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여주 기사물 좋아하지만 냉큼 집었다가 앗 뜨거 데인게 많아서 한동안 안 보다가 그 기사가 레이디로 사는 법을 어제 다 읽고 감상을 써본다..

당연히 스포있음



[개요]

평민기사 에스텔은 전시 중 부관이자 친구이자 파트너인 칼리드에게 배신당해 죽었지만 적국의 백작영애 루시펠라 아이딘으로 깨어남.

이미 3년이 지나있었고 레이디의 생활이 익숙치 않던 중 과거 적장으로 만났던 기사 제드와 가문끼리 맺어진 약혼을 하게 되는데..


배신당해 죽었다가 다른 신분으로 살아났는데 자길 죽인(아직도 사랑하는) 상대와 만난다는건 르상티망 때부터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하던 클리셰라 하악하악하며 읽었음. 이 와중에 이전 자신과 적대하던 라이벌적 존재가 남주후보로 추가된다는 것도 취향저격인지라.


전개 중간중간 후원에서 핀 제비꽃 언급이 나오길래 패러디인가 했는데 같은 작가님이셨다..

암튼 전작 제비꽃보단 밝은 분위기로 진행되고 칼리드, 제드 두 명의 남주 후보가 나와.



1. 퍼먹여주는 페미니즘

여주는 평민기사 출신인데 기사단 단장까지 올라간 노력가이고 천재임. 그 때도 여자라고 업신여겨져 많은 노력을 했다고 나오는데.. 레이디 루시펠라로 깨어난 후 정략결혼의 도구로만 쓰이며 검 한자루 쉽게 잡지 못하고 남자를 제압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매우 실망하지만 주인공은 다시 노력해.

여주가 기사인 작품 상당수가 여성이 인정받기까지의 어려움이라는 소재를 잘  쓰는 편이지만 이 작품은 과하다 싶을정도로 작품 중간중간에 페미니즘을 퍼먹이는데 그게 좀 과해. 좋은 부분도 물론 있어. 주제 자체가 좋은 주제고 치마 때문에 움직임의 제약을 받는걸 처음 겪는 주인공이 어쩌면 우린 수 많은 천재들을 놓쳤는지도 몰라 라든가 귀족 여성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노력하며 살고 있다던가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부분은 물론 좋았음. 그러나 중반부터 너무나도 자주, 많이 나오는 여자도 할 수 있어! 는 좀 부담스러웠당. 이 때 표현 방식 대부분이 상기 언급한 자연스러운 방식이 아니라 무개념한 남자가 여자를 비하함(계집년 주제에!) -> 주인공이 해결함 -> 여자도 할 수 있어! 로 귀결되는데 이게 계속 나오니까 2절까지만 해주세요.. 라고 하고 싶어짐. 이런게 나올 때마다 상대방이 너무 찌질한 남자들 밖에 없기 때문 사이다는 있을지언정 임팩트나 무게감 있는 부분이 없어.

초반에 왠 살인마도 살인 사유가 남자들에게 살살 웃기만 해도 열심히 일해 돈을 버는 자기보다 돈을 많이 벌고 잘사는 여자들을 증오해서, 나랑 만나주는 여자들에게 잘 해줘도 날 싫어해서 등등.. 여기서 살인범이 여자 만날 때 얼마나 찌질하고 센스없는지를 작가적 시점으로 묘사함. 로맨틱한 행동이라며 만난 지 하루 된 여자의 집으로 가 인근에서 가장 싼 꽃을 골라 선물했다, 남자들이 음담패설을 지껄이는 식당에 데려가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했다 등등.. 이게 살인범 시점이 아니라 작가적 시점으로 묘사되는데다 대놓고 '그는 말을 할 때마다 여자들이 싫어할만한 행동을 하곤했다'라는 식으로 얘가 이렇게 찌질하고 못난 놈이에요! 라는 전지적 찌질증표를 박아주니 뭔가 부담이 되는거야. 근데 작 중 이런 극찌질이 놈이 대여섯명은 넘게 나오고 가문마다 여자 뺨을 후려갈기며 이 계집년이! 하는 남자들이 한둘씩 꼭 나오는데다 멍청하고 하는 짓들이 천편일률적이고 결국 다 주인공이나 아군에게 응징됨.. 주인공에게 응징될 때마다 계집년 주제에! 단말마를 외치는데.. 뭔가 좀 가볍게 페미니즘 맛있지? 많이 먹어 우걱우걱하는 느낌이 되어버렷... 배불러요..



2. 반전

사실 주인공 죽인 부관이 나중에 나온 공작인건 뻔해서 반전도 아니었는데 정말 나중에 반전이랄게 나옴. 스포여도 이건 쓰지 않겠당.. 암튼 주인공의 복수물 중 이런 식으로 입장이 반전되는건 좀 드물어서 매우 좋게 평가하는 부분임. 반면에 주인공 출생 같은건 나와도 그만,  안 나와도 그만인 부분 같아서 옹.. 그렇구나.. 정도로만 봤음.

