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내일은 토주일!


요즘 현생이 그지같아서 댕댕짤 보면서 심신 정화시키는게 그나마 낙인데


토주 복습 전에 내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이서단 댕댕이 모먼트들 짧게 훑어본다.


노정의 토주 처돌이들도 같이 보자구 (찡긋)



 

설 연휴 전날인 목요일, 비몽사몽 알람 소리를 잠재우고 창문으로 내다본 주차장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녹지 않으면 오늘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고생 좀 하겠구나 싶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폭설이었다. 목도리까지 둘둘 두르고 무장한 채로 밖으로 나왔더니, 어두운 새벽의 찻길에 벌써 눈 치우는 차량들이 다니고 있었다.


(중략)


무엇이 낯설게 느껴지나 했더니, 회사 앞 넓은 인도는 발자국 하나 없이 하얗고 깨끗했다. 평소라면 이미 지저분한 갈색 덩어리가 되어 인도 양 옆에 몰려 있을 텐데, 일찍 출근한 탓에 지나간 사람이 없는 모양이었다.


계단을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목도리를 시린 코끝 위로 칭칭 올려 감은 채로, 회사 앞 인도를 이쪽 끝부터 저쪽 끝까지 왔다갔다 꼼꼼하게 내 발자국으로 뽀득뽀득 채웠다.


(중략)


더 사양하면 혼날 것 같아 얌전히 접힌 손수건을 펼쳤다.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한 향수 냄새가 났다. 거칠고 퇴폐적으로 느껴졌던 향은 땀 냄새와 분리되자 의외로 섬세하고 온화했다. 부드러운 면으로 젖은 앞머리를 닦으며 작게 감사 인사를 중얼거리자, 일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갑자기 웃었다.


"사람이 강아지도 아니고."




눈 와서 신난 우리 이서단 댕댕이... 눈만 빼꼼 나오게 목도리로 얼굴 칭칭 두르고 신나게 놀고 돌아오니 한팀장이 머리에 쌓인 눈 닦으라고 손수건던져줌. 한팀장 댕댕이 주인미 폭발하는 부분... 근데 이서단 아직 한팀장 얼굴만 봐도 벌벌 떨면서 그 와중에 귀신같이 한팀장 손수건 냄새 맡은거 뭐냐ㅋㅋㅋㅋ 


(tmi: 한팀장이 사용하는 향수는 원래 섬세하고 온화한 향이지만 한팀장의 체취랑 섞이면 거칠고 퇴폐적으로 변한다고 하는군요...? (야광봉))



 

한 팀장은 꼬고 있던 다리를 풀며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앉았다. 펜을 느슨하게 잡은 채로 말했다.


"준비되면 말하세요. 급한 일 아니니까. 먹을 것도 좀 먹고."


(중략)


"저 일단..."


"네."


"개 목걸이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시야 끝에 잡히는 펜이 멈칫했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한편, 이서단 역시 무의식중에 자기가 댕댕이라는 자각은 있는 모양ㅋㅋㅋㅋ 이서단한테 스스로 플레이 내용 짜오라고 하니까 맨 먼저 말하는게 개목걸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팀장 당황잼ㅋㅋㅋㅋ




 십오 분 정도가 지났다. 나는 부엌에서 몇 주 만에 제법 능숙하게 다루게 된 커피 머신을 한 손으로 조작하다가, 멈칫 뒤를 돌아봤다. 눈앞의 커피 그라인더가 시끄러웠고, 그의 집은 방음이 잘되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왠지 집 밖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 복도를 가로지르는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예감에 이끌리듯이 들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부엌에서 나왔다.


현관 앞에 다다랐을 때였다. 문 바로 앞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키패드를 누르는 소리가 들릴줄 알았는데, 문을 누군가 세 번 일정한 간격으로 두드렸다.


(중략)


문을 한달음에 젖혀 열었다.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본 한 팀장이 미간을 슬쩍 찌푸렸다.


"번호 까먹으셨어요?"


(중략)


"요즘 미세먼지가 심하다던데."


두 손목을 다잡은 그가 나를 닫힌 문에 기대어 놓았다. 내 발이 구겨 신은 운동화 위에서 미끄러졌다. 맨발에 닿은 대리석이 차가웠다.


"이왕이면 마스크 쓰고 다니세요. 잘 가려지는 걸로."


"읏."


"아니면 아예 집 밖에서는 웃지를 말든가."



 

때마침 책상 위에 뒤집어져 있는 핸드폰이 부르르 진동했다. 나는 요즘 똑같은 진동음 중에서 한 팀장이 보낸 메세지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 있었다. 아랫배가 울렁거리고 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일종의 직감이었다.


(중략)


이번에도 정답이었다. [한주원 팀장님]으로 저장된 이름이 화면에 떠 있었다. 나는 그의 파티션을 힐끔 쳐다보고 나서 메세지 앱을 열었다. 그의 필체를 닮은 정갈한 폰트의 단어 두 개가 화면에 달랑 떠 있었다.


[오늘 점심?]




