영악스러운 놈이요. 난 배신을 때릴 놈이요. 난 까탈스럽고 성격이 아주 드럽지요. 이런 정보를 다 제공함. 표정 등등으로.
아 그리고 프랑스인들이 독일이민와서 살면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인데. 독일 사람들이 고지식하다보니 가게마다 씨씨티비도 없고 도난방지도 프랑스에 비해 허술해서
여기서는 무한대로 사고싶은 것을 훔쳐갈 수 있다고 좋아했음. (프랑스 젊은층 중에 재미삼아 가게 물건 훔치는 취미를 가진 애들이 좀 있음...)
이 말 처럼 약간 외국인이 거짓말 하거나 소소한 사기치는 거 잘 눈치 못 챔. 자기들이 덜 그래서 그런 거를 상상조차 못 하는 느낌?
그 외에는 장점이...휴...장점...
반도국가인데 사실상 섬에 가까운 한국에 비해 유럽의 한복판이라 뻗어나갈 수 있는 이웃국의 수가 많다는 점. 쉽게 EU교류가 가능해서
나는 내일 이웃국 일주일 출장가는데 벌써 부터 설렌다. 엄청 좋아하는 나라는 아닌데 독일을 일주일이라도 벗어날 수 있어서 기쁘다는 뜻...
일의 범위가 그러니까 한 국가에 한정되는게 아니라 그냥 독일에 살고 있을 뿐인데 범위를 EU광역으로 놓고 살 수 있어서 얻을 수 있는 기회의 폭이나
경험치도 많아지는 점은 장점이다. 특히 덴마크 갔다왔던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난 출장 외에 내돈내산여행을 거의 안하는데
이렇게 일로 갑자기 다른나라 보내주면 너무 기쁨.
그리고 약간 일본틱한 독일인들의 소심하고 음흉한 성격은 딱 그 일본인 개잡도리할때 느낌으로 잡도리하면 어느정도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경험을 했음.
내가 더 목청크고 내 맘대로 해버리면 독일인은 가만히 있고 뒷당이나 까지 앞에서 뭐 크게 액션을 까진 못함. 그 뒷당들은 엄청 까는 편인데
실제로 그 뒷당이 내 인생에 치명타를 주는 경우는 없음. 여론모아서 누구 1인 매장 이런 거라든지
하여튼 현대 독일인은 잔혹성은 별로 없는 편. 본인들이 일단 유리멘탈들이라.
그리고 사회적으로 외국인한테 뭐뭐하면 안된다 페미니즘에 반기를 들면 개미친놈이다 이런거 강박적으로 있어서, 속으로는 뭔 생각을 할 지언정
앞에서 절대 무례한 소리 잘 못 함. 물론 하는 사람도 있긴 한데 바로 여론모아서 이 인간이 이런 무례한 소리를 나에게 하대요?
세상에 어쩜 이런 무식한 사람이! 하면 다들 엄청나게 그 사람을 쪽팔려하고 미칠라고 함. 그 인간 편 드는 사람 없음.
독일인 남자... 유약하고 멘탈 유리에다가 속으로 계산을 소심하게 줠라 뚜들기고 있다가 통수 칠라고 각 재는 타입이 많음. 일단 면전에서는 스윗하진 않고 순종적임.
그런데 참으로 비겁스럽다. 어쩜 사람이 저렇게 새가슴일까. 어쩜 저렇게 작은 케이지 안의 햄찌처럼 살아가는 걸까 하는 탄식을 하게 하는 인재상이 참 많았다.
섬세하고 예민하기도 하고. 독일인 여자는 남자에 비해서는 장군감이 많음. 남자들 정도로 멘탈이 허접스러운 경우는 잘 없음.
젊은이 남자 층에는 난잡하고 인생 한 번인데 내 맘대로 모랄리스로 살다가겠어 하면서 사는 스타일들 종종 있고 이런 거는 나이 먹으면서 덜 해짐.
대체로 결혼들을 안하고 살고, 그냥 살다가 애가 생기면 결혼하는 분위기고, 그 마저도 현지인들 끼리면 안하기도 하는데.
대체로 한국여자랑 살면 결혼들 먼저 하고 애기 만듬. 확실한 건 독일남자를 믿고 내 인생을 의지하며 살 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닐 수 없음.
역으로 이 한국여자가 유약한 햄찌 독일남자를 구원하러 만리타국에서 날아 온 사랑의 구급대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음.
툭 치면 울음보 터지고 속으로 조그맣게 장난감 칼을 갈고있는 백인 아들 하나 얻으시려면 추천... ㅠㅠ좋은 얘기 쓸라고 했는데 왜 또 욕을 썼지.
독일 남자가 근데 잘 맞아서 잘 사귀면 장기연애 오래오래 하는 타입이 많아. 거의 주변에도 보면 커플들 10년 15년씩 되고 그래.
초반에는 지랄맞게 돈 안쓰는데 내 사람이다 하는 인식이 되면 꽤 헌신적이고 돈 아끼지 않기도 해. (이건 내 경험)
근데 사바사고...진짜 미친거 처럼 돈에 예민하고 계산 철저한 남자나 집안도 많아.
