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P 왕중왕전 세대교체 흐름 확연
2020년엔 남자 테니스에 20대 천하가 도래할까.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8·스위스·3위)가 20대에 무릎을 꿇었다. 라파엘 나달(33·스페인·1위), 노박 조코비치(32·세르비아·2위)도 조별리그에서 짐을 싸면서 ‘빅3’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왕중왕전에서 모두 탈락했다.
페더러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ATP 투어 2019시즌 최종전인 니토 ATP 파이널스(총상금 900만달러) 준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그리스·6위)에 0대 2(3-6 4-6)로 패하며 탈락했다.
나달과 조코비치는 최상위 랭커 8명이 참가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이 대회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낙마했다. 준결승이 페더러-치치파스와 도미니크 팀(26·오스트리아·5위)-알렉산더 즈베레프(22·독일·7위)로 짜였는데, 페더러까지 탈락한 것이다.
20대의 시대가 올 것이란 예상은 그동안 계속됐다. 하지만 30대의 빅3는 여전히 남자 테니스를 지배해왔다. 올 시즌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과 US오픈에서 팀과 메드베데프가 각각 준우승하며 빅3에 도전했다. 메드베데프는 US오픈 결승에서 4시간50분의 혈투 끝에 2대 3으로 패했지만, 1·2세트를 내주고도 공격적인 플레이로 3·4세트를 따라가는 근성을 보이기도 했다.
페더러도 경기 후 “2020년엔 빅3가 차세대 선수들로부터 가장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연말 세계 1위는 빅3 차지였지만 우리는 점점 나이가 들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빅3의 몰락을 섣불리 예단할 순 없다. 이 대회에선 2017년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8·불가리아·20위), 지난해 즈베레프가 우승하며 올해까지 3년 연속 20대가 우승을 차지하게 됐지만 메이저 대회는 항상 빅3의 차지였다. 올해도 조코비치(호주오픈·윔블던)와 나달(프랑스오픈·US오픈)이 메이저 우승을 2회씩 양분했다. 2017년부터 3년간 12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자는 빅3가 돌아가면서 차지했다. 20대의 희망은 빅3 앞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연말 세계랭킹 1위도 나달의 몫이 됐다.
20대가 테니스계를 제패하기 위해서는 메이저의 중압감을 극복하는 게 선결 과제다. 통상 3세트까지 펼쳐지는 비메이저 대회에서는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20대의 우승이 종종 나온다. 하지만 심리적 압박감, 긴장감의 차원이 다른 메이저대회에서 20대들은 경험과 노하우로 무장한 빅3의 아성을 여전히 넘지 못하고 있다. 페더러도 “젊은 선수들도 한 단계 더 성장해야 한다”며 “나와 나달, 조코비치가 얼마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느냐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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