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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 글 썼었는데 어찌저찌 얼렁뚱땅 조무사로 취업성공해서 주절주절 써봐
1. 학원
학과공부랑 시험은 걱정 1도 하지말고 학원에서 시키는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됐음. 이것도 반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국비반이었는데 다들 기본적으로 인사하고 수업도 열심히 듣고 다같이 으쌰으쌰 꺄르르하는 분위기였음. 강사들이 젊은애들 나중에 모의고사 볼때 한번 봐라 너네랑 동기부여가 달라서 50대 언니들이 1등한다는 얘기 엄청 했는데 응 아니야 20대 애기들도 공부 졸라 열심히 함. 초반에는 그냥 적당히 지내다가 커리큘럼 끝나면 연락 끊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응 아니야 지금도 학원 동기들이랑 연락하는데 생각보다 엄청 위로가 됨. 조무사 처우는 어딜가나 비슷하니까 쟤랑 나랑 비교하면서 열등감 가질 일도 없고 가까운 동네 사니까 후다닥 만나서 술먹으면서 학원욕 병원욕 아주 재밌음.
국비는 학과수업시간, 실습시간 다 분단위로 정해져있고 출결을 매우 빡세게 관리하고 4대보험 잡히는 알바도 못함. 실습할 때 야간반 학생들 출석부에 n일~nn일 못옵니다 적어놓고 실습시간 자유롭게 정하는거, 직장 안그만둬서 생활비 걱정 없는 거 엄청 부러웠는데 본인들은 힘들어 죽을려고 하더라. 나는 평일에 학원 다니면서 주말알바를 구하려고 했는데 코로나때문에 알바자리 멸종해서 모아놓은 푼돈 다 까먹고 생활비대출 직전까지 옴. 히히시발. 어쨌든 국비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고 장단점이 있음.
2. 실습
간호사 : (입원환자 몰려온다고 베드메이킹 지시)
나 : 와 엄청 바쁘겠네요 알겠습니다
간호사 : 바쁘긴 뭘 바빠? 니가 뭘 한다고
나 : 아유 아무것도 안하죠 심장만 바쁘죠 ㅎㅎ (돌았나왜저래)
나 : (점심식사15분 양치5분 도합20분클리어)
조무사 : 밥을 왜이렇게 늦게먹어 이거 나 혼자 다 했잖아
나 : 아이고 죄송합니다 뭐부터 할까요~? (밥좀먹자시발)
여사님 : (다른 여사님 욕, 본인 TMI, 정말 궁금하지 않은 얘기)
나 : 어떡해 너무 힘드셨겠다.... (집에가고싶다)
이런 상황을 5개월동안 동시다발로 겪음. 나는 원체 쭈구리인데다 버스비 드는 것도 싫고 학생 취급은 다 똑같을 줄 알고 한 병원에서 700몇시간 다 채웠는데 실습 후 간담회하면서 들어보니까 다 이렇진 않은 것 같더라.... 병바병 로또.... 어쨌든 실습하면서 기본적으로 간호조무사라는 직업 자체가 본인 자아랑 사회생활용 페르소나 분리 잘 못하고 감정적으로 스트레스 많이 받는 사람이면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음. 내 스스로의 만족감이랑 별개로 사회적 인식이 별로인 건 맞으니까. 우리반은 실습기간에 3명 탈주함.
3. 취업
시험끝~취업전까지가 제일 힘들었음. 실습을 저렇게 똥꼬빨면서 다녀서 취업제의를 받았는데 학원 원장이 국비를 중간에 드롭하면 내일배움카드 불이익이 어쩌구 야간은 2-3년 다니는 사람도있고 웅앵하면서 말렸음. 취업은 학원이 시켜주는 거니까 걱정말라고. 그런데 코로나가 터져버렸습니다. 백퍼취업 시켜준다던 학원에선 요즘 자리가 너무 없어서 학생들 볼 면목이 없다 그래도 너같은 애는 금방 취업할 수 있다 ㅇㅈㄹ. 구직사이트는 일단 공고도 안나는데 경력자 / 3교대 / 주6일50시간 / 92년이후출생자 / 출퇴근2시간 다섯개 중 하나여서 맨날 울고 우울증 직전이었는데 돈 없어서 정신과도 못가니까 서러움 2배. 보니까 학원은 전체 취업률이 중요해서 학원 아니면 취업 못할 것 같은 사람 위주로 연계해주고 학원생활 성실하게 한 사람은 알아서 살 길 찾을 거 같아서 방치하는 것 같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ㅅㅂ.
원래 생각했던 조건에서 적당히 타협해서 운좋게 작은 의원으로 내일부터 출근하기로 했는데 이제서야 그동안 개고생을 보상받는 거 같아서 암이 낫는 기분임. 근데 여기도 ㄴㅅㅈ 지원인원 나포함 8명이었고 시험을 9월에 봤는데 아직 취업못한 동기들 오조오억명인 걸 보면 요즘 조무사 취업시장도 장난 아닌 거 같음..... 다른 업계는 얼마나 극헬이라는 걸까.....
작년의 나같은 토리 또 있으면 꼭 조무사가 아니어도 자격증이든 기술이든 뭐라도 배우는 거 시작했으면 좋겠음. 나는 인생이 삐뚤어져서 기업체 입사하기는 글러버린 스펙에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어서 조무사 괜찮은 선택이었던 거 같아. 이거 안했으면 평생 알바만 하면서 살았을 인생이어서.... 열심히 다녀보려고 함. 내년에는 조무사 1년 근무 후기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년에 쓴 글에 달린 댓글 보면서 엄청 위로받았어서 스펙업방 토리들 뭘 하든 그냥 다 잘됐으면 좋겠음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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