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이 글(https://www.dmitory.com/roommate/86764448)을 쓰고
톨들의 조언을 받아 지옥같은 곰팡이 제거를 마치고 셀프로 도배까지 마친 톨입니다...
원래 후기같은 거 귀찮아서 잘 안 남기는데
자취방톨들 도움 너무 잘 받았고, 미래에 도움이 될 누군가를 위해 남김 ㅠㅡㅠ
어느날 책상쪽 벽에 곰팡이같은 게 군데군데 피어있는 걸 발견했고
옆에서 번져온 것 같아서 장롱을 드러내 봤더니
온 벽이 곰팡이였고 장롱 뒤도 곰팡이 투성이었다... 멘붕... 죽고싶었음
월해 초에 도배한 방인데 그 때 다 안 말린 채로
몇 시간만에 장롱을 집어넣으신 게 이 꼬라지의 원인인 걸로 추측된다
장롱 뒤만 집중적으로 곰팡이가 나있으니까...ㅎㅎ
새로 이사할 방을 보는 톨이라면
장롱이나 붙박이장 뒤를 꼭 확인해보길 바람
또 일부만 도배 새로 돼있다면 백퍼 곰팡이 폈던 방이야ㅋ
암튼 나의 한달간의 투쟁을 자세히 남겨봄 ㅠ
1. 곰팡이를 발견했다면
이건 내가 쓴 방법은 아닌데, 벽지 안 뜯고 될 것 같은 조금 번진 부분도
벽지 뜯어내는 개고생을 하면서 수십번 후회했어서 씀.
벽지 제거 없이 해결할 수 있으면 먼저 그 방법을 시도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스칼프같은 독하고 유명한 전용 곰팡이 제거제를 써보는 걸 추천함
걍 락스로도 되는 거 아냐? 굳이 더 비싼 걸 살 필요 있나? 했는데
아... 그냥 그거 살걸... ㅎㅎ 싶었음...
저게 벽지 안 뜯고 돼? 싶은 곳들도 지워질만큼 강력한 것 같더라
광고 아님 ㅠ 내가 근육통으로 넘 힘들었어서 ㅅㅂ ㅠ
결국 벽지 뜯었어도 락스보단 쉽게 제거했겠지...하는 생각 여러번 들었어 ㅠ
독하면 몸에 안 좋은 거 아닐까 같은 생각은 ㄴㄴ야
걔들은 락스물 마구 끼얹어도 바짝 안 말리면 거기서도 또 번지는 독종새끼들임
그냥 처음부터 독한 걸 써
2. 벽지 뜯고 곰팡이 제거
준비물
- 곰팡이 제거제 또는 락스
- (락스일 경우) 철 수세미
- 선풍기
- 드라이기
- 고무장갑
- 마스크
- 쇠 헤라
- 여분의 쓰레기봉투와 걸레 등
1) 벽지를 제거한다
도배는 도배보다 벽지 제거 작업이 거의 다일 정도로 거지같이 고된 작업임 (도배 업체가 인건비 많이 받는 이유를 알게됨)
벽지 다 뜯어내고 헤라로 긁어냄
지루하지만 깨끗하게 제거해놔야 곰팡이 제거할 때 편해짐
벽지 제거제를 팔기도 하는데 살 수 있으면 사 ㅠ
그리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해야 함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생각보다 오래걸리는 데다가
늑장 피우다가 곰팡이 제거하고 말리기 전에 밤되면 드라이기 쓰기 힘들어서 망함
2) 곰팡이를 제거한다
시멘트에 핀 곰팡이들을 락스 원액에 철수세미로 벅벅 문질러서 제거했음
곰팡이 전문 제거제가 아니라서인지 뿌리는 정도로는 절대 안 녹더라...
시커먼 곰팡이들 벅벅 문질러서 없앴다 ㅠ
고무장갑과 마스크는 필수로 챙기길 바람...
