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외할머니를 정말 오랜만에 뵙고 왔는데 해 주신 얘기가 기억에 남아서 적어 봐
심심한 얘기 일수도 있다는 점 미리 적을게
33년생이신 할머니에겐 동네 친구분이 계셨는데 1년 전에 남편분이 돌아가셨었대
그런데 그 뒤로 따로 살고 있던 아들며느리네 집에 어느날 갑자기 새 한마리가 집마당에 들어와서 울더래
처음엔 그냥 뒀는데 며칠몇날을 쉴새없이 울어대고 쫓아도 쫓아도 다시 돌아와서 주변 사람들이 무당을 한 번 불러보자고 그러더래
그래서 불렀더니 무당이 며느리한테 그댁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냐고 그 분이 와서 못 떠나고 계신다고 굿을 해야 한다고 그래서 굿을 했더니
바로 새가 날라갔다고 하셨대
친구분이랑 울할머니랑 진짜로 친구분 남편분이 새가 돼서 아들네 집에 갔었던걸까 거참 이상한 일이다 하셨대
그러고나서 몇달 뒤에 할머니의 친구분이 지방에 살고 있는 따님네 집으로 이사를 가셨나봐
할머니랑은 전화 통화를 하시면서 서로 안부를 주고 받으셨었는데 어느날부터 연결이 안 되셔서
왜 연락이 안 될까 번호를 바꿨나 그러면 얘기를 해 줬을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셨었대
그러다 며칠전에 할머니가 주무시고 계시는데 새벽 5시가 안 되어 밖에서 새가 큰 소리로 울어서 잠에서 깨셨대
울 할머니댁이 아파트 20층이거든 게다가 고지대고.. 10년 넘게 그 집 사시면서 새가 올라와 울던 걸 본적이 없었던 할머니가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하시면서 창문을 열었더니 처음 보는 작은새가 창가에 앉아서 울고 있더래
손을 뻗어서 가라고 쉭~쉭~하셨는데 보통은 그러면 날라갈텐데 약간만 자리를 옆으로 옮겨서 계속 울더래
그 때 갑자기 할머니는 친구분의 돌아가신 남편분 얘기가 생각나셨고 가만히 새를 지켜보셨나봐
한참을 울다가 날라가버린 새를 보내고 날이 완전히 밝고 수소문 해서 친구분 따님의 연락처를 찾아서 전화를 해보셨는데
친구분이 얼마전에 돌아가셨다는거야..
하늘로 가기 전에 나를 보러 오고 간 것 같다고 오래 살다보니 신기한 일을 다 겪는다고 하셨어
나도 언제 친구곁으로 갈지 모르지 않겠냐며
좋은 것 보고 좋은 일 하고 좋은 말 하다 가고 싶다는 할머니를 보며 나도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고..
이야긴 여기까지야ㅎㅎ
조금 싱거웠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여기까지 읽어 준 토리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