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비엘이면서 크게 관심 없는 분야를 핵심 사건으로 다루면서 분량이 길면서 이렇게 재밌게 읽은 작품이 없다...

대사도 군더더기 없이 똑 떨어지고 묘사력도 정말 좋았고 ㅋㅋ 

무엇보다 캐릭터가 둘 다 정말 맘에 들었어

공인 강주한이 작고한 와이프가 있는 돌싱이라거나 자녀가 있다거나, 수인 하선우한테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이 있다는 요소들이 있긴 하지만 전후 상황 다 자르고 명시하니까 자극적으로 보이는 거지, 다 둘의 관계를 쌓아나가는데 발판이 되는 것들이라 거슬리지 않았어.

특히 강주한 인생공 되었다... 본편에서는 냉온탕을 오갔지만 외전 가니 내 가슴이 사르르 녹아내릴 정도로 다정해

그리고 뼛속까지 재벌로서의 합리와 이성으로 빚어진 인간형인데 사적으로는 자기한테 허락되는 선에서(외전 가서는 이 이상으로 변화하지만) 다정하고 충실하다는 거, 

달 주변을 도는 위성이 된 기분으로 휘둘리게 됨. 그 홍콩에서 섹스하고 배고파서 침대에 대충 반바지 껴입고 앉아 다 식은 만두 불평도 안 하고 먹는 거... 하선우가 자기 회사에서 야근할 때 누워서 자던 라꾸라꾸침대, 부도 나고 나서 방치되어 곰팡이가 가득했는데 그 위에 누워서 선잠 자고 하선우 생각한 거... 평생 오만하고 떠받들어지며 살았을 것 같은데 일본 유학 당시 따돌림 당했었다고 덤덤하게 말한다거나, 그 의외성이 읽는 인간 미치게 하잖아요 ㅠㅠ 

금욕적으로 생긴 데다 파트너가 생기면 그 사람에게 충실하는데 성애에는 노골적이고 변태적이고 정력도 대박이다.....

현실적인 재벌의 사고방식 + 비엘 판타지적 설정 = 존맛탱탱구리

이건 대박이 날 수 있다

하선우가 결국 강주한이랑 재결합한 것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합리적 판단은 절대 아니지만 매번 미적지근한 연애만 하던 하선우에게 강주한은 예상보다 너무 뜨겁고 자극적으로 다가왔다는 점, 

내향적+중산층+어렸을 때 몸 아팠던 기억 때문에 인생관이 쓸모<행복으로 바뀜+외골수+살면서 크게 위기에 봉착할 일이 없어 나이브한 편+사람이 힘들고 괴로울 때 그 고통을 남탓하면서 자책감을 지우는데 그만큼 힘들고 괴로운 적이 없어 남탓도 제대로 못 함

뭐 이런 성격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면, 하선우가 철저히 인간적인 면모의 집합체라는 걸 생각하면 맥락 없는 선택은 아니라고 봄. 

강주한 끊어내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더 빠져있었고, 그 관계가 좋으면서도 줄곧 자기가 을이 아니기를 바라왔으니 전복할 수 있는 계기가 있다면 뭐.

회사가 부도난 것도 강태한의 뒷공작이 유발한 특허 이중 계약 사기(만약 강태한이 강주한 통해 하선우 안 봤더라면 이석만 공략했을까 싶음 하선우 성향 모르고 이석이랑 함께 접대했거나 뒷공작했으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 + 하필 하선우가 경영에는 크게 입 대지 않는 사장+ 그 시기에 강주한이랑 연애하고 끌려다니면서 없는 사교성 짜내느라 정신 없음 + 강주한이 선의로 제안한 컨설팅이 권유한 대기업에 유리한 상생 시스템 가입 이런 거 종합하면 정말 누가 됐더라도 이 기막힌 우연과 필연의 조합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 생각해.

이런 합리나 이성의 극치를 기대할 수 없는 인간사를 다루면서 인물이 뜬금 없이 튀지 않게 잘 설계되어있단 점이 인상 깊더라고. 

그럼에도 강주한하고 하선우가 서로를 곁에 두고 행복하게 연애한다는 것도.. 외전 보고 눈물 찍음 내가 다 행복해서... 

읽는 며칠 내내 인생작 만나서 텐션 오르고 행복하게 지냄 ㅋㅋㅋㅋㅋ 밤잠 설치면서 봤는데도 엔돌핀 뿜뿜 

장목단님 많이 버시고 신간 내주세요 

글구 도둑들 외전 한 권만 더 있어도 행복할 것 같애... 이북에도 거의 반권 가량이긴 하지만 ^_ㅠ



  • tory_1 2018.10.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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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 2018.10.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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