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미약하다
오렌지를 먹다 씨가 나오고
수박을 먹다가 씨가 나오는 건 당연한거니께
따라서 삼실 팀장님이 나눠준 칸탈루프 멜론을 먹다가도 씨가 나오는 건 걍 일상적인 일이고 특별할 것도 아니제
잘 뒀다가 호기심에 두어 개 발아시켜볼 수도 있는 거 아니겠음?
(그땐 그냥 새싹을 보고싶은 호기심에 불과했지....)
0611
겉껍질을 벗긴 것/안벗긴 것 두가지 버전의 멜론 씨앗에서
벗긴 아이가 발아의 조짐을 보임
오오 이건 된다!! 하며 두개를 각자 다른 화분에 심음
나름 반전이 있었는데, 벗긴 아이는 곧 썩어버렸고ㅜ 안벗긴 아이가 발아함...
0616
발아함
뀨 '-' 귀요미 새싹 ㅠ
이때만 해도 그저 뽀쨕한 아이라고 생각했던 농알못 나토리...
멜론이니까 이름은 올때메로나가 됨...
(날짜는 발아일이 아닌, 멜론을 받은 날짜가 아닐까 추측함...왜 저렇게 써뒀는지 모를 ㅡㅡ)
0619
발아한지 나흘째 (워후...성장속도 무엇...?)
떡잎을 보아하니 될성부른 아이임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음
멜론을 준 팀장님 왈 마치 선녀부채같다며 신기해했음 ㅋㅋ
0623
하트모양 본잎이 돋아남
성장속도가 예사롭지 않다...ㄷㄷ 잎크기보소
0702
이젠 멜론이 아닌, 화분이 뽀쨕해진 지경에 이르렀음
아니 그리고 넝쿨 무슨일이요 ㄷㄷㄷ
tmi지만 저당시 여름휴가를 앞두고 있던 나토리는 휴가 전에 조금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주었음
지지대도 해 두고 감
(요건 아직 분갈이 전!)
0709
...?? 휴가를 다녀오니 이게무슨....ㄷㄷ 동일식물 맞냐며....
분갈이를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폭풍성장을 시작한 내 메로나...
지지대 안 해줬으면 어쩔뻔....
(대충 잃어버렸던 멍뭉이 나중에 찾고보니 마이 커버렸네 짤)
0716
이제는 한 앵글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장신이 됨
지지대도 연장해줌
무럭무럭 자라며 천장에 닿을 기세로 폴댄스를 추고 있는 메로나님
사진은 없지만 결국 메로나는 천장에 닿았고...잭과 콩나무도 아닌 토리와 멜론나무...ㄷㄷ
점점 이 아이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두려워지기 시작했음 ㅋㅋ
0724
하늘높은 줄 모르고 천장을 뚫을 기세였던 나의 메로나
결국 지지대가 메로나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꺾여버림;
출근해서 저 광경을 보고는 멜론 줄기 꺾인 줄 알고 식겁
다행히 한방에 뚝...부러진 건 아니고 서서히 내려온 걸로 추측...휴 가슴을 쓸어내림
방법은 달리 없으니 그냥 이대로 키우기로....ㅜㅜ 흑흑 미아내....
와중에 꽃봉오리로 추측되는 애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하며 나토리의 가슴을 두근대게 했다
0810
그렇게 무럭무럭 위태위태하게 자라던 메로나는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멜론꽃이 이렇게 이쁜 줄 몰랐어여....ㅠㅠ 오이꽃같기도 호박꽃같기도....
이때부터 멜론 근처에 가기만 하면 오이냄새가 나서 모두들 신기해함
하지만 온통 수꽃만 핀 터라 암꽃이 피기만을 기다림....
수꽃과 암꽃의 비율이 대강 나토리가 보기엔 50:1은 되어보였음...ㅡㅡ
피어라 암꽃...
0812
드.디.어.!!!!!!!! 모양부터가 다른 암꽃이 피었다아ㅏㅏ아아ㅏ!!
딱 봐도 멜론이 될 저 씨방(맞나..? 문과는 그런거 알지 모답니다...) 캬 신기하다ㅠㅠ
칸탈루프멜론의 줄무늬가 저거였구나 ㅠㅠ 하고 뒤늦게 생물 공부를 하는 나토리였슴다
그냥 놔두면 되는 건 아니고 수정을 해줘야 한다기에
인터넷을 뒤져서, 수꽃에 있는 꽃가루를 암꽃에 문대주어 인공수정을 해주었슴다...
