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노하!


나는 이미 뇌가 썩었고 영혼 깊숙한 곳까지 타락해 버린 어둠의 종자이기 때문에 남주한테 ㄱㄱ과거가 있다는 설정도 좋아해. 가루가 되도록 부서지고 고통받았던 남자가 그 와중에도 올곧게 살아보려고, 그 상황을 이겨내고 행복해지려고 발악하는 모습을 좋아하거든. 신체적인 폭력, 정신적인 학대도 사람을 망가트릴 수는 있지만 성적인 폭력, 자신의 몸의 주도권마저 온전한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오는 끔찍함이야말로 사람을 바닥의 바닥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난 그런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괜찮은 척 노력하며 이겨내려고 발버둥치다가 결국 여주를 통해서 치유받고, 이겨내고, 다시 온전하게 웃을 수 있는 그 순간이 사랑스러운 거거든.


또 그 와중에 트라우마 때문에 마음에 끌리는 데도 여주한테 쉽게 접근 못하고, 또 다시 상처입을까봐 두려워하고, 자신의 남성성이 손상된 것은 아닌지, 자기가 여주에게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더러운 건 아닌지 끝없이 삽질하면서도 여주를 놓지 못해 지구 내핵까지 파고들어가는 게 좋아. 그리고 옛 경험이 끔찍했던 만큼 다시 여주와 관계를 맺을 때의 두려움, 망설임이라든가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몸을 섞은 후의 환희, 충족감 같은 묘사에도 환장하고. 그렇기 때문에 남주의 세상이 부서지는 순간의 감정묘사도 중요하다고 봐서 난 개인적으로 남주 ㄱㄱ묘사가 있는 쪽을 선호하는 편이야. 내가 원하는 건 세상에게, 다른 인간에게 많은 상처를 받은 인간이 타인과의 교류, 특히 연인간의 사랑을 위해서 그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해지는 모습에서 오는 충족감이거든.


취향이 이래놔서 그런지 난 개인적으로 특정 소재를 무조건적으로 검열하는 것에는 반대야. 바닥이 깊어야 그 바닥에서 올라오려는 노력이 더 돋보인다고 생각하거든.


하지만 동시에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소재를 그저 남주에게 치명치명한 매력을 부여하기 위해 막 던지는 건 곤란하다고 생각해. 많은 사람들, 특히 로맨스라는 장르를 읽는 여자들에게 현실적으로 가까울 수밖에 없는 소재인만큼 ㄱㄱ을 다루는 방식이 아주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보거든. ㄱㄱ이라는 소재 자체를 검열하지는 않아도 그걸 미화한다던가 (eg. 오빠는 정말 언니가 좋아 참을 수 없었나 봐요), 가볍게 여긴다거나 (eg. 자는 아내한테 ㅅㅅ하고 아내는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넘긴다던가), 가해자를 옹호한다던가 (eg. 그런 눈을 하고 보는데 가만히 있으면 남자가 아니지), 은근슬쩍 사과도 없이 넘어간다던가 하는 건 정말 안 된다고 봐. 즉, 소재는 검열하지 않되, 그걸 다루는 방법은 검열해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그것 이상으로 꼭 들어갈 이유가 없는 ㄱㄱ 설정을 넣는 것에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봐.


그러니까 이 글은 어제 딴 톨이 쪘던 게시글에서 추천받고 ㅈㅇㄹ 황제의 상관이 되었습니다를 정주행하고나서 찐 글임. 


이 글은 전반적으로 좀 허술하지만 (수호신 대체 뭐임;; 자기 죽은 진실에 대한 여주 반응 뭐임;; 그리고 초반에 독초 입에 쑤셔넣어져서 기절한 남주 순간 진심으로 하차각;;;) 그래도 꽤 흥미있는 소재이고 진행방식도 신선해. (자길 주워준 상관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복형을 죽이고 황제가 되어 성군인척 하면서 여주의 죽음을 사주한 나라를 여주 무덤의 부장품으로 갈아넣으려는 계략형 연하 순정남이 나라를 지키고 싶으면 곁에 있게 해주세요 라고 협박하는 글이라니 멋지잖아) 


근데 여주가 빙의한 몸주인한테 남주가 ㄱㄱ당한 설정은 대체 왜 들어가 있는지 도저히 노이해;;; 이게 남주의 행동패턴을 바꿔버릴 정도로 큰 트라우마가 된 것도 아니고, 남여주 사이의 관계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 글의 진행에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글의 주제에 전혀 관계가 없는 내용인데 30화 진행된 현재 내용중 28화만에 풀려버릴 갈등이면서 왜 들어갔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남주를 ㄱㄱ한 몸주인이 이유라고 된 것도 솔직히 허술하고, 이렇게 당하는 게 남주 캐릭터 성에도 어울리지 않아. 그냥 자극적이기만 한 소재임. 이 설정이 없어도 글이 진행되는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


작가에게 묻고 싶어진다. 


무슨 생각으로 이 무거운 소재를 이렇게 가볍게 쓴 건지?


다루는 방식이 2차가해가 아닌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 난 이 글이 대체 어떻게 풀리고 앞으로 이 ㄱㄱ설정이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활용이나 될 것인지) 궁금해서라도 계속 볼 것 같은데 정말 이분이 내게 앗, 내가 이전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헛소리를 썼어용! 죄송! 하는 후속글을 쓸 수 있는 진행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잔뜩 쓴 김에 ㄱㄱ포함 남주가 바닥까지 구르는 글 중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글을 몇 자 적어볼게. 음탕함으로 무간지옥에서 나랑 같이 구를 톨들은 내가 아직 못 본 보석같은 글을 추천해 주면 감사하겠다ㅋㅋ



1. 봉다미 - 오고 있나요.

