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오디션 프로그램이 조작 논란으로 얼룩진 가운데 처음으로 내부 고발자가 등장했다.
'프로듀스101'(2016)와 '아이돌 학교'(2017)에 출연했지만 두 번이나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해인은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이돌 학교' 촬영 중과 그 이후 자신이 보고 들은 부당한 일을 폭로했다. 이해인은 '프로듀스101'에서 17위로 탈락했지만 아이비아이(I.B.I)라는 파생 그룹으로 활동하고 드라마 '1%의 어떤 것'(2016) '애타는 로맨스'(2017) 등에 출연했다. 두 번째 서바이벌 도전 '아이돌 학교'에서는 최종 11위를 하며 데뷔에 실패했다. 이해인은 '아이돌 학교' 내정자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자신은 알 수 없으며 '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말해서 잃는 것밖에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지만 말하지 않으면 많은 오해를 낳고 훗날 후회하게 될까 사실만을 기록한다'고 내부 고발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예선 참가하지 않은 출연자
'아이돌 학교'는 방송 전 두 달 동안 '걸그룹 데뷔를 희망하는 일반인'을 공개 모집했다. 체육관을 꽉 채운 지원자가 춤을 추는 영상도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실제로 '아이돌 학교'에 출연한 41명 중에는 이 예선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해인 역시 처음에는 3000명 오디션에 참석하지 말라는 요청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해인은 "모두가 참석했다고 말하고 싶다면 1차 오디션 영상을 공개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또 '아이돌 학교' 방송 전 CJ ENM이 미성년자인 일반인을 위해 참가자 41명 전원과 전속계약을 맺는다고 했지만, 실제로 계약을 맺은 건 일부였다고 밝혔다.
미션곡 멤버까지 제작진 입맛대로
이해인은 '아이돌 학교' 촬영 과정에도 불합리한 일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해인은 '마지막 촬영 전날 데뷔할 것 같지만 하고 싶지 않아 하던 특정 참가자를 불러 달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또 경연 당일 '팀 내 1등 뽑기'에서 '팀 대 팀 대결'로 룰이 바뀌기도 하고, 팀 대결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팀은 라이브로 노래를 하고 어떤 팀은 립싱크를 했다고 설명했다. 생방송 미션에서 원하던 조에 들어가지 못한 이해인은 '곡에 관한 오디션에서 떨어진 후 나를 떨어트린 분들께서 제작진들이 나를 반대했다고 말하며 미안하다는 멘트를 듣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인권 지켜지지 않은 촬영 환경
'아이돌 학교' 합숙은 경기도 양평 영어마을에서 진행했다. 이해인은 '(2017년) 5월쯤 양평 영어마을에 들어가 마지막 생방송 날까지 단 하루도 외부에 나온 적 없다. 휴대전화도 압수당했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CJ 계열 드러그스토어에서 쇼핑할 기회가 있었고, 그 외에는 영어마을 내에 있는 매점도 이용할 수 없었다. 식사 시간을 놓치면 굶어야 했다고. 학교에 가는 참가자들이 옷 안에 몰래 음식을 숨겨오기도 했지만 몸수색을 통해 빼앗겼다. 5개월 동안 24시간 내내 촬영했지만 출연료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름에 시작한 합숙은 가을까지 이어졌다. 이해인은 '양평은 서울과는 기온이 다르고 체감상으로는 더 추웠다. 촬영이 막바지가 될수록 추워하는 친구들이 이의를 많이 제기했지만 절대로 내보내 줄 수 없고 부모님께 택배를 딱 한 번 받을 수 있게 해줬다'며 '제작진이 따로 음식을 시켜 먹고 간식을 먹는 동안 우리는 남긴 음식을 따로 몰래 가져와 먹기도 하고 그야말로 인권이라는 것이 없는 촬영을 했다'고 강조했다. 또 방송에 숙소로 나온 곳은 창문 하나 없는 스튜디오였으며, 이 때문에 피부병이 난 참가자도 있었지만 제작진은 그곳에서 자라고 강요했다. 거듭 항의해 숙소를 바꿀 수 있었다.
경찰 "문자 투표 원본 데이터 분석"
'아이돌 학교' 및 '프로듀스X101' 조작 논란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문자투표 원본 데이터 보관 업체를 압수수색해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피의사실 공표 우려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아이돌 학교' 제작진을 사기·증거인멸 혐의로 고소·고발한 '아이돌 학교 진상규명위원회' 대표 고소인은 참고인 진술을 했다. Mnet 측은 이해인의 폭로에 대해 "언급된 내용이 다양하기 때문에 확인에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