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마지막 달, 14일.
그 밤에 고양이별로 여행을 떠난 우리 천사 고양이, 애기.
처음 만났을 때 그 모습이 너무나 작아서,
한손에 담기도 아슬아슬했던, 만지는 손길 하나하나 조심스러웠기에
지어준 이름, 애기.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뜨겁던 그 해, 5월 22일 나에게 와서
6051일을 함께하고 그렇게 너는 우리 가족의 곁을 떠났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
항상 생각해오긴 했었어.
네 걸음걸이가 점점 느려지고
뛸 수 있는 높이가 점점 낮아지고
뛰어노는 시간보다 누워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언젠가 네가 날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왔어.
그런데 그건 전부 if에 불과한 상상이었는데
이렇게 현실이 될 줄은 몰랐어.
아직도 모든 게 꿈같아. 긴긴 악몽을 꾸는 것 같아.
깨어나면 네가 평소처럼 옆에서 잠들어있고, 갑자기 일어난 나를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는 거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믿기지 않아. 지난 주, 이 시간만해도 내 옆에서 멀쩡히 자고, 먹고, 나를 그 다정한 눈빛으로 봐주고. 그런데 그랬던 네가,
어떻게 내 곁을 갑자기 떠날 수 있는지.
만약 내가 네 곁을 떠나지 않았다면,
여전히 넌 내 곁에 있었을까.
무수히 많은 가정들이 내 머릿속을 떠다녀
가슴이 아파.
학생일때는 학생이라는 핑계로,
직장인일때는 일한다는 핑계로
널 너무 외롭게 했던 거 같아서
넌 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어
늘 그 자리에서 날 기다려줄 것 같았어.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던 금요일
더 이상 연가를 낼 수 없어서 출근을 하고, 하루만 있다 온다는 그 말을 알아들었던 걸까
왜 자꾸 물통을 찾아가서 한쪽 뺨을 적시면서 기대고 있었던 건지
너무 아팠을 텐데 내가 도착한 소리에 벌떡 일어났던 너
이제 생각해보면 그 이상했던 행동들이 내가 올 때까지 정신 차리려고 했던 것 같다는
언니의 말에 난 또 무너졌어
언제나 날 기다려줬던 것처럼
넌 그날도 날 기다렸던 거야
상태가 악화되면서 밥도 물도 먹지 못하고 너무 아픈건지 잠도 자지 못하고 눈만 뜨고 계속 힘없이 누워있던
네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자꾸 그렇게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병원을 가고 억지로 밥을 밀어넣고 약을 먹이고
지나고보니 그런 행동들이 널 더 힘들게 한건 아닐까 마음이 아프다
초점이 사라지고 두발로 이제 걷지도 못하면서 숨 쉬기도 힘들어하는 널 데리고
병원으로 향하던 그 차안에서, 병원까지의 길이 왜 그리도 멀게만 느껴지던지
갑자기 몸을 일으켜 누군가를 찾듯이 몸을 흔들고
비명과 함께 날 바라보고 그 순간 숨이 끊어지던 그 눈빛을 난 영원히 지울 수 없을것같아
보낼 수 없어서 그 작은 가슴을 그렇게 누르면서 심폐소생술이랍시고 하면서
널 조금이라도 곁에 두려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어
제발 빨리 병원에 도착하길
제발 그때까지만 버티길
조금이라도 빨리 왔다면-
마지막으로 널 본 의사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 날 괴롭혀
상자에 담겨 나온 너는 평소처럼 잠든 것만 같았어
조금 차가워진 네 몸, 금방이라도 다시 일어나서 야옹 하고 울 것 같았어
너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가족이 오랜만에 함께한 시간,
애기가 우리 착한 애기가 가족이 함께 보내줄 수 있게 금요일을 택해서 떠났나봐.
착한 천사 고양이- 고양이 신님이 너무 착하고 예뻐서 곁에 두려고 널 데려간 걸까.
미안해 애기야.
그리고 사랑해 애기야.
마지막 가는 길에 우는 모습만 보이고
정작 중요한 말을 못해줬네.
