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다량] 비상선언, 감독 때리고 싶어지는 영화

스포가 아주 많아

중간 중간 좋은 장면도 있고 배우들 연기도 괜찮은 편인데 영화란게 제일 중요한 부분은 스토리잖아? 그리고 현실 배경이면 고증도 중요함

이 영화 그런데 스토리도 그렇고 고증도 엉망임

내가 아는 부분에서만 고증 좀 지적하자면

1. 기장-부기장은 같은 거 먹으면 안 됨→같은 거 먹었다 둘 다 배탈나거나 죽으면 비행기 운항할 사람이 없어지니까

2. 콕핏 출입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기장 부기장도 콕핏 바깥에서 무슨 일 터져도 못 나감→ 911테러로 보안이 강화되었음

3. 인천-하와이-인천 불가능→연료를 그 정도로 싣고 다니지 않음

4. 메이데이(비상선언) 선언 시점은 테러 인지 그 순간부터→ 영화상에서는 한참 후에야 비상선언을 무슨 대단한 것처럼 이야기하던데, 원래는 영화 초중반에 했어야 함

5. 미국에서 착륙거부는 말이 안 됨→3가지 이유 때문인데 1) 메이데이 선언부터 비행기는 모든 것에 우선할 권리를 가짐  2) 미국행이기 때문에 미국국적자가 당연히 비행기에 포함되어 있음 3) 하와이에는 미해군 본부 있고 섬 지역이라 크고 작은 공항들 여럿 있어서 민간인 피해 우려되면 호놀룰루 아니라 다른 소규모 공항에 착륙시키면 됨

6. 일본 전투기 출격, 민항기에 위협사격→구소련도 아니고 민주주의 나라에서 이거 말도 안 되는 설정임, 한국만 문제가 아니라 여러 나라 국적자도 거기에 타고 있었을 확률 높은데 잘못 맞아서 격추라도 되면 그 순간 여러 국가들에게 집중 비난 받음 게다가 비행기는 나리타가 보이는 위치까지 왔는데 총탄 잘못 맞아서 추락하면 밑에 있던 일본 사람들이 죽어

7. 착륙허가 못받고 착륙을 시도하는 기장→나리타에서 그러는 거 보고 머리 쥐어 뜯었음 나리타 정도의 거대하고 바쁜 공항엔 활주로에 늘 비행기가 있어 착륙가능한 활주로를 알려주고 비행기를 미리미리 빼놔야 안전한 착륙이 가능함 이렇게 안 하면 착륙하던 도중에 활주로에서 다른 비행기와 충돌할 수 있음

8. 관제사는 어디?→정상적인 비행재난 영화라면 관제사랑 기장이 끊임 없이 이야기하는 게 나와야 함 관제사가 항로 알려주고 최단거리 공항 찾아내서 컨택하고 그러니까

일단 대강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영화니까 고증을 무시해도 되는 것에도 정도가 있음

2000년 정도에야 해외여행객이 별로 없어서 영화를 봐도 그걸 몰랐겠지만, 현재는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는 한 번은 가본 사람들이 많아 항공 관련 지식이 훨씬 많다는 이야기임 내가 말한 거 전부는 몰라도 2번, 3번, 4번 정도는 상식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됨

커뮤니티에서 당장 항덕 아닌 사람들이 지적하고 나올 정도임

고증이 이 정도로 엉망이면 영화 보는 내내 집중이 안 돼

대통령이 테러범 때려잡는 에어포스 원 같은 영화나 2012에서 비행거리가 모자라 바다에 추락할 수 있는데 대륙이 이동해서 착륙 가능했다거나 그런 설정은 차라리 대놓고 판타지로 하겠다는 의도가 보여서 납득이 가능한데, 이 영화는 현실 완전 무시한 판타지 영화라고 선전하는 그런 영화는 아니잖음

난 특히 이 영화 어이가 없었던 부분이 관제사 존재감 실종이었는데, 넷플릭스 어둠속으로처럼 무슨 문제가 생겨서 관제소의 모든 사람들이 다 죽었다거나 하는 설정이 아닌 한에야 관제사가 루트 배정하고 공항 활주로 지정해주고 이런 이야기가 있어야 함

다른 사람들은 후반부만 문제라고 그러던데 나는 초반부터 걸리는 게 한 두 개가 아니라서 영화를 좋게 볼 수가 없었음

1번 부분이 영화 초반부인데 저 1번 부분부터 고증 무시, 메이데이 선언 안하고 호놀룰루 계속 가는 부분에서도 걸리고, 미국-일본 연속 착륙 불허 부분에서는 화가 났음

민항기 미사일 쏴서 터뜨리는 짓거리를 한 건 소련이었지 대한항공 격추사건 오래전 일이라 젊은 사람들은 기억 못할 텐데 나는 나이가 있어서 그거 기억하고 있음

차라리 러시아에서 그런 짓을 했다면 이해나 가지, 일본이?

