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한번 써야겠다 생각하면서도 게으름에 미루다 미루다 써보는
로판 말고 본격 시대물이 땡겨서 본 해외로맨스 <펠리시티: 벽의 꽃이 악마를 만나면>
제인 에어, 오만과 편견, 북과 남 같은 영국 빅토리안 시대 구경하는 거 좋아함
신대륙 발견해서 세계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와중에 귀족은 쫄딱 망해서 작위뿐인 빈털터리가 되고,
반대로 젠트리는 자수성가해서 빵빵한 돈주머니로 전에는 언감생심 쳐다도 못 보던 콧대 높은 귀족 영애와 결혼하고 이러는 거.
클리셰 범벅이지만 착착 잘 쌓인 개연성을 바탕으로 나름 화려한 변주가 있단 말이지
후작의 딸인데 취미가 남의 집 잠긴 문 몰래 따고 들어가기인 여주 (집안 폭삭 망한 상태)와
출생의 비밀이 있는 현직 런던 뒷골목의 제왕 & 본업 밀수꾼인 남주 (왕만큼 돈 많음)
첫눈에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여차저차 사연으로 서로를 이용하는 입장이 되고
뭐, 클리셰니까 여차저차 서로에게 마구 빠져들지
거기에 이어지는 (오만과 편견, 제인 에어에는 없는) 빠질 수 없는 꾸금!
사실 키포인트는 둘의 현란한 티키타카야. 단 한 마디도 안 지는 여주 ㅋ
그리고 처음에는 여주를 이용해먹으려다가 점점 강아지 발닦개가 되어가는 남주
거기에 더해서,
영국 뒷골목 빈민가의 풍경, 밀수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처크 자물쇠라는 당시로는 세계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던 자물쇠 이야기
속삭임 벤치라고 연인들을 위한 벤치가 있었다는 거 (실제로 뉴욕 센트럴파크에 있다고 함)
당시 의사들은 피나 빼고 다니는 돌팔이들이 많았다는 거 등등을
곁가지로 학습(!) 할 수 있는 이득이 ㅋㅋㅋㅋ (이런 거 무진장 좋아)
작가가 하버드 나왔다서가 아니라 고증을 열심히 한 게 보이더라는
아무튼 벽의 꽃(펠리시티)이 악마(데블)를 만나면 어떻게 되냐면...
런던 밤하늘 아래에 꾸금의 꽃이 만개하는 거지 ㅋㅋㅋ
할리퀸인듯 할리퀸아닌듯...
사실 외국에서는 이런 걸 역사시대물이라고 부르던데
아무튼, 상상으로 지은 로판의 세계에 살짝 물렸을 때
런던 사교계 배경으로 두 다리 탁 짚고 서 있는 인물들 얘기가 땡길 때
페이지는 술렁술렁 잘 넘어가니까 이거 한번들 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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