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션. 심했던 외모 강박을 차근차근 벗어가는 일대기를 공유하고 싶었어. 이게 꼭 정답이고 이렇게 하라는 건 아냐. 과거엔 예쁨이라는것만 있는 줄 알아서 그렇게 다녔는데, 시도해보니 기능성이나 간편한 걸 좋아하는 취향을 발굴함. 또 여자도 멋있을 수 있다?는 선택지를 알게 되서, 공유하고 싶었다.
또 종종 디토 다니면서 사회 생활 하면서 탈코르셋 하는 경우가 있냐 묻는 글 같은걸 봐서 이런 경우도 있다 말해주고 싶었음)
1 과거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강박이 심했어. 특히 외모 칭찬을 듣기 위해 자신있는 신체 부위를 뽐내며 다녔지만 힘들었어.
살인적으로 다이어트 하고, 안 꾸미고 다니는 여성을 이해 못하는 편..이었다.
2016년 빨간약 먹고 각성했어. 그때쯤 남자친구와도 헤어졌어.
2 환경
30대고, 복장에 터치나 패션 화장에 구애 안받는 자유로운 직업군이야. 여초직장
3 2016~2018
탈코를 하나씩 실천해본 시기. 일부러 사회의 여성스러움을 많이 놔봤어.
남성속옷, 남성복 바지를 입었고 민낯으로 다녀봤어. TPO에 따라 화장도 했지만, 2:8 정도.
머리도 질끈 묶고, 눈썹 흐린게 콤플렉스였는데 그것도 놓고. 옷도 교복처럼 입고 다녔다.
두드러진 변화는 치마 매니아에서 긴바지만 입고 다니게 됐어
변화/장점
-복장에서 기능성을 따지기 시작함. 노출을 안 하다보니 노출 했을때 거동이 불편해서 남여공용 혹은 남성 옷을 많이 입음
-가장 바뀐건 추위타는 거! 요인은 저체중과 치마 때문이었어. 치마입고 데이트 할 때 상대는 괜찮은데 나만 춥더라고. 긴바지를 입으면서 치마랑 체온 유지가 다르다는 걸 알게됐어 그래서 더울때도 냉장고바지같은 긴바지만 입음.
-체중강박이 사라지면서 칼로리 조절 안하고 자유롭게 먹었어. 한창인 20대 초중반에도 쉽게 피로함을 느꼈는데 체중이 오르면서 피곤의 요인이 너무 말라서였다는 걸 알게됐어. 보통체중이 되면서 피로가 많이 사라졌어.
-옷 엄청 많이 버리고 간소화 됨
-기초 스킨케어 제품 빼고 미용에 쓰는 돈이 0 됨.
-남자 빤스 정말 편해 시원
-남자 정장바지 앞섬 단추 세개. 밖에 채우는 거 하나, 후크 하나, 안쪽 하나 더 주머니도 깊고 베리 굿.
-옷을 안사니 남자 가족의 남방을 강탈(;)하기 시작함. 여자가 입어도 박음질자체가 어깨가 넓어보이게 나옴. 주머니 양쪽 두개에 긴팔인데도 시원한 기능성 옷이었음
-남자 이발소에 남자가족 따라 가 봤어. 그런데 이발사 아저씨가 새로 온 손님에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까딱? 하는게 신기했어. 서로 익스큐즈 되는 게 신기했음. 그리고 남자들끼리는 저로 어느 정도 존중이 기반 되는..? 어느정도 선을 넘지 않게 터치 안하는..? 걸 봤어. 여자, 남자 자라는 환경이 다른걸 직접적으로 느낀 시기.
4 2019-2020년
다 놨으니 투블럭도 하고 싶었어. 하지만 용기가 선뜻 안나 단발로 잘랐어. 과거에 숏컷, 여성 숏컷을 해봤는데도 투블럭만은 못하는 내가 답답했어. 딤토에 글도 올렸다. 그런데 그정도만 해도 많이 한 거니까 너무 괴롭히지 말고 천천히 가도 된다 해서 마음이 편해졌어. 그렇지만 역시 학생들을 많이 보는 환경인데, 종종 투블럭을 하는 학생들이 내 주변엔 꽤 보여서 힘을 실어주고 싶었어
그리고 고민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게 바로 해야 할 이유라는걸 알고 있었어.
