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ㅋㅋㅋ 그냥 이런 삶도 있구나 하는 느낌으로 읽길 바라!
난 고1때 캐나다로 유학왔어
복잡한 집안 사정이 있었고 딱히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서
영어가 준비된 것도 아니었고 내가 원해서 온 것도 아니었음... (집안사정이나 사연은 생략할게)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주변에 유학가는 애들이 몇 있었어. 주변 애들은 부럽다니 뭐니 하는데 난 하나도 안 부러웠음
왜냐면 영어가 끔찍하게도 싫었고 끔찍하게도 재능이 없었거든.
국어교과서 읽으라고 시키면 더듬더듬 잘 읽지도 못하고 말수도 없었고 뭐 토론 이런것도 잘 못했었는데
모국어도 그지경인 마당에 외국어를 잘 할리갘ㅋㅋㅋㅋㅋㅋㅋㅋ
학창시절에 가장 점수 안 나오던 것도 한자, 영어였거든.
당연히 유학와서 잘할 리 없음. 내가 한국에서도 수학이랑 과학은 잘했어서 그거빨로 버티고 졸업함
대학은 한국 가려고 찾아봤는데 수능보던가 아님 영어시험 잘 봐서 유학빨 특수 어쩌구로 들어가던가 둘 중 하나더라고.
위에서 말했듯이 여전히 영어는 쥐약이여서 영어시험을 잘 볼 턱이 없으므로 포기하고 캐나다 대학으로 감
이렇게 대충 생략했지만 솔직히 고딩때 멘탈은 너덜너덜했어.
부모님은 빚을 내서 날 보냈으니 당연히 모든걸 잘 해야한다고 기대하고 계시고,
난 아무리 발버둥쳐도 영어가 나아지질 않고,
한국에서도 친구 잘 못사귀었는데 외국와서 갑자기 인싸될리 만무하고,
같은 유학 친구들이랑 어울리려고 하니 걔네들은 사고 싶은거 턱턱사고 다니는데 난 달러샵에서 샴푸 하나 사려고 해도 바들바들 떨리니
자격지심 폭발해서 어울리지도 못하겠고...
부모님도 갑갑하니까 너 보내려고 진 빚이 얼마인줄 아냐 하시는데 매일매일 죽고 싶었고 울었던 것 같아
한국에 돌아가려고 해도 이제와서 수능공부하려니 그동안 낭비한 시간과 돈이 아깝고
여기 있자니 적응 죽어도 못할 것 같고 스스로가 너무 쓰레기 같고 밥버러지 같은 느낌이었어.
숨만 쉬어도 부모님의 돈이 나가는데 적응 절대로 못할 것 같아서..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음
여튼! 대학 가서 어땠냐면 ㅋㅋㅋㅋㅋㅋㅋ 쫒겨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유학생 신분이라서 알바도 못하겠는데 진짜 돈이 없어서 물에 국수 말아먹거나 쿠키 하나 사서 그거로 저녁 때우고 그랬거든
근데 거기가 온타리오라서 눈도 펑펑 오는데 방수신발도 못 사서 눈에 맨날 양말 젖고
그게 감당이 안되니까 도서관 24시간 여는데 거기서 밤 새고 그랬어
이거 다 변명이고 걍 공부를 하나도 안했음. 그렇다고 놀면서 다닌 것도 아니고 (친구가 한명도 없어서 뭐 놀려고 해돜ㅋㅋㅋㅋ)
내가 도대체 뭐로 시간을 낭비한건지 모르겠는데 도서관 가서 공부한답시고 앉아서 있다가 집가고 뭐 그랬던 것 같아.
여튼 성적 개판이라서 낮은 성적순의 학과로 가거나 아님 딴 대학 가라고 통보가 옴
이때쯤 부모님이 한국에서 우리따라 캐나다로 오셨어.
주요 도시로는 못가셨고 좀 시골에 자리를 잡으셨는데 그 시골에 있는 대학으로 옮겨가기로 마음먹음
내가 점수 안나와서 대학 옮겨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 충격이야 말할것도 없지..
시골 대학와서는 스스로를 추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대로는 여기 대학에서도 쫒겨날 것 같았거든. 항상 무기력했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맨날 울기만 하고 나쁜 생각만 들고 스스로가 혐오스러워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대학 카운슬러 몇번이고 찾아가고, 자존감 그룹세션 같은 것도 있어서 그런것도 참가했음
도움은 그닥 안 됐던것 같아. 딱 카운슬링 받을때만 기분 좋아지고 다음날은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음.
