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둘러싸고, 영화를 둘러싸고 참 말 많았었지.
난 책깨나 읽는다는 사람인데 사실 이 책을 안 읽었어.
연대의 마음으로 사긴 했는데, 재미있을 것 같지도 않고 읽으면 답답할 것 같았거든.
그러다가 영화가 개봉한다고 해서
영화 개봉 전에 읽으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결국 읽지 못했고 첫날 조조로 보게 되었어.
사실 이 영화는 스포니 뭐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지.
82년생 김지영 씨는 평균보다 좀 더 나은, 사실 생각해보면 어떻게 보면 행운인 사람이야.
수도권에서 신축 아파트에 살고 있고 좋은 직장에서 일 잘 하는 능력 있는 사람이고
거슬러 올라가선 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시대에 딸이면서 둘째로 태어났지.
아빠나 어른들은 귀한 막내 아들만 둥기둥기했지만 그래도 딸편을 들어줄 줄 아는 엄마도 있고 멋진 언니도 있고.
시가도 평범하면서 상식적인 선이지. 물론 우리나라에서의 상식이라는 거지만.
남편도 사실 우리나라에서 따지자면 엄청나게 상위 몇 프로에 든다고 말할 수밖에 없고.
김지영이 겪는 일이 어떤 불행한 일이 아니라
다 내가, 내 친구가, 내 선배가 겪었던 일이고 들었던 말들이라
새로운 것은 거의 하나도 없을 정도야.
오히려 날 정말 사랑해주는 남편이나 어머니나 언니 같은 존재들이 실제보다 너무 좋은 사람이라 이야기 같을 정도지.
난 꽤 담백한 사람인데 보다보니까 참 많은 지점에서 눈물이 나더라고.
아, 나도 이거 겪었는데.
내 선배도 이랬는데.
우리 새언니도 이랬는데.
난 아직 미혼이고 결혼 생각도 없지만 같은 한국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으로서 전혀 낯선 이야기가 아니라서, 너무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서 생각한 것보다 꽤 많이 울고 왔어.
그렇다고 울어라 울어라 쥐어짜는 그런 영화는 아니고, 누구든지 한번 봤으면 하는 영화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