난 멍청하게 화장실 청소할 때의 락스 약간 튀는 정도라고 생각하고
처음엔 1회용 비닐장갑 끼고 했었는데
손톱이 불편할 정도로 짧아지고, 마치 칼에 베인 것 같은 상처들이 나고, 피부가 벗겨짐...
한동안 스마트폰 지문 인식도 안됐어^^
결국 고무장갑 사옴......
여기부터 혐짤 주의
벽지 뜯기 전 상태 → 곰팡이 70%정도 제거 후 정상적인 시멘트 색이 보이는 것에 감격해서 찍은 사진 → 제거 후임
눈물 난다... 깨끗한 시멘트 사진 볼 때마다 너무 행복해
3) 드라이기로 말린다
100번 강조하지만 ★제거보다 더 중요한 게 말리기★야
골고루 말리되, 나중에 쓸 선풍기로 말리기 힘든 위치를 더 집중적으로 말려줌
만약 심각하지 않아서 벽지는 안 뜯고 벽지 위 곰팡이만 제거했다면
더 열심히 말려줘야 함...
습한 종이랑 나무는 곰팡이 피기 딱 좋은 조건이라서
제대로 안 말리면 다음날 더한 헬게이트 열림...
특히 나무 가구라면 종이보다 더 죽어라 말려야 함
4) 선풍기로 말린다
이제 선풍기를 몇날 며칠 계~~~속 벽에 틀어두면 됨
바짝 말려서 나쁠 거 없으니까 이렇게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오바스럽게 말렸어
시멘트는 생각보다 빨리 마름!
문제는 벽지 위랑 나무 가구야...
특히 나무는 겉으로는 마른 것 같아도 속까지 안 말랐을 때가 많음
내 장롱도 하루종일 말렸는데도 하루 뒤에 선풍기 껐더니
다음날 또 새 곰팡이가 피어있었고... 죽고싶었음...
찾아보니 나무, 특히 원룸 등에서 쓰는 싸구려 나무 가구면
곰팡이 완전 제거도 쉽지 않고, 걍 버려야 할 때가 많다고...ㅎㅎ
멘붕이 왔지만 옵션 가구라 버릴 수도 없으므로
다시 곰팡이 제거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선풍기를 2주간(...) 씌우면서 말림 ㅠ
또 곰팡이 생기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새 곰팡이는 안 폈어 ㅠ 역시 나무는 더 오바스럽게 말려야 함
선풍기도 중간중간 세척해줘
제거 직후 & 하루 지난 뒤에도 10초 간격으로 계속 헛구역질과 재채기에 시달려서
선풍기 씻어줬더니 좀 줄었음
3. 빨래
장롱 안 벽에도 살짝 곰팡이가 번져있더라... 내 옷 ㅠㅡㅠ
잘 안 입는 건 걍 버려버렸고, 나머지 옷들은 싹 다 빨기로 결심함...
곰팡이자국 지울 때 좋다는 과탄산소다 쓰면 되겠다 싶어서
과탄산소다 + 베이킹소다 + 빨래세제 이렇게 대야에 담구고 일일이 손빨래 했어
날씨도 습하고 자꾸 비오고 그래서 빨래가 잘 안 마르더라
빨래 전부 끝내는데 15일 걸렸음...
그래도 이쯤부턴 죽고싶다 → 죽을 것 같다로 바뀜ㅋㅋㅋ
4. 도배
벽도 바짝 말렸고 드디어 도배를 하기로 함
놀랍게도 풀바른 벽지라는 신문물이 있다고 한다
풀이 다 발라져서 그냥 붙이기만 하면 되는 벽지래 ㅠㅡㅠ
1) 초배 작업
벽지 붙이기 전에 초배라는 걸 해야 시멘트에 벽지가 잘 붙는다고 함
초배지도 걍 풀바른 초배지로 주문했어
도배 알못이라 불안했는데 엄청 쉽다
지금까지의 개고생은 뭐였나 싶을 정도로 쉽다
걍 조심스레 잘 떼서 붙이면 땡이다
3장이었는데 1시간 내에 다 붙임
참고로 곰팡이 제거 때랑 달리
도배할 때는 선풍기 절대 안되고 창문도 닫는 게 좋고 난방도 켜면 안 됨
인위적으로 말리면 너무 금방 말라서 떨어져버린다고 함
2) 벽지 붙이기
초배지 마른 후에 (3시간 정도 말린 듯)
벽지 조심조심 잘 떼서 풀 마르기 전에 얼른 붙이면 끝임!!