코로나로 일본에서 크루즈 선원들 내리지 못하게 제한한 적 있었는데,  크루즈도 정박은 하게 해 주었잖음

대체 왜 설정을 미국 일본으로 한 건지 이해가 안 갔음

그리고 항공 관련 말고 다른 것도 신경 많이 쓰였는데, 송강호 범인 집 마스크하고 들어간 것도 아니고 맨몸으로 들어갔는데 감염이 안 되었다 그걸 어떻게 그 단 시간만에 확신함? 집 살펴보는 데만 해도 몇 시간은 걸릴 텐데? 병원균 실험한 거 확인되었으면 송강호는 적어도 하루 정도는 격리조치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난 송강호 계속 돌아다니고, 사람 만나고 하는 거 정말정말 신경쓰이더라고 만에 하나라도 병원균이 들어갔으면 보균자로서 계속 병 옮기는 거잖음?

비행기에 의사가 있었는데 그 의사가 마스크 안 끼고 진료하는 거, 그것도 이상하지 않아? 마스크 없으니 승무원 스카프 두르던데, 그건 의사가 했어야지 의사가 맨얼굴로 다니는 거 보면서 또 머리를 쥐어 뜯음

코로나로 몇 년을 시달리다보니 이런 거 눈에 띄고 신경 쓰이는데, 이 영화 코로나 이전에 만들어진 영화도 아니더라

배우 얼굴을 보여야 해서 마스크를 끼지 않았을 순 있는데, 그럼 중요 배역만 안 씌우고 다른 사람들은 계속 씌워야지 특히 의사는...

그리고 이 영화 최대 문제가 미성년자들 포함된 일행인데 그 일행이 자살결정하는 것임

완도 일가족 자살사건 이야기 연상된다고 여러 군데에서 나오던데 나는 그거 바로 떠오르진 않았어 하지만 몹시 불쾌하고 이병헌이 이해가 안가더라

딸이 초등생으로 보이는데 초등생이고 남 눈치 잘 보는 아이면 영향을 받아서 내려가고 싶지 않다, 병을 옮기고 싶지 않다고 할 순 있음 그런데 이병헌은 그런 생각에 동의하면 안 되지 아버지잖아? 죽는다는 건데 그걸 어떻게 납득함? 부모는 아이를 어떤 일이 있어도 살려야 하는 사람임

재난영화 좋아해서 많이 보는데 이런 아버지 나 처음 봄

이 영화 보기 전에 본 재난 영화가 그린랜드였는데 거기 나온 아버지도 자기 애 살리려고 얼마나 구르는데?

이 영화 진짜 작위적인게 자살에 다들 동의하는 것임 내 기억으로 150명 중에 40명 가량 죽고 110명이 살아 있었던 거로 아는데 그럼 절대 자살에 모두 동의를 할 수가 없음 백신 안 통한다 해도 난 해보겠다, 나를 실험체로 쓰는 한이 있어도 하겠다 그런 사람이 적어도 열 댓명은 나올 것임

코로나 사태 때 모두가 규칙 잘 지키고 그랬음?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많았고, 생각 없이 행동하는 사람도 많았어

이 부분에서 가슴 속에서부터 혐오감이 우러나옴

감독이 각본도 쓴 것으로 아는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전개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음

영화 보고 기대한 만큼 너무 화가 나서 각 커뮤니티를 돌면서 감상을 보았는데, 이 전개가 오히려 전체주의를 비판한다 그런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더라

그럼 숭고한 듯이 묘사를 하지 말아야지

작내 묘사는 비판하는 묘사가 아님 그걸 비판하려면 이게 말이 되느냐고 화를 내는 누군가가 있거나 그걸 작 내에서 아주아주 역겹게 표현해야 함

또 화났던 장면이 시위 장면이었는데, 하와이서 돌아오는 시간이 9시간 정도인데 그 짧은 시간에 팻말 디자인에 인쇄하고 공항에 모여서 무려 공항 보안을 뚫고 활주로 점거 시위하는 걸 관객이 납득하라고 만든 장면임?

항공사나 공항쪽 근무하거나 공군 다녀온 남자들이 이 부분 진짜 지적 많이 하던데, 공항 보안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아 총들고 지키는 곳을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들어옴?

다들 비난하는 것처럼 댓글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진심으로 감독 때리고 싶더라

코로나 번지던 초기에 제주 모녀에 대해 비난 쏟아질 때도 지나친 비난 말라고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었음 예멘 난민 사태나 그런 사태 때도 모두가 같이 욕하거나 하지 않고 의견이 갈렸는데 한국 사람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것임? 자국민이 온다는데 막으려는 한국민이 어디에 있다고? 핵폭탄 실려도 그러면 사람 없는 공항에다 보내고 처리하자고 하지, 착륙 금지해달라고 시위하고 그럴만큼 한국 사람들이 매몰찬 사람들이 아냐

저 부분까지 보니까 감독 등짝 때리고 싶어지더라

사람을 진짜 뭘로 봅니까?

난 이거 신파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음

비상선언하고 비슷한 작품인 부산행하고 비교만 해 봐도 비상선언이 욕먹는 건 명확한 이유가 있음

인상적인 씬이 몇 가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좋은 점수를 매길 수가 없는 게 이런 이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