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어그로 성 짙은 건 인정하는데 달리 표현할 방법을 못 찾겠다. 좀 더 나은 표현이 있으면 고칠 테니 지적해 줘.
일단 내 소개를 하자면, 해외 톨이고, 보수적인 금융업계에 종사하고 있고, 동성 결혼이 합법화 된 나라 중 하나에 거주하고 있어. 여자랑 사귀어 본 경험 (성관계포함)이 있지만, 바이라고 스스로 정의하기엔 성적 지향성이 남자 80%, 여자 20% 정도라 스스로를 이성애자라 여기고 있고 실제로 8년 넘게 사귄 남친이 있어. 그리고 직장 동료들에겐 지금 남친 빼고 과거 연애사를 얘기한 적은 없어. 개인사니까. 하지만 스스로 이성애자라 정의한 만큼, 동성애자들 보다 이 사회에서 살기 편한 부분이 있다는 건 인정해. 그리고 성적 지향성때문에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누구든 동성애 차별 발언을 하면 반박하고 있지만 내가 성소수자들이 겪는 모든 차별을 고려하지는 못 할 거란 자각은 있어.
날 짜증나게 만드는 게이 매니저는 나보다 직급이 높고, 내년에 결혼할 생각을 하는 동성 파트너가 있어. 이성애 경험은 전혀 없다고 본인 입으로 말했고 지금 삼십대 중반의 백인 남자야. 입이 가볍고 자신이 성적 소수자기에 세상 모든 차별에 대해서 스스로 무척 깨어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아. 자기가 게이란 걸 거리낌없이 밝히고 공사를 가리지 않고 개인사를 막 털어놓는 타입이야.
오늘 직장 동료들이랑 일이 끝나고 술집에 모였는데 그 자리에 없는, 입사한 지 일주일 쯤 되는 인턴 얘기가 나왔어. 근데 위에 말한 매니저가 자기는 그 인턴이 게이라고 확신한다는 거야. 게이로서 감이래. 그래서 내가 그건 그 인턴 스스로 밝히지 않는 이상 우리가 왛가왈부 할 건 아니라고 말했어. 만약 그 인턴이 게이가 아니라면 난처한 입장에 처할 것이고, 만약 실제로 게이라도 스스로 커밍아웃 하기 전에 우리가 지레짐작해서 말하는 건 무례한 짓이라고.
근데 그 게이 매니저는 아니래.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무례한 거지만, 자기가 누가 게이일 거라 말하는 건 Empowerment이라는 거야. 왜냐하면 이 업계가 워낙 보수적이니 자기가 동성애에 대해서 말하는 것부터가 침묵하는 동성애자들에겐 힘이 될 거래. 그러면서 내가 자기가 한 말에 대해서 무례하다고 한 것 자체가 호모포빅한 거라면서 내가 이성애자인 이상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라 말하는 것 있지.
물론 난 거기다 대고 남의 성적 지향성에 대해서 이리 저리 말하는 건 성적 지향성을 떠나서 무례한 거라고 말했지. 그 인턴이 스스로 게이라고 밝히지 않는 이상 (사실 그 매니저 빼고 다른 동료들은 그 인턴이 게이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고 말했어) 우리가 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어. 그리고 예전에 그 매니저가 게이일 거라고 소문냈지만 올해 여자친구랑 약혼한 남자 동료가 있는데, 그 동료가 여자친구를 사귀기 전해 게이라고 오해 받은 게 도대체 어떤 empowerment이냐고 반박했어. 근데 아니래. 내가 호모포빅이고 스스로 동성애자가 아니기 때문에 깨닫지 못한 거래. 거기다 내가 minority였던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거라고 해서 동양인 여자가 어째서 minority 가 아닌 거냐고 물어봤더니 우리 사무실엔 동양인 여자가 주류기 때문에 내가 이해를 못 할 거란 거야.
덧붙이자면 우리 업계가 보수적인 건 사실이고 우리 회사엔 동양인도 많고 매니저나 파트너 같은 높은 자리를 차지한 여자들도 많아. 하지만 동양인도 베트남, 중국, 한국, 필리핀 등으로 나뉘고 동성애자라고 차별한 적은 내가 아는 한 결단코 없단 말야. 지금 공식적인 동성애자는 그 매니저 하나지만 전에 마케팅 부서 부장도 레즈비언이었고, 회사 행사에는 게이 매니저 남친이나 레즈비언 부장 여친도 다 참석했어.
물론 그 게이 매니저의 연령이 나보다 높고, 과거엔 내가 모를 차별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성적 지향성을 지레짐작해서 소문내는 건 별개의 일 아니니? 거기다 전에 동양인 여자는 운전을 두 배로 못한다느니 어쩌고 해놓고선 나보고 minority가 아니라는 건 대체 무슨 논리인지. 이해 못 할 거란 소리를 듣긴 했지만 정말 이해가 안 가.
성소수자 톨들아, 내가 정말 성소수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해를 못 하는 거니? 내가 동성애 자체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는 사회적 압박을 가한 거야?
피해자인양 하면서 그런 입장을 악세사리 삼아 논리 대신 자기 자신을 옹호하는데 쓰는 쓰레기네.
사실 뒤에서 저렇게 남의 성적 지향성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도 일종의 Bullying 아니니? HR에 신고해도 쟤는 할 말 없을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