대략 2시간 정도 걸린 듯함
처음에 윗쪽만 잘 붙이면 그 뒤론 쉽다
천장만 아니면 여자 혼자서 충분히 할만해
단 벽지 칼로 자르는 건 좀 힘들더라
풀 때문인지 깨끗하게 안 잘렸어
그냥 벽만 보면 전문업체에서 한 거랑 똑같은데
끝에 자른 부분들 보면 좀 허접해ㅋㅋㅋ
이건 도배 직후 사진이지만 마르면 아주 깔끔해짐
팁이라면
- 가운데서부터 바깥으로 붙이는 게 좋다
- 붙이고나서 롤러, 마른 걸레 등으로 꼼꼼히 밀어준다
- 처음엔 눈에 잘 보이는 벽부터 붙인다
난 롤러 없어서 박스 테이프로 굴리면서 눌러줬는데,
박스 테이프로 꾹꾹 눌러준 부분들은 확실히 마르고서도 안 들뜸
눈에 잘 띄는 벽부터 붙이라는 이유는
막판에 남는 벽지로 붙인 자리는 가위질 삐뚤삐뚤한 게 너무 잘 보여서...
하루면 다 마른 것 같아 보이지만 풀바른 벽지 업체에선 3~5일 걸린다고 하더라
그래서 난 또 오바스럽게 7일간 말림
물론 선풍기는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마르게 냅뒀어!
3) 기타
난 돈만 생기면 바로 이 집에서 나갈 거라 건너뛰었는데
오래 살 집이면 도배 전에 곰팡이 방지제? 같은 걸 도포하면 좋을 것 같아
5. 가구 배치
곰팡이 제거 전문업체 말들 보면 장롱이나 붙박이장 절대 벽에 딱 붙이지 말라고 함
보통 벽지에서 곰팡이가 생겨서 가구까지 옮겨가는 거라...
그래서 나도 10cm 정도 띄워놨음
틈틈이 장롱 빼서 확인해 볼 생각임
이것까지 하고나니 무려 한달이 지남ㅋㅋㅋㅋㅋ
6. 비용
- 벽지 뜯기 및 곰팡이 제거: 1만원 이내
- 도배: 2만원 이내 (초배지 74cm 3장, 벽지 94cm*220cm 3장)
- 초반의 뻘짓: 2~3만원
초반에 잘 모르고 뻘짓해서 중복 비용이 들어갔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했다면 3만원 이내로도 끝냈을 정도라 비용은 많이 안 들어
참고로 비염은 곰팡이와 관계있는 게 확실하다...
곰팡이 제거할 때랑 벽지 제거할 때
다른 곳은 괜찮았는데, 제일 심한 장롱 뒤쪽만 하고나면
3일내내 10초 간격의 헛구역질과 재채기에 시달리고 비염이 엄청 심해졌음... ㅠ
이렇게해서 드디어 곰팡이와의 투쟁이 끝났어 ㅠ
경과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직까지 새로 곰팡이가 필 기색은 안 보이는 것 같아
전 글에 좋은 조언 남겨준 토리들 진심으로 감사함 ㅠㅠ
맘고생 몸고생 크리티컬....
그래도 쓴톨 대단하다 진짜...
실행력과 인내와 끈기에 박수쳐주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