그나마 도움이 된건 부모님이 여기 와서 영어를 배우고 살고 적응하려고 하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걸 깨달으셔서
내가 힘들어 하는걸 조금은 이해하시더라고.
음 근데 자존감이나 우울증 같은게 하루아침에 나아지는게 아니잖아?
시골 대학에서는 턱걸이로 졸업했어. 이쯤되면 걍 내가 공부를 진짜 못하는거 ㅋ.........
그동안에 영주권도 땄어서 졸업할 쯔음에는 시민권도 신청할 수 있게 됨
부모님은 한국에 가진게 없으니 돌아갈 생각이 없으셔서 나에게도 권하셨는데 나도 좀 고민하다가
내가 지금 시골 대학 졸업한거 하나 가지고 한국 돌아가서 할 수 있는게 없겠다 싶기도 하고,
대학 생활 내내 딱 한번 한국간적 있는데 거기 가서 일하면서 경험한 상하관계나 막내가 눈치보는 문화같은걸 버틸 자신이 없어서
결국 고민 끝에 시민권도 받았어.
근데 신기한게 시민권을 받으면서 세레모니를 참가하니까 정말로 자리를 잡은듯한 느낌이 들더라고
여태까지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할 것 같고 붕 뜬 것 같았는데
그깟 시민권이 뭐라고 '한국에 돌아간다면 나아질까' 했던 생각을 사라지게 만들었어.
예전에는 괜히 선택지가 두 개인 느낌이라서 갈팡질팡했는데 시민권이 다른 선택지를 뺏어가서 '에라 모르겠다 열심히 하자' 라고 생각하게 만든 느낌?
졸업하고 나서 바로 제대로 된 취직을 하기 전에 알바를 하면서 meetup같은걸 가서 사람들을 만남
시골이라서 대부분 백인이었는데 썸도 타보고 산악가고 계곡가고 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놀아?본 것 같아
몇시간씩 산악하면서 지내고 돈도 벌고 하니까 조금씩 우울함도 사라지고 자존감도 올라갔던 것 같아
그러다가 취직활동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레쥬메를 200장 넘게 뿌리고 해도 아무곳에서도 연락이 안옴
당연했던게, 관련 경험 전무에 레쥬메도 개판이었어서 ㅋㅋㅋㅋ 레쥬메를 고치길 반복하다보니 입질이 오기 시작했는데
갓 졸업한지라 다들 성적표를 요구함. 물론 성적 보내자마자 광.탈. ^^
그러다가 어찌어찌 4개월만엨ㅋㅋㅋㅋ 밴쿠버에 취직 성공함! 취직과 동시에 독립도 했어.
첫직장은 울 과 졸업생들 평균에도 못미치는 월급 받으며 다님
난 여태까지 시골에서만 살았어서 파워백인지역의 느낌밖에 모르는데 밴쿠버오니까 신세계였음 ㅋㅋㅋㅋ
내가 살았던 곳은 장대비가 내린다 해도 다들 우산 안쓰고 다니는데 도시 오니까 우산을 써! ㅋㅋㅋ
게다가 동양인도 엄청 많고 영어 못한다고 눈길도 안줌!!
다른 직종은 좀 다를거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들어간 곳은 IT였고 그래서인지 취미도 비슷하고 생각도 비슷한 사람들과 많이 만나게 되었고
이직을 두번이나 한 지금까지도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다 같이 만날 정도로 인연을 맺게 되었어.
난 내가 진짜 이상하고 쓰레기라서 친구를 못 사귀는줄 알았는데 걍 맞는 사람을 못 만나서 그런거란걸 깨달음
인간관계도 인간관계지만 무엇보다 쥐꼬리만한 월급이라도 돈이 생긴게 심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어 ㅋㅋㅋㅋ
글고 돈이 없어서 치과도 안가고 이빨 썩은거 알아도 걍 참았는데 취직하니까 드뎌 돈이 생겨서 치과도 가고 ㅠㅠㅠㅠㅠ
여튼 그동한 승진도 하고, 몸값 올리려고 이직도 하고, 회사가 그지같아서 또 이직하고 지금까지 왔다!
1n년이나 살고 직장 일도 했으니 이젠 영어 잘하겠네? 라고 묻는다면...
아직도 1n년 산거치곤 잘은 못함..... 흡 ㅠㅠㅠ
평생 노력해야 하는 분야같고 아직도 노력중이야!
여튼 나중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캐나다가 매우 좋고 여기에 와서 살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혹시 궁금한게 있다면 가정사 빼고 마음껏 물어봐줘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