결과는...실패 ㅡㅡ 그냥 말라버림 ㅠㅠㅠ 맘아프뮤ㅠㅠ
그렇게 나토리는 다시 하염없이 암꽃을 기다림....
수꽃만 흐드러지고 암꽃은 진짜 안펴 아무튼.....
.
.
다시 암꽃을 본건 그로부터 한달 뒤인 9월 13일 즈음이었음
이번엔 더 정확히 공을 들여 세심하게 인공수정을 해주었음
(하지만 앞의 실패가 너무 뼈아파서 기대가 없었기에 사진을 찍지 않았음)
그런데...
0919
대박
대박
수정됨
전처럼 말라버리지않고 파릇파릇 자라남
위에 꽃 상태랑 비교했을때 이거슨 수정이 맞는거시다 ㅠㅠㅠ 틀림이없다 ㅠㅠㅠㅠㅠ
어머니 제가 해냈어요ㅠㅠㅠㅠ 진짜 엄마한테 저나함 저때 ㅋㅋㅋㅋㅋㅋ 엄마딸이 해냈다고 ㅋㅋㅋ
걱정이었던 건 저 기간에 나톨이 한달동안 재택근무에 돌입하는 바람에 매일매일 돌봐줄 수가 없었는데 ㅠㅠ
다행히 팀장님이 물 주고 사진찍어 보내주고 돌봐주어서 한시름 놓았음 ㅠㅠ
대신 나톨은 주말마다 회사에 가서 성장추이를 지켜봄
왜 농사짓는 친척분들이 집안행사 오시면 시간 오래 못내고 늘 빨리 가봐야된다고 하시는지 알았음 ㅠㅠ
저런 애들이 오조오억개 있는 분들이 어떻게 자리를 비워 ㅠㅠㅠ 역시 직접 겪어봐야 아는건가봐(??)
0926
재택기간 동안 주말마다 삼실에 가서는
크기비교를 위해 500원 투샷을 찍기 시작함
하 고놈 솜털 보송보송한게 넘모 귀엽다
1001
자라고 있는게 확실히 보인다 대박
친구들한테 사진 보내고 난리난리났다 내새꾸 이렇게 크고있는것좀 봐주세요 ㅠㅠ
친구들이 단톡방에 본인 애기사진/애동사진 올리고 하는게 이런 기분인가보다 하고 약간 알것도 같은 기분
1012
ㄷㄷㄷㄷ 크기봐....너 어디까지 클거야.....
....라고 하였으나
.
.
날이 추워져서 그런 건지 걍 때가 된 건지
약 일주일 뒤 멜론은 수명을 다했어...물을 아무리 줘도 시들시들해서는 회복하지 못했어...
마른 가지에 멜론열매 하나만 달려있는 모양새라
결국 얼마 다 크지도 못한 멜론을 수확할 수밖에 없게 됨
1022
딱 저만큼 큰 멜론을 수확함
꼭지까지 같이 따야 했는데 나톨 실수로 저렇게 되어버림 ㅠ
안 여물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제법 멜론향이 나서
기대 반 포기 반으로 일주일 정도 냉장고 야채칸에서 후숙에 들어감
그리고...
10월30일 금요일에, 회사 직원들과 함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멜론 갈라(...)쇼를 했는데...
1030
...!!!! 한눈에 봐도 달다구리해보이는 주황색 과육과 당분이 보이니...?
와중에 착실하게 여물어버린 멜론씨가 보이니??
우리 다 넘나 감격쓰 ㅠㅠ 정말 너 칸탈루프멜론이 맞구나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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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사진찍고 향맡고 난리났다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시식회를 함
(애기 주먹만한 멜론을 7명이 나눠먹은 건 안비밀ㅋㅋㅋ)
저렇게 걍 비전문적으로 키운 멜론은 진짜 무맛이라 장아찌로 만들어야한다는 소리도 들었던 터라
비주얼과 향은 좋지만 막상 달진 않을거같아 ㅠㅠ 하며 베어물었는데,
와....달아...대박 달아 ㅠㅠㅠㅠ 세상에 ㅠㅠㅠ
이렇게 나토리가 얼결에 시작한 멜론농사는 성공한걸로 마무리가....
결과물이 덜렁 하나였지만 사무실 발코니에서 화분에 키운 멜론에 열매가 열린것만해도 어딘가 싶어...ㅎㅎ
내년에는 더 업그레이드된 노하우로 한번 본격적으로 멜론 길러보려고 해 ㅎㅎ
글에 문제있을 시 파인애플 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