초반부터 뭔가 계속 계획하는 듯한, 내 생각엔 정말 최후의 반전이 될거같다 싶었던건 주인공네 아버지가 대체 왜 그랬고 뭘 노리는가, 였음. 포스는 이 분이 최종보스 같았어. 뭔가 계속 하고 있고 꾸준히 암시되거든. 그래서 마지막의 마지막에 아버지의 예정된 핵사이다 카타르시스가.. 터진다! 라고 생각했는데 사이다는 무슨 대왕고구마를 다발로 안겨주고 정말 별거 없었음... 이것도 반전이라면 반전이네. 



3. 기사 -> 레이디

보통 이런 소설 대부분이 검술천재가 허약한 몸에 깨어나~ 숨겨왔던 나의~ 소드맛스터의 맛좀 보시라 뾰로롱 이런게 많잖아. 여기 주인공도 검술천재였던 만큼 어느정도 대응을 잘 하긴 하는데 소드맛스타나 마나, 검기 이런게 없는 세계관이라 그런가 걍 요령정도에 그치고 20대, 한번도 수련한 적 없는 여성이 요령만으로 검을 익혀 검사가 되는건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나오는게 의외였음. 난 레이디 루시펠라가 기사로 강하게 다시 태어나~ 같은 전개가 될 줄 알았는데 이 작품은 역으로 기사가 레이디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게 됨. 이런 작품이 드문건 아님. 시그리드도 그랬고.. 근데 여긴 레이디 되고나서 검술이나 실력이 거의 배제됨. 끽해야 임기응변이랑 기마술 정도? 물론 요걸로도 전개상 무리는 없음. 주인공이 레이디의 삶을 부정하지 않는게 좋았어. 근데 나중에 주인공이 인정받는 장면, 마지막 엔딩 등등을 보면 결국 주인공은 레이디로서 인정받은 경우는 거의 없더라. 애초에 남주랑 엮이는 것도 뭔가 재미있는 여자다! 였고 주목받는 장면도 기사였던 시절의 능력을 이용했던게 대부분이고.. 이게 좀 아쉬워..



4. 다정남주와 얀데레또라이남주

전엔 라이벌이었으며 싸늘한 도시 남자같지만 나에겐 다정한 검술천재남주 /

친구인줄 알았는데 내 목을 베었지만 내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사랑해 내 새장에 가둘거야 나만봐를 외치는 또라이얀데레..

메이저는 메이저인 이유가 있거든요. 이 조합 존맛.



5. 인간군상이랑 전개가 너무해요

제비꽃 때도 느낀건데 작가님 필력 훌륭함.. 근데 전개가 좀 아쉬워.. 주인공네 아군 빼면 애들 아이큐가 현저히 떨어지는거 같아. 위에 페미니즘 얘기할 때도 나온 부분인데 적들 상당수가 좀 성격이 판에 박힌거 같이 여자를 밝히며 뒷감당 생각않고 입을 놀리고 떼쟁이들이야. 남들이 다 보는 앞에서 폭력을 쓴다던가 자기 부하들에게 쟤를 죽여, 죽이란말이야아아아아!!를 외친다던가 진짜 다 이래. 아군 애들은 캐릭터 진짜 잘 만들었고 성격도 다양한데 적들 전부가 저러니까 좀 긴박감이 떨어짐.

그리고 개연성이 망했는데 여주가 사교계에서 제일 친한 동성친구 사기게 된 계기가 그냥 맘에 들었어 이게 끝이야. 여주가 사교계 왕따 상황에서도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친구를 사귀게 되는 에피지만, 잘 뜯어보면 첨부터 상대방이 주인공에게 이유없는(정말 없음..) 호감을 갖고 있었고 친해진 계기도 위에서 계속해서 언급한 이 계집년이! (여주난입) 그만해! 주, 주인공..!! 이 패턴임.

적들의 음모에 빠져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는것도 갑자기 명탐정 빙의해서 황궁 한가운데서 시체에.. 피가 없었습니다!를 시전하고 다들 고개 끄덕끄덕해서 모면하고.. 제일 황당했던건 막판 전쟁을 하는데 성 밖에 보석을 투석기로 허공에 뿌려서 적들이 그거 정신없이 줍는사이 때려서 이김. 적군 사령군도 적진 코앞이었는데도 어서 보석을 주워라 어서! 이런 식으로만 행동함. 좋게보면 방심을 유도해 이긴건데 나쁘게 보면 정말 날로 이긴거지. 이 승전 하나로 주인공은 전쟁의 여신 타이틀을 따는데.. 음.. 뭐죠..? 심지어 이거 국가전쟁도 아니고 소규모 내부 영지전이었음.   





등등의 이유로 필력은 좋았고 아군들 캐릭터텔링도 다 좋았지만 너무 편의성 전개랑 적군 캐릭터텔링이 별로였다 정도? 아군들끼리 얘기할 땐 분위기랑 전개 둘 다 괜찮은데 적이 한 명이라도 끼면 다 찌질이라서 전개도 날림이 되는 느낌이었다.


근데 워낙 로판 기근에 시달린지라 이 정도만 되도 중도하차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싶은 작품이었음. 중후반에 질질 늘어지는 것도 없고 뜬금포거나 급작한 엔딩도 아냐. 초반 읽어보고 취향 맞으면 추천함.



  • tory_1 2019.06.1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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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4 2019.06.1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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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 2019.06.1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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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 2019.06.1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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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4 2019.06.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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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5 2019.06.1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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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6 2019.06.1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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