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에서만 살다가 엄마가 고향에서 살고 싶다 해서 시골 아닌 소도시로 이사를 왔어.
이사 온 지 2년이 넘어가던 어느 날 뜬금없이 청계 병아리 두마리를 데리고 오셨지.
친구랑 장에 갔다가 친구가 산 병아리 50마리 중 2마리를 데리고 오신 거야.
그때부터 나의 병아리 케어가 시작되었어.
전혀 모르는 세상에 딱 둘만 있는 느낌이었나 봐
항상 붙어 지내더라고.
큰아이가 검은아이 꼬꼬고 작은아이가 꾸꾸야
병아리를 처음 봤고 어찌 키우는지 기본 상식도 없었고 온도조절도 몰랐고 진짜 아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갑자기 입양해 온 엄마가 너무 원망스러웠지.
그렇지만 어쩌겠어 ㅜㅜ
인터넷 검색하고, 카페에 가입하고, 블로그 뒤지고 이러면서 하나하나 습득해 나갔어.
그러면서 이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엄마 다음 서열 2순위로 올라가기 시작했지.
엄마가 심어놓은 새싹보리는 애들의 차지가 되고
화분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지.
우리 집 찹쌀과 현미, 치즈와 식빵은 애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야.
식빵도 냉장고 들어간 건 잘 안먹어 ㅜㅜ 입맛만 고급이 되셨거든
난 정말 이 둘로 더 식구를 늘리고 싶진 않았어.
두 마리만 케어하는것도 사실 힘들더라고 ㅜㅜ
하지만 서로밖에 없으니 외로워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다
무정란인데도 알 품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엄마 친구 집에 있는 유정란을 가지고 와서 품도록 해줬지
그러고 나서 다섯 마리의 아기들이 태어났어
다섯 마리의 아이들은 엄마 모이를 자기 모이처럼 먹다가 탈 나서 한동안 날 엄청 걱정시켰어
꼬꼬와 꾸꾸를 키워봐서 수월하게 키울 거라 생각한 내 무지함을 비웃듯이 ㅜㅜ
꼬꼬랑 꾸꾸는 날 무지 좋아했는데 아기들이 태어난 이후로 날 거들떠도 안 봐
오히려 다가가면 빨리 먹이를 더 주지 않고 뭘 하냐고 손을 쪼기도 해.
그렇지만 아기 만져도 가만히 있어주니 그걸로 만족해
닭은 15년도 산다고 하니 끝까지 한번 같이 있어보려고.
처음은 무지해서 아무것도 몰랐지만 하루하루 공부하고 있으니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함.
2마리 케어에서 7마리 케어로 좀 힘들지만 적어도 꼬꼬랑 꾸꾸는 더 이상 외로워 보이진 않아.
이렇게 글을 써본 건 처음이라 좀 부끄럽긴 하지만
아침에 모이 먹는 아이들이 너무 이뻐서 이렇게 사진을 올려봐.
다들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