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무슨 벌렌지 몰라 일부러 검은 부분은 눈 흐릿하게 뜨고 봤다
낮밤 바뀐지 오래라 글 읽고 있는데 날개소리 후 챡 하고 앉는 소리가 3번정도 들렸다.
아니겠지 아닐꺼야 라고 심호흡하고 일부러 더 글에 몰입했는데 또 들림.
그리고 무심코 고개 들은 내 시선에 꽂힌 하얀 벽지에 검정의 무언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소리지르고 싶은 마음 꾹 참고 일단 우리 집 댕댕이님 다른 방으로 피신시키고 모기약을 찾았으나
마음이 급해서 모기약 대신 소독제만 잔뜩찾았다.
일단 소독제도 저 크기에선 유해할거 같아서 소독제를 검 삼고 졸업 후 장식용으로 서재에 있던 전공책을 방패 삼아 앞으로 돌진.
촥촥촥 뿌리고 한발 물러서고 촥촥 뿌리고 부우웅 날아가고를 내 체감상 1시간 했는데 10분 지나있었다ㅠㅠㅠㅠ
댕댕이님이 감히 야밤에 자기를 가뒀다고 문을 긁기 시작하셨고 얘도 소독제가 약간의 도트뎀 타격이 있는지 이동 반경이 넓지 않아서 한 숨 돌릴겸 한발 후퇴.
한숨 돌리고 댕댕이님 마음도 좀 풀어드리면서 피신하신 방을 둘러보다가 서랍장 위에서 벌레퇴치 스프레이 발견!!!!
아 진짜 스프레이 발명한 사람 상 줘야 한다 이거뉴ㅠㅠㅠㅠ
장검에서 기관총으로 무기 업그레이드 한 기분이 이거였다ㅠㅠ
마음을 가다듬고 밖으로 나와 주방쪽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놈에게 스프레이 발사!!!!!!!
놈은 갑자기 강력해진 공격력에 부우우우우우웅 하던 비행이 부욱 붕 붕붕 부우웅 으로 하락했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칠수가 없었기 때무네 바로 다시 스프레이 공격!!!츄와아아아아악 뿌려지는 벌레약이 무지개처럼 보였으나...
놈이 설거지를 마치고 건조중이던 그릇들이 잔뜩있는 식기 건조대로 떨어졌다.
그릇이고 설거지고 나발이고 난 이걸 헤치우지 못하면 잠자긴 틀렸다는 생각으로 건조대를 향해 계속해서 스프레이를 발사했고 기운없이 붕붕 하던 소리도 잠잠해졌다.
해치웠나? 라는 기쁨도 잠시 잔뜩 쌓여있던 그릇들과 식기 건조대까지 설거지 해여 한다는 슬픔이 나를 강타했다.
그런데 나는 한가지 더 끔찍한 사실을 더 떠올렸다.
저 그릇들 사이에서 놈을 찾아내 확인사살을 해야한다는 것.
날개짓 소리는 확실하게 죽었으나 그릇 어딘가에서 놈이 반격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너무 싫지만 건조대 위 그릇들을 하나 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분리수거를 위해 배달용기들을 씻어놓은게 더 많았기 때문에 추가 설거지는 후라이팬 도마 정도라는 거에 작은 위안감을 느끼며 작은 그릇부터 옮기기 시작했다.
물론 한 손에는 기관총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투명 보관용기를 싱크대로 던져놓을 때 까지 놈의 사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나는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며 마지막 그릇을 싱크대에 던지고 혹시 건조대 밑으로 기어들어갔을 까봐 밑부분까지 다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분리수거용으로 따로 분리해둔 플라스틱 용기들을 속에서 검은것이 기어나와 움직이기 시작했다.
놈은 이제 붕의 ㅂ도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그 크기와 생김새로 나를 위협하고 있었다.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로 다시하면 공격을 가하고 그릇을 옮기느냐 식탁에 올려놨던 전공책을 가져와 놈을 가격했다.

이 새벽에 어울리지 않는 큰 소음이었으나 내가 중간 중간 지른 작은 신음과 스프레이 뿌리는 소리 부우웅 하며 공격할때마다 어쩔줄 몰라하며 방정맞게 호들갑떨어댄 몸짓으로 이웃분들이 어림짐작하고 용서해주기를 바라며 전투를 마쳤다.

그리고 혹시나 압사당하지 않았을 까봐 전공책 위로 대용량 세제를 올려놓고 사방을 꾹꾹 눌러줬다.

현재 차마 사체 확인까지 할 멘탈이 남아있지 않은 관계로 침대위에서 댕댕이님의 심기를 풀어드리고 사체는 어...아침에 싱크대에 잔뜩 쌓인 설거지를 마치고 확인 할 예정이다.

새벽3시에 너무 무섭고 힘들었다ㅠㅠㅠ 진짜 당근에 벌레잡아달라고 올려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ㅠㅠ
그리고 전투력 강화용품 추천 받는다ㅠ 히바무ㅠㅠ
  • tory_1 2021.09.29 04:30

    이래서 내가 밤에 창문을 못열엌ㅋㅋㅋㅋㅋ 그래서 뭐였어? ㅋㅋ 나도 1차로 에탄올 스프레이 쓰는데 주방이고 어디고 죄책감없이 막뿌리기 좋아서 이거만한게 없더라 그리고 효과가 확실히 있어 애들이 힘들어함 고생했네 ㅋㅋ

  • W 2021.09.29 09:10

    몰라 사체도 눈에 최대한 힘 풀고 치워서 뭔지 모르겠는데 웬지 나무에 자주 앉아 있을거 같은 생김새였어ㅜㅜㅜㅜ 

  • tory_3 2021.09.30 17:21
    아앜 ㅠㅠㅠㅠㅠㅠㅠ 글이 현장감 넘쳐서 몰입해서 읽었네..... 나도 얼마전에 설거지 다 해놓고 한참 뒤에 비닐 하나 헹구려고 싱크대 물트는 순간 그리마 튀어나와서 소리 지르면서 그릇이고 나발이고 싱크대 통에다 에프킬라 뿌려서 조지고 설거지 다 다시했어서 진짜 남 일 같지가 않다 ㅋㅋㅋㅋ 새벽에 수고해써 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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