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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5년 만에 출연, 변치 않은 소박한 일상 보여주며 공감 자아내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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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는 최근 오랜만에 돌아온 원년 멤버 김광규의 복귀로 유쾌한 웃음을 안겼다. 지난 2일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그때 그 시절 무지개 특집'으로 꾸며진 <나 혼자 산다>에는 추억의 멤버 김광규와 하석진, 육중완 등이 출연했다.

김광규-육중완은 오랫동안 <나 혼자 산다>의 고정멤버로 함께 활약했고, 하석진은 '무지개' 모임 게스트로 출연하여 이른바 '공대 오빠' 캐릭터를 선보인 바 있다. 육중완은 결혼과 함께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을 명예 졸업했다면 김광규과 하석진은 <나 혼자 산다>를 하차한 지 어느덧 수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자신만의 '싱글라이프'를 꿋꿋하게 이어가고 있다. 겉보기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미묘하게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 멤버들의 일상은 짠한 웃음과 공감대를 동시에 자아냈다.

특히 김광규의 복귀가 유독 돋보인 것은 그동안 다소 방향성을 잃고 주춤하던 <나 혼자 산다>에 모처럼 초심을 돌아보게 만드는 신선한 활력소와 같은 효과를 안겼기 때문이다. 김광규는 <나 혼자 산다>의 창단 멤버이자, 이 프로그램이 오늘날 방송가를 대표하는 장수 관찰예능으로 자리잡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 인물 중 하나다. 이 프로그램은 김광규 본인에게도 영화 <친구>의 조연 배우 이미지를 넘어서 예능으로의 활동 무대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저마다 개성이 뚜렷했던 원년멤버들 중에서도 초창기 <나 혼자 산다>를 대표하는 분량 제조기를 꼽으라면 바로 김광규와 데프콘, 투톱이 있을 것이다. 데프콘의 트레이드마크가 거친 힙합 전사 이미지를 뒤집는 반전의 '덕후' 매력과 '먹방'이었다면, 김광규에게는 4050세대 평범한 독신남의 일상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짠내 라이프'가 있었다.

초기의 <나 혼자 산다>는 출연작 홍보나 인맥 과시에 더 가까워진 요즘과는 다르게, 유명인들의 자연스러운 일상, 주체적이면서도 고독한 면모도 있는 싱글라이프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방송에 가까웠다. 데프콘과 김광규는 이러한 <나 혼자 산다>에서 요즘 시대 싱글남들의 일상을 가장 꾸밈없이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이 프로그램 출연 전까지만 해도 인지도가 높은 유명 스타는 아니었지만, 그들에게는 가공된 이미지 관리나 홍보를 목적으로 관찰예능에 출연하는 다른 유명 셀럽들이 결코 따라올수 없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인간미가 있었다.

친근하고 만만한, 김광규만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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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특히 김광규는 <나 혼자 산다> 출연자 중 개인의 인생사를 가장 폭넓게 보여준 인물이기도 했다. 늦깎이 배우로서 살아남기까지의 애환, 이사와 집들이 과정, 결혼에 대한 미련과 고민, 동료 배우들과의 츤데레적 애증관계, 나홀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 고향의 어머니에게 낡은 옛집을 벗어나 아파트를 장만해주는 훈훈한 장면 등등. 특정한 캐릭터 위주로 부각된 다른 멤버들과 달리, 한 개인의 다양한 삶의 면모를 이 정도까지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조명한 경우는 김광규 외에는 없었다.

데프콘이나 육중완, 노홍철, 강남 등 프로그램 초기의 젊은 멤버들이 철들고 싶어하지 않는 '어른이' 특유의 피터팬 감수성을 보여줬다면, 김광규는 현실의 무게를 충분히 경험하고 직시할 줄 알면서도 작은 행복과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소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공감을 자아냈다.

관찰예능이 너무 진지하면 다큐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김광규가 지극히 평범하거나 심지어 짠한 순간조차 웃음포인트로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그의 '친근하고 만만한 매력' 덕분이다. 첫 무지개 모임 때부터 초면에 방귀를 텄다가 면박을 당하거나, 동생들의 짓궂은 장난에 시종일관 놀림을 당하면서도 푸근하게 받아주는 모습, 의도적으로 웃기려고 한 것도 아닌데 자꾸만 억울한 상황에 직면하는 시트콤스러운 일상은, 연예인이라기보다는 마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편안한 동네 형이나 삼촌을 연상시킨다.

바로 <나 혼자 산다>의 초기 방송 취지이기도 했던, '연예인이라도 결국 일상으로 돌아가면 우리와 같은 고민과 희로애락을 안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공감대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인물이 바로 김광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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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약 5년 만에 감짝 재출연한 <나 혼자 산다>에서도 김광규의 캐릭터는 변함이 없었다. 솔로 탈출을 간절히 꿈꿨지만 그는 여전히 강제적인 싱글라이프를 이어가고 있고, 내집 장만 타이밍을 놓쳐서 결국 월세로 살아가고있는 짠내나는 일상도 여전했다. 이서진과 <삼시세끼>에 출연하기 위하여 <나 혼자 산다>는 버렸다는 육중완의 폭로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불타는 청춘>에서도 선보였던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영어 가사를 한글 발음으로 적어놓거나, 물을 아끼기 위하여 샤워 대신 구부정하게 허리를 숙이고 아재 특유의 머리감기를 선보이는 모습같은 소소한 장면만으로도 끊임없이 방송분량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김광규 캐릭터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어찌보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지만 계획한 대로만 되지 않아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는 우리네 웃픈 일상과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더 남의 일같지 않은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수많은 사생활 관찰 예능이 놓치고 있는 것

김광규 효과에 힘입어 <나혼자 산다>의 2일 방송분은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전국)을 기록했다. 근황이 궁금했던 추억의 멤버들이 오랜만에 복귀하면서 주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시청자들이 현재의 <나 혼자 산다>에서 가장 아쉬워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만든 시간이기도 했다.

<나 혼자 산다>는 장기간 금요일 예능의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지만 최근 들어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명인들의 싱글라이프와 관련된 애환과 트렌드를 사실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했던 초기 모습은 이미 벗어난 지 오래이고, 갈수록 억지스러운 에피소드 지어내기, 출연자의 삶에 집중하기보다 스튜디오 만담 분량의 지나친 증가, 연예인-셀럽들의 친목쌓기 등이 단점이 반복되며 기존에 넘쳐나는 수많은 관찰 예능물과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이미 유명인들의 화려한 집구경이나 취미생활-인맥 자랑 등에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방송일수록 억지로 특별한 것을 만들어 보여주려고하기보다, 소소한 일상과 캐릭터 속에서 어떻게 특별한 순간을 포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오늘날 <나 혼자 산다>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생활 관찰 예능들이 놓치고 있는 덕목이기도 하다.



https://news.nate.com/view/20201004n07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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