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노묘 키우는 토리야.
며칠 전에 우리 할모니가 느닷없이 발작 증세를 보여서 (뒤로 넘어가서 다리를 허공으로 움직이는 페달링. 동시에 소변 지림.)
병원을 다녀왔거든. 피검사랑 엑스레이, 심장초음파 모두 진행했는데 특별한 이상 없었고..
(심장이 조금 두꺼워지긴 했는데 큰 이상이 있을 정도의 두께는 아닌)
남은건 MRI 였는데 애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그건 미뤘어.
발작 후유증으로 인해서 애가 인지장애가 와가지고... 마치 영혼은 날아가고 껍데기만 남은 상태 같았거든;
고양이 모양으로 숨만 쉬는 인형 처럼 변해서 스스로 물도 못마시고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가고...
이 상황에서 1시간 넘게 마취하고 촬영했다가는 다시는 못 깨어나거나 아니면 깨어나서 급사할 지도 몰라서..
오늘 드디어 애가 혼자서 물도 마시고 화장실 가서 응아 쉬 하고 다녀서 한 숨 돌려서 글 쓴다 ㅠㅠ
결과적으로 우리 애는 뇌신경 이상으로 '추정'되긴 하는데, 확실치는 않아. 고앙이 발작의 경우 원인불명이 더 많나봐.
근데 증상 추적으로 애 과거 이상 행동을 찾다보니 좀 수상한 일이 있었어.
작년 쯤 우리 애가 처음으로 마치 급체한 것 같은 행동을 보인 적이 있었거든.
1. 동공이 커지면서 몸이 뻣뻣하게 굳음.
2. 침을 뚝뚝 흘리면서 삼키지는 못하고 이를 악뭄.
3. 끅끅거리는 듯한 신음을 흘림.
4. 구토 후 갑자기 얼음땡 풀리듯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옴.
약 7~10분 정도.
이랬거든.
당시에는 구토 하려다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넘어갔어.
그 증상이 그 후 4. 5개월 정도 지나서 한 번 더 있었고.
세번째가 바로 저 발작이 일어나기 직전에 있었어.
병원에서 어쩌면 이 급체처럼 보이는 행동이 발작 전조 증상일 수도 있단
의견을 주더라. 점점 주기가 짧아져서 5개월, 3개월 정도로 줄어든 것도 있고....
그로 인해 증상이 심화되서 드디어 애기가 페달링까지 간 것 같다고.
나이든 노묘의 경우 뇌수막염이나 뇌종양, 혹은 심장 등 다른 내부장기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원인 불명의 발작 경련이 일어날 수 있대 ㅠㅠ 물론 원인은 있겠지만 찾을 순 없는...
우리 애는 저 꼭 사람 협심증처럼 보이는 증상이 그 발작의 전조 같아.. 그래서 일단은 다시 저 증상이 나타날 때 발작을 억제하는
항정신성 스프레이를 받아왔어. 네번째 증상이 나타나면 약으로 발작을 멈추고 병원으로 오래.
그땐 위험해도 엠알아이 찍어보고 결과에 따라 항경련제 등을 남은 평생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
혹시 노묘들 중에 애기가 있는 힘껏 이를 악물고 몸을 뻣뻣하게 굳히고 이유 없이 동공이 확장된 채 구석에 숨어서
침을 흘리는 증상을 보인다면, 병원에 한 번 가서 상담 받아봐 ㅠㅠ 구토 못하거나 잠깐 컨디션 나쁜 상태라고 나처럼
바보같이 미루지 말고...ㅠㅠ
페달링 증상 정말 짧게 3초 정도 2회 했는데....
세상 똑똑하던 우리 할모니는 지금 스스로 화장실 가는 것만 해도 칭찬 받는 고양이가 되었어 ㅎㅎ
발작이 몇번 반복되면 치매환자처럼 뇌세포가 많이 많이 죽는다고 하더라.
인지장애 무사히 회복되서 울 할모니가 다시 전처럼 수다쟁이 똑똑이가 되주길 바라며 글 써봐.
고마워. 노인 봉양이 쉽지가 않다. ㅋㅋㅠㅠ 힘내자 노묘집사 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