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글 이야기 아니고 이 주제에 대해 하던 생각 쪄봤어.
난 제목 같은 건 지금 페미니즘판에서 문제되고 있는 완벽하지 못한 페미니스트 패기랑 똑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 기존의 남녀 로맨스 서사에 대한 반발심으로 여공남수 좋아하거나, 기존 여캐 서사 남캐 서사, 성역할에 반감 느껴서 여공남수 좋아하는 경우가 있잖아. 그냥 여공남수가 좋은 거 말고, 부정적인 이유 때문에 여공남수 찾아간 거. 이건 어떤 면에서 페미니즘적 흐름이라고 생각하거든?
쨱에서 유행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완벽하게 탈코해서 단 하나의 기존 '여성상'도 답습하지 않아야만 인정하고, 그걸 위해서 네일아트, 긴 머리카락, 치마, 화장 같은 걸 빻았다고 말하고 거부감 들고 여성인권을 파괴하는 억압이란 식으로 마녀사냥 하는거랑 맥락은 똑같다고 생각해. 페미니즘에도 여러 갈래가 있는데, 여성의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하고 거기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개개인이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평등함이 제일 보편적인 관점이라고 보거든? 여자를 완벽하게 여성성에서 탈피시키자! 이건 오히려 소수파고.
그런데 여공남수(어차피 19금 포지션 기준이라서 당연히 성관계 포함)를 좋아하는 동시에 기존 남녀커플의 성관계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여성이 남캐한테 '박힌다', '성행위에서 수동적 포지션을 차지한다'는 건 앞뒤가 좀 안 맞는 것 같아. 이거야말로 여성의 욕망, 여성의 신체 구조에 따른 성적 욕구 추구 방식을 '수동적이다'라고 폄하하고 있는거잖아? 의학적인 내용이라 그냥 썼는데 혹시 수위 안되면 말해줘. 자연스러운 여성의 욕망을 남자에게 '당한다'거나 '박힌다'거나 '수동적'이라고 보고, 여자가 모조 남성기를 달고 남자에게 '박는' 게 취향일 수는 있어. 기존의 남자가 여자한테 삽입하는 성관계에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데 그 밑바탕이 되는 사고방식은 여성의 욕망은 '수동적'이라는 확신이고, 남자를 정복하고 지배하기 위해서는 '남성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잖아.
어떤 취향이 옳고 그르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야. 그런데 가끔은 그 취향의 밑바탕이 되는 생각에 아마도 처음 거부감을 느꼈을 어떤 차별이나, 성역할이나 인식에 대한 거부감에서 빠져나가려다가 더 깊게 빠져들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여공남수 나도 좋아하는데, 여공남수를 좋아할 때 '보편적 남녀커플의 성행위는 어딘지 거부감이 든다'라는, 그런 생각을 동시에 하고 있다면 여자의 성역할이나 성행위에서의 포지션을 본인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은연중에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니까. 그리고 여공남수는 결국 '남성기로 남성을 정복한다'는 게 중요한데, 여자가 남자를 지배하기 위해 남성기를 달아야 한다는 게 오히려 더 남성성을 격상시키는 개념 같아.
단순하게 '여공남수를 좋아한다'는 이 이야기랑 상관없지.
솔직히 그런 이유 없이도 그냥 특이하고 재밌어서 좋아할 수 있는거고.
근데 '기존의 헤테로 로맨스의 여자 롤에 거부감이 들어서 여공남수를 좋아한다'는 기존의 여성에 대해 누구보다 차별적인 근본을 가지고, 그걸 뒤집으려면 남성기의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없이는 성립될수가 없잖아? 근데 기존의 로맨스속 여성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여성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단 말이야. 남성기 없이도.
그래서 이 두가지를 구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
두번째 경우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페미니즘 흐름으로 여성서사나 여공남수를 찾아갔는데, 결국 그 여성서사나 여공남수에서 완벽한 여성서사란 무엇인가? 하면서 새로운 코르셋 조으기를 하고 있고. 남성기가 남성을 정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렇게 된거나 다름없는데 그게 본말전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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