이때쯤엔 종종 투블럭 후기,를 찾아봤는데 미용실 여자 남자 비용 다른데 투블럭한 여성인데도 여성 비용 내야 한다고. 뭐 그런게 사소하게 걱정됐어 싸우기 싫었거든ㅋㅋ
5 현재, 변화
-가장 드라마틱 한건....자전거를 자주 타면서 자전거 지나간다고 벨 띵띵 울리면 여자 남자 반응이 다른걸 봤거든. 중년 여성분이나 아이 엄마는 애가 있으니까 ? 멀리서라도 얼른 비켜주데 중년 남자들은 (정면으로 코앞에 와도 ) 잘 안비키는거야. 가까이 와도 잘 모르는 느낌. 벨 쳐도 안 비키는 경우도 있고. 그럼 내가 옆으로 비켜갔지만 왜 아저씨만 저러는지 의문이었어. 그걸 의식하고나니까 길거리 걸을 때에 정면에서 남자들은 내가 비킬 때까지 안비키는 편이라는 걸 발견했어. 여자들끼리는 서로 일찍 방향을 돌리는데, 남자를 만나면 나만 비켜감. 나도 끝까지 안비키면 그때서야 팔만 슬쩍 움츠리는 정도? 근데 투블럭 하니까 달라짐. 이건 밑에 다시 쓸게
-몇달 전부터 성범죄 사건이 많이 터졌잖아. 결심했고, 자르러 갔어. 긴머린데 투블럭 해달라 요청하니까 미용사분이 호들짝 놀라셨어. 그러나 곧 자긴 머리 짧게 자르는거 좋아한다면서 잘라줌. 정말 괜찮겠어요? 아빠한테 안 혼나요? / ㅇㅇ네 잘라주세여 / 하고 자름. 바리깡 미는데 남자 원장이 와서 투블럭 하넹 .. 하고 한마디 얹음. 무시 무시
-엄마한텐 미리 이야기 했는데 나도 아빠에게 혼날 줄 알았어. 그런데 오히려 아빠는 그러려니 하고 엄마가 더 마음에 안 들어 하셨다.
장점
-머리가 한 줌이라 샤워시간이 엄청 단축된다. 과거 20분~30분에서 5-10분. 샤워시간 긴 걸로 공공연했는데 머리길이 때문에 그런걸 가족구성원 모두가 알게 됐다.
- (^^좀 더러울 순 있는데) 앞머리 떡 져도 신경 잘 안쓰여. 긴머리때는 앞머리 자주 만지면 떡질까봐 조심하잖아. 투블럭 관리하면 헤어스프레이나 왁스 써도 앞머리쯤 가끔 갈라진단 말여. 그런게 있다보니까 엇 ㅎ 집가서 깜아야지 쑥스. 하고 덤덤하다.
-머리 민 부분에 공기가 통하면서 많이 시원하다. 단발이나 장발과는 다른 공기 통하는 상쾌함이 있다. 땀이 나도 통풍되면서 두피가 건강해지는 거 같다
-좀 나의 멋짐(;)에 도취된다.자신감이 있어진다.
-더 명확히 내 얼굴을 직시하게 된다. 내 턱선? 이나 머리가 가리는 게 없어지면서 자연인이 된 느낌. 처음 1주일은 적응하느라 어색하기도 했고 후회도 했는데, 지금은 좋고, 내 외모 자체를 받아들이며 자신감이 생겼다.
-한편으로 남성성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키가 좀 있는편인데 주변을 살펴보면 투블럭을 한 남성과 나랑 별 다를게 없어진다. 뭘까? 좀 하찮아 지는 게 있다... 물론 키 큰 남성도 있지만 작은 남성도 많다 ^^; 남자 남방을 입으면서 어깨가 넓어보이는 박음질인걸 발견하면서 더 좀. 만들어진 허상이 보인다.