내게 너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사랑해. 사랑해. 애기야.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지
네가 나에게 준 행복만큼 너도 행복했길
그리고 아픔도 이별도 없는 그곳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기다려줘.
외로워하지 말고, 그때까지 친구들하고 언니 기다려 줄거지?
착하고 좋은 인간만 갈 수 있다는 그 별로 갈 수 있게 언니 노력할게.
그때까지만 기다려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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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떠나간 울 냥이 생각하면서 두서없이 적었어
아직 마음이 너무 아픈데 마음 정리가 필요해서
그리고 비슷한 일을 겪는 톨이들에게 도움이 됐음 해서 적어
울 냥이는 16년 8개월째에 고양이별로 떠났어
증상은 밥, 물 안먹고 힘없이 눈도 안감고 누워만 있고 물통 앞에 계속 가서 물은 먹는 시늉만 하다가 안먹고 앉아만 있고 그랬어.
구토, 설사는 없었고. 마지막 숨 끊어지기 전에는 점점 호흡이 가팔라지고 잇몸이 보랏빛으로 변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개구호흡하면서 침을 흘리고.
원인은 미상인데 마지막으로 본 의사가 패혈증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
갑자기 월요일밤부터 식욕이 없어지고 누워있기만 해서 병원을 데리고 갔는데
백혈구 수치가 0으로 나오고, 수액 처치 후에도 계속 0으로 나왔어.
다른 수치들은 정상이고 전염3종 검사에도 다 반응이 없었어 의사는 골수쪽 문제로 추측만 했어
일단 퇴원하고 항생제 약 먹이고 억지로 밥 먹이면서 경과를 살폈는데 좋아지지 않아서 다시 병원을 찾아서 할 수 있는 검사를 다 했어
그래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어 간 일부의 경화가 시작됐고, 신장 쪽도 노화가 있지만 백혈구에 영향을 줄 순 없다고 했어.
너무 답답해서 주변 다른 병원을 갔는데도 비슷한 말만 반복이었어. 확신없는 추측.
어디는 늙어서 수명이 다돼서 어쩔수 없다고 하기도 하고.
골수검사를 큰병원가서 해보라고 하는데, 사람이 해도 아픈 골수검사에 전신마취 후 깨어날지 미지수라 고민이 됐어.
그렇게 고민을 하고, 더 이상 연가를 쓸 수 없어서 출근을 하고, 어쩐지 불길해서 퇴근 발걸음을 서둘렀는데,
그전까지 누워만 있던 애가 내가 오니까 벌떡 일어나더라고.
애기를 돌보던 언니의 말에 의하면 오전에 물도 스스로 먹고 좀 돌아다녔다고,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아서 희망을 가지고 밥을 먹였는데,
애가 점점 힘이 없고 숨이 가팔라지고 잇몸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결국 24시 응급병원으로 가던 길에 숨이 끊어졌어.
도착하기 직전에 이미 끊어졌는데 계속 심폐소생술하고 그나마 조금 반응이 있길래 그래도 될거야 하고
달려가서 응급소생술 시행했는데 이미 늦었더라고.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이별이 오긴 오더라고. 그것도 이렇게 갑자기.
보내고나니 못해준 것만 생각나서 너무 괴로워. 마지막도 저렇게 고통받게 하고 보내서 더욱.
톨이들은 함께 있는 애동들과의 순간순간이 정말 소중한 거라는걸 알고, 후회없이 잘대해줘.
또 병원은 웬만하면 큰 병원을 다니는 게 좋은 것 같아... 특히 노령일수록.
주변 24시 병원 위치와 번호는 꼭 미리 알아두고, 애가 병원 무서워해도 조금이라도 위급해보이면 바로 달려가고.
아참, 그리고 동영상, 사진 많이 찍어놔. 막상 영정사진 찾으니까 쓸만한 게 없고 동영상 찍어놓은 것도 적어서 너무 아쉽더라고.
그럼 다들 애동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고, 시간된다면 고양이별로 떠난 울 애기 행복하길 기도 한번 부탁해~
두서없는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