시댁가면 아들이랑 며느리랑 손주에게 각각 두당 숙박비랑 식비 얼마씩 쳐서 받는 경우도 봄 ㅋㅋㅋㅋㅋㅋㅋ
그런가 하면 진짜 찐으로 편견없고 국경없이 제2의 가족을 만난 거 같이 따뜻하고 정이 많은 시댁을 만나기도 한다. (이것도 내 경험) 이것 때매 내가 남자가 싫은데
가족을 봐서 10년을 같이 살았음 ㅜㅜ 그리고 이것도 사바사이긴 한데 이 사람들 생각하는 게 이렇게 관계를 맺으면 저 남자를 매개로 저 남자 부모님과 알게 된 거지만
나와 저 부모님 개인 대 개인의 관계를 따로 생각하는 면이 있어서, 남자랑 헤어져도 남자부모랑 나랑 사이 좋았으면 친구하고 잘 놀고 잘 지냄.
다시 남자랑 합치라고 부담주고 푸쉬도 안함. 의외로 사심없이 순수하게 호의 주는 독일사람들도 많아.
이게 진짜 찐으로 자기 감정에서 우러나와서 내가 마음에 들어서 잘해주는 거고 나한테 뭘 보답을 바라는 것이 아닌게 신기했어.
주는 만큼 받아내야지 이런 마인드가 아니라, 내가 좋으니까 막 퍼주고 끝. 이런 개념으로 생각을 하는 거 같아. 좋은 사람도 참 많았어.
족같은 경우가 더 많아서 그렇지. ㅋㅋㅋㅋㅋ
오래 살면 족같은 독일도 좋은 독일도 전부 익숙해져서 살만 해. 생각보다 의료시스템도 그렇게 나쁘진 않아. 한국만치는 안되는데
한국 가서 건보를 축낼 정도로 여기가 열악한 건 아니라서 그럭저럭 살만은 해. 의사들도 하도 말 하는게 허술하고 좀 대충대충 일해서 약간
의심스러웠었는데. 그래서 이번에 한국 가서 돈 내고 건강검진 싹 받았거든. 근데 독일 의사들이 내린 진단이랑 똑같이 나오고 독일 의사의 판단으로
큰 병으로 갈 걸 막은 것도 알게 됐어. 그래서 독일 의사들도 생각보다는 믿을 만 하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어. 병원들 꼬라지나 의료기구나 시스템은 진짜 꾸진느낌드는데 작동은 되나봐? (새로운 거 뭐 뭐 개발은 여기서 하고 갖다가 활용은 한국이 훨 잘하는 듯) 다만 원가족과 떨어져 지내는게 극한일 뿐. 원가족을 데려와서 살 수도 없고. 내가 여기서 적응하는데 얼마나 힘들었는데, 늙은 부모님을 이런 나라 와서 살으라고 하겠어.
치안도 뭔 조금 일 같지도 않은 일 만 생기면 경찰 부르고 난리치는 개복치들의 나라라서 괜찮은 편이야.
혼밥 혼자 뭐 하는 거 아무도 신경 안쓰고 옷도 거지 넝마를 걸치고 다니고 바지 궁둥이에 구멍뚫려도 상관없음.
익숙해지고 친구되고 애인되고 하기 전에는 조금 신경 쓰고 이미지도 메이킹 해야하는 데, 어느정도 관계 구축 하고 나면 바지에 구멍 100개뚫고
머리 안 감고 겨드랑이 털 달고 다녀도 됨. 그래서 다들 자기가 하고싶은 대로 꾸미고 다니는데 역으로 그러다보니까 나는 옷을 더 많이 사게 되더라고. 찐으로 내가 좋아서 나 즐거우라고 사는 옷인데. 남한테 잘 보이려고나 나이나 상황에 맞게 사는 게 아니라. 몇 살이 되도 그냥 그렇게 살아도 되는 거는 좋은 점 같아.
그리고 동양인이 동안이라 본인 나이보다 열 살은 어려보여서 항상 그렇게 젊은 기분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장점이자 단점이야. 단점인 건 전문성이 매우 떨어져 보임.
계속 어린애 처럼보여져서. 난 40대인데 대체로 여기서 나를 20대 중후반으로 봄. 그래서 내 일자리에서도 처음 보는 사람이 나 무슨 학교들 월반 해서 영재였던 사람인 줄 알았다고 그런 소리 하더라고. ㅜㅜ
딱 개인의 삶... 내 원가족 한국적 배경 이런거 생각 안하고 그냥 완전히 독립 된 한 사람의 성인1의 삶을 산다고 봤을 때,
자아실현하기도 자유롭고 편안한 나라이기는 하다. 종합적인 결론은 그렇네.
프랑스는 약간 끈적임도 있고 인간계의 악귀다툼같은 느낌도 한국적인 느낌으로 있고 해서
어느정도 그 악귀싸움에서 생존이 가능 한 기갈도 필요하고 말도 유려하게 할 줄 알아야 하고 멋도 낼 줄 알고, 허세력도 있어야 하고 그래보였는데...
(나는 프랑스가 독일보다 만 배는 재밌긴 한데 이민 편의성 난이도는 더 높다고 봤어. 비자나 공무원들 일 처리도 그렇고.)
독일은 겉으로는 쾌적한 환경을 연출은 해. 그냥 조용하고 순진하고 세상 심심하게 살 줄 알고 체력만 좋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