스토커한테 ㄱㄱ당해서 미혼부가 되어버린 남주. 초반부가 참 산만하고 얘내 왜 좋아하게 된거임? 하는 면이 있긴 한데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다 선량한 사람들이고 아이가 참 야무지고 귀여워서 좋았음. 모델같이 화려한 미모의 능력남인데도 불구하고 ㄱㄱ전후로 여자관계 티없이 깨끗한 반듯한 남자가 그 순간의 일 때문에 인생이 진짜 현망진창이 되어버려서 그것때문에 끝없이 자격지심을 가지면서도 필사적으로 여주 곁에 있으려고 노력하는 내용이야. 판타지스럽게 남주 추켜세워주지 않아도 아, 이사람 진짜 괜찮은 남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2. 김수지 - 우리 집에는 쥐가 있다

얼굴만 예뻐서 몸으로 먹고 살았던 남주. 솔직히 글 자체는 잔잔하다 싶을 정도로 이벤트가 일어나지 않아서 난 좀 지루했는데 남주가 참 원앤 온리였음bb 정말 얘는 여주한테 주워지지 않았다면 하루하루 살다가 어느 순간 먼지가 되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야. 여주에게 주워지고, 그 온기에 구원받고 집착하게 되면서도 그 집착이 자기를 갉아먹는 자기파괴형이라 좋더라. 자멸하기 전에 여주가 잡아줘서 참 다행이지 싶으면서도 얘는 여주보다는 좀 덜 삭막한 애한테 주워졌으면 더 행복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이것보다 훨씬 꿈도 희망도 사랑도 없는 건 크라임 오브 크라임이라고 들었는데 이건 내가 아직 보지 못해서 노코멘트.


3. 티플레이스 - 카르나 (ㅈㅇㄹ연재)

사람을 풀솜으로 조여 익사시키는 집착이 뭔지 보여주는 여자한테 친절했다가 찍혀 완전 삶을 말아먹은 남주. ㄱㄱ은 없었던걸로 알고 있지만 열약한 환경에서도 반듯하고 따듯하게 살아가려던 남주를 진짜 말려서 포기와 순응으로 몰아넣어 버려. 그런데 그 여자의 몸에 여주가 빙의해 버림. 이 여주는 몸주인과는 다르게 정말 태양같이 거침없고 매력적인데다 모럴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 천천히 곪아 터져가던 남주의 상처를 치료해줘. 황제의 상관이 되었습니다랑 적어보니 좀 비슷한 점이 많은데 카르나가 두말할 것 없이 상위호환버전임. 황상관을 보느니 카르나를 봐.


4. 피숙혜 - 아몬

후견인 비슷한 여자가 꾸리던 변태 살롱에 불려가 돌려지며 ㄱㄱ당했던 남주. 이것도 ??? 왜 좋아하게 된거지? 싶은 면이 있긴 하고 초반 납치 사건이 좀 읭스럽긴 한데 순식간에 파라락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감 있는 글이야. 개인적으로 19금 씬이 참 마음에 들었어. 추문 하나 없어보이는 완벽한 마초같은 남자가 자기 과거가 밝혀진 후 여주한테 네가 내게 사람이 쾌락을 얻을 수 있는 그 어떤 짓을 다 한다 하더라도 그걸 하는 주체가 너이기 때문에 나는 괜찮을 거야, 라는 뉘앙스로 말을 하는데 그 대사만으로 나는 함락되어 버렸음ㅋㅋㅋ


5. 태선 - 치트라

대마법사인데 밑바닥 신세라 후원을 받기 위해 스폰서 받았던 남주2. 역하렘 계에 크고 아름다운 획을 긋고 계시는 태선님의 글. 계속 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난 중간에 놔버렸는데 이분은 글이 참 가벼우면서도 중간중간에 무겁게 훅 치고 들어오는 게 있어서 좋아해. 정작 본처일 것 같은 집사보다는 난 이 대마법사랑 재상이 더 좋더라. 마법으로는 세계 최강이면서도 태생 때문에 성적으로 굴렀던 과거가 있어서 어딘가 퇴폐하고 염세적이고 어딘가 삶을 놓아버렸다는 게 참 내 스트라이크존이었는데 정작 서사는 재상 쪽이 훨씬 끌리더라. 나라를 위해 뭐든지 다 하다가 결국 주군한테 팽 당해서 죽은 천재가 자길 킵 해주고 능력을 최대한으로 쓰게 해줄 새 주인을 만나서 자기 능력 펼치는데 난 솔직히 얘가 원탑인 글을 보고 싶었어.



그리고 모럴 따윈 상관없다, 난 그냥 포르노처럼 남자가 성적 대상화 되고 성적으로 구르는 게 보고 싶다! 하면 리테, 역하렘 속으로 떨어진 모양입니다를 추천. 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더 이상은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많이 없는 소재이고 작가분들도 흠없는 남주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앞으로도 쭉 마이너일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소재로 잘 써진 글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게 내 조그만 바람이야(...)




그런 의미에서 이런 소재의 숨겨진 진주들이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중요하니까 존댓말로 두번 말합니다.


이런 소재의 숨겨진 진주들이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 tory_1 2018.03.1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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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 2018.03.1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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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 2018.03.1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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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 2018.03.1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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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4 2018.03.1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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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5 2018.03.1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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