-그냥 멋진 남자 보고 싶으면 날 보는게 더 빠르다... ㅎㅎ
- 앞서 썼듯이.. 머리 길 때 정면으로 길에서 마주치면 남자들이 비켜주는 걸 (잘) 경험 못해봤어. 피해의식일 수 도 있지만 나중엔 빈정 상해서 나도 가까워져서 스칠때 슬적 어깨만 움츠리기도 했고 안비키면 안비키는 대로 부딪히면서 다녔다(ㅋㅋㅋ) 그런데 머리 자르고 나서 아저씨들이 저기 1m 앞에서 나를 보고 걸음 방향을 바꿔서 비키는거야. (!) 그래서 어? 했어. 너무 티나게 비켜주니까. 반은 완전 다른길로 얼른 비켜주고 반은 그냥 어깨 움츠리고 비키는데. 이건 아직도 좀 긴가민가해 근데 티가 너무 나게 태도가 달라졌으니까. 맞겠지
달라진 점
-카페나 공공시설 가면 아저씨들이 자꾸 내 옆에 와(-_-) 지하철 타면 남자랑 여자 중 여자 옆에 앉는것처럼. 투블럭 한 친구한테 물어보니 친구도 그렇다 한다. 머리색이 화려한 친군데 자기 옆에는 사람들이 안 앉는다고 (ㅋㅋ)
-짧은 머리가 손이 많이 간다는 말이 있는데 확실히 자잘하게 손은 간다. 근데 긴머리 드라이나 머리 말리는거에 비교하면 엄청 간단하다.
좀 결이 다르다. 왁스나, 자고 일어나서 머리 붕 뜨면 머리 물 묻혀야 되고. 머리 길면 앞머리 찌르니까 안 하던 구르마도 쓰고.
긴머리때보다 자주 머리를 만지는데 하는데 쉽다. 1분~10분사인데 그 마저도 그냥 다니는 남자들 보면 진짜 편하게 다니는구나 체감된다.
-머리 관리한 남자 봐도 긴머리가 훨씬 관리 어렵고 시간 걸린다. 비교가 되니까 관리 한 남자 올려치는 것도 그냥 그래..
관리아이템 추천
긴머리보단 미용실을 자주 가게 됨.
-투블럭 한 자리 빨리 자라서 삐죽한 부분 다이소에 5000원짜리 바리깡으로 밀면 돼 가성비 굿
-앞머리 길면 3000원짜리 파마약으로 파마하면서 최대한 존버한다. (유튜브에서 셀프 앞머리 펌을 쳐보세요)
앞으로 / 느낀점
-더위를 많이 타서 여름동안은 유지하려고 해. 미팅 있을땐 머리 좀 길렀다가 회의 끝나면 다시 자르면서 조절중
- 투블럭 한 사람, 혹 과격하게 운동하는 사람을 보면 마음에 안차더라도 그냥 지지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어. 투블럭 한 사람은 소수고, 소수인 점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다는 걸 느꼈어. 너무 안 보이니까.. 가끔 외롭기도 했어.
-서로 다른 방향이더라도 지지해. 여성들이 편해졌으면 하는건 같은 마음이니까
-외적으로 탈코는 끝을 봤지만, 난 역시 내적으로 코르셋이 엄청 심해서 외적으론 문제를 털었으니 한동안은 내 마음 가는대로 하면서 편하게 쉴거야. 탈코르셋 강박에 지치긴 해서.. 언제 또 머리를 기를 지 모르지만 좀 편하게 있으려고ㅠ_ㅠ
-나도 불완전 해. 남자 못 잃고, 음.. 달라진 건 숏컷이나 투블럭인 상태로 연애를 하고 싶다.
-어쨌든 지향이 다르고, 서로 다른 길을 가더라도 존중이 중요한 거 같다는 생각을 함!
요약
-투블럭 하면 편하다. 긴머리 질끈 묶는 것보다 손이 가긴 하는건 있지만, 그걸 커버하는 장점이 있다.
근데 머리 길면, 앞머리 구르마 말게 되서 별은 하나 뺐다.
-할까 말까 고민이 된다면 한번쯤 해볼만 하다. 생각보다 별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