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기가 지은 나쁜짓도 선행도 이번생이든 내세든 돌려받을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요즘 이런 생각이 들어
나쁜짓을 한 사람들 있잖아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왕따를 시키거나 사기를 치거나..
그런데 만약 그사람들이 이번생에 운이 술술 잘풀려서 연예인이 되든 사업이 성공하든 해서 돈을 무지무지 많이 벌었다면
그리고 그 돈으로 기부를 하면서 힘든 사람을 돕거나 봉사를 하거나, 캠페인을 하거나 했다 치면..
그럼 그사람들은 그 선행이 악행을 상쇄해서 다음생에도 복을 받고 좋게 태어날까?
기업의 간부나 총수가 아무리 나쁜짓을 해도 세금이나 기부로 세상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니까 또 복을 받는걸까?
나는 그 반의반의반만큼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수가 없어.
몸이 안좋아 투병 중이고 돈도 벌지 못하니 누구를 돕겠어..
그런데 나도 인간이니까 잘못을 저지른단말야?
거짓말도 하고 가족이랑 싸우고 못된 생각도 하고 질투도 해
그런데 나는 그걸 상쇄할만한 큰 선행이 없으니 다음생도 그냥 나쁜짓에 대한 벌만 받게 될까?
저 사람들이 커다란 선행을 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도 솔직히 인생이 잘 풀려서 남들보다 여유가 넘치기 때문이잖아..
죄업의 굴레는 벗어나긴 힘들다던데..(죄를 지음 -> 형편이 안좋음 -> 선행을 할만한 여유가 생기지 않음의 굴레라나)
그럼 한번 복의 궤에 진입하면 못된짓을 해도 다른 선행으로 그 죄는 받지 않는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왠지 더 막막하고 억울해져
복...은 모르겠고 스케일(격?) 같은 건 있는데
예를 들어서 기업의 총수가 전체 사회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선한 효과가 있잖아. 톨이가 말한 세금이라든가 기부라든가 눈에 보이는 선행같은것도 있겠지만 일단 사람들한테 먹고 살 일자리를 주고 어떤 산업에 기여하고 그런 부분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 단순히 이권을 해먹겠다고 하는 경우는 말고...뭔가를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그게 가져올 발전적인 효과가 있다면
그걸 위해서 반드시 남들 눈에 안 보이는 곳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거나 해칠 수밖에 없어.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지만...현대인들이 누리는 당연한것들도 세계의 어느 구석에서는 가혹한 착취나 인명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그럼 그 해쳐진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리 큰 선행을 하는 위인이라고 해도 미울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직접적으로 보상받기는 많은 경우 어렵고...
물론 그런 방패를 내세우면서 권력 쥔 사람이 '나는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니까 하찮은 인간들 몇몇쯤은 당연히 희생시켜도 된다!'라는 식으로 행동하면 그건 자기 운이나 사명을 잘못 쓰고 있는거고, 설령 좀 성공을 한다 한들 요즘 같은 세상에는 거의 당대에 망해. 그래서 당장 희생당한 입장에서 본다면 엄청난 악당이라도, 다른 구석에서는 그 악행을 상쇄하고 남들의 추종을 받을만한 업적이 있어 보통은...그리고 그 업적에는 인간의 도덕이나 선악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 있음.
그래서 사주?라든가 타고난 복?같은게 엄청 큰 사람은 남들한테 악행을 하고도 그걸 큰 선업으로 풀어서 멀쩡하게 사는거냐...하는 원망이 나오는 거지만
그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한테는 또 그만한 위치에 따르는 고민과 책임이 따라. 그걸 제대로 짊어지지 못할 사람이 악행만으로 올라간다면 추락하는 것도 빨라.
그럼 애초에 그런 스케일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일방적으로 희생당하고 세상 원망하면서 (악행을 쌓으면서?) 사는 수밖에 없나? 하면 글쎄
사실 평범하게 거짓말하고 가족과 싸우고 질투하는 정도는 무슨 크게 벌받을 정도의 악행이라고 생각 안해. 누구나 그렇기 때문에.
하지만 그런 개개인들 사이의 인간관계 스케일에서는...가능하다면 그런 마음을 줄여보는 게 자기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좋겠지. 괜히 이전까지의 사소한 일들에 죄책감 느끼고 '앞으로 이짓을 돌려받게 될까? 영영 불행할까? 아니면 내가 이만큼 고통받았으니 언젠가 기적적인 보상이 올까?' 생각하면서 마음 졸이는 것 자체가 스스로 만든 업보고 벌이야.
톨이가 많은 고생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아서 너무 여러 말 하기는 미안하지만. 마음이라도 좀 더 편하게 먹고, 자신의 삶에 허락된 최소한의 선함이라도 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