댕댕이의 청각은 사람보다 4, 5배는 발달되어 있고 심지어는 톤이나 음조까지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다고 함. 이서단이 방음 잘 된 집 안에서 한팀장이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오는 소리, 발소리, 심지어는 진동음까지 구별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서단이 댕댕이이기 때문!



 

"대답해 봐요. 나는 오늘 여기서 결판내기로 작정했으니까. 나를 좋아한다고 했던 건 무슨 뜻입니까. 나를 수용하겠다는 것은, 어떤 종류의 결심입니까. 내가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습니까. 나는 이제 정말 모르겠으니까, 이서단 씨가 결정하세요. 꺼지라면 꺼지고, 빌라면 빌 테니까, 말해 봐요."


(중략)


"그 두 가지밖에 선택지가 없는 건가요?"


"...원하는 대로 다 해 줄테니까 말해 봐요."


그는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조용히 말했다. 나는 손등으로 눈가를 다시 한 번 닦아내고, 나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곳에서 나오는 충동으로, 작게 뱉었다.


"그럼 팀장님도 저를 좋아해 주세요."




"...팀장님."


눈을 감은 채로,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를 향해 작게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뭐가."


바짝 닿아 있는 그의 몸이 조금 뒤척였다.


"차에서... 그렇게 생각하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


"제가 게이라서 팀장님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제가 여자였어도, 아니면 이성애자였어도, 사람이 아니라 다른 거였어도... 저는 똑같이 팀장님만 좋아했을 거예요."




한팀장이 궁댕이 맴매를 하든, 꼬라지를 부리든 우리 서단 댕댕이는 주인밖에 모르는 바보라 이거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한팀장 진짜 전생에 무슨 공을 쌓았길래 이서단 같은 댕댕이를 만나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한편, 이 집의 댕댕이 주인님은 커다란 불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이서단 씨가 이번 주 내내 나를 두고 혼자 집에 가려고 했을 때도 그렇고, 오늘 일도 그렇고... 이서단 씨가 나를 밀어내거나 거절하는 게 보일 때마다 나한테는 그게 나를 두고 도망치겠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나는 이서단 씨가 내 눈앞에 매순간 있었으면 하는데, 이서단 씨는 내가 없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왜 이렇게 야하게 생겼어."


"흣, 으, 흐윽."


"집 밖에 이걸 내보내는 내가 미쳤지."


(중략)


"좀 풀어 줬더니, 어딜 가서, 사람을 홀리고 다녀."

 

"흐, 아아, 흐윽!"


"제정신이면, 나를 두고 네가 그렇게 못하지."




"...제 꿈 꾸셨다고 하셨잖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그 호텔 방에서 이서단 씨를 생각하고 있던 내 꿈이라고 해야 맞겠네요.


"......"


-아니면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 안 오는 이서단 씨를 계속 기다리던 내 꿈이라고 해도 되고.

 


 

그때 잠든 줄 알았던 그의 몸이 조금 움직였다. 나를 안은 채로 몸을 반쯤 일으킨 그가 팔을 뻗었다. 달칵 소리와 함께 눈꺼풀 너머가 조금 환해졌다. 그가 수면 등을 하나 켠 모양이었다.


나는 얼굴로 떨어지는 그의 시선을 느끼며 가만히 숨을 쉬었다.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해 내가 천천히 잠들 때 까지도, 그리고 어쩌면 그 이후에도, 그는 품속의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 집은 특이하게 댕댕이보다 댕댕이 주인이 분리불안 증세가 더 심함. 아니, 강아지는 강아지 강씨가 고치지만, 사회화 안 된 주인은 대체 누가 고치지요??? EBS는 당장 세상에 나쁜 주인은 없다를 편성해 주씨요!!!




"내가, 하루에도 열댓 번씩, 양심을 다 갖다 버리는 한이 있어도 그 얘기를 그냥 못 들은 것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형편없는 개새끼가 되는 겁니까? 어떻게 생각합니까?"


"...팀장님."

 



아, 근데 한팀장 본인 피셜 자기도 개새끼라고 하니 그냥 서단 댕댕이 손잡고 사이좋게 강아지 강씨한테 교육 받으면 되겠네요...ㅎ 고민 해결!



암튼 짧게나마 몰아보는 이서단(+한팀장) 댕댕이 모먼트... 보면 볼수록 느끼는 거지만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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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건 이서단 댕댕이 모먼트는 아니지만...욕망의 다람쥐 이서단 모먼트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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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를 빠져나오자 오전의 햇살이 앞유리로 비쳐들었다. 나는 호일의 모서리 진 부분을 손톱으로 풀었다. 샌드위치였다. 크루아상 사이에 햄과 치즈 같은게 들어가 있었다.


(중략)


신호등에서 차가 멈췄다. 나는 호일을 조금 더 벗겨내고 입을 크게 벌려 한 입 물었다. 혀에 짠 맛이 닿자 무서울 정도로 허기가 몰려왔다. 한 입 더 물어 뺨을 동글게 부풀렸다. 입 다물고 집중해서 먹다가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불분명한 발음으로 말했다.


"맛있어요."




  • tory_1 2019.07.1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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