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순서는 뒤~죽~박~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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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네가 장난친 거잖아.”
“우리 의진이가 외국 생활을 해서 은근히 개방적이네. 남자끼리 입 맞추는 게 장난이야?”
-
“장난이야! 네가 인사라며?”
내가 참지 못하고 또 버럭 소리를 지르자 해경이가 웃었다.
“그럼 인사해 줘.” 입술을 톡톡 두드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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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기다리시는데 네가 안 가면 서운해하실 거고…….”
“그러네.”
“응?”
“우리 부모님이 서운한 게 좋아, 네가 불편한 게 좋아?”
 “…….”
“네가 좋은 거로 골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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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단 이건 먹으면 안 돼?”
사실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더니 앞에 있는 초콜릿 빛깔의 푸딩이 너무 먹고 싶었다. 아까 남자의 손을 친 것도 굳은 다짐이 필요했다. 나는 일단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숟가락을 잡고 푸딩을 펐다. 하지만 미끈거리는 푸딩은 자꾸만 흘러내렸다.
“내가 떠 주면 안 돼?”
남자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반듯하게 예쁜 미간이 살짝 구겨졌고, 잘 정돈된 눈썹이 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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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의 하얀 손가락이 내 아랫입술을 계속 문질렀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잠시 숨을 멈췄다. 해경이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댔다. 해경이의 입술이 생각보다 더 푹신하고 따뜻해서 급하게 떼려는 순간 축축한 것이 내 입술을 핥았다. 눈을 떠 보니 해경이의 벌건 혀끝이 내 입술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쭈그리고 앉은 채 뒤로 황급히 물러나려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숨이 모자라 기침이 났다. 해경이가 소리 내 웃었다.
“귀엽다. 처음이야?”
해경이의 입술이 움직이는 걸 보니 방금 한 짓이 떠올라 귀까지 뜨거웠다. 그런데 해경이가 다시 내게 다가왔다. 해경이는 싱긋이 웃고 있었는데도, 나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해경이는 다시 입 맞출 듯 내게 다가와 내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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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열게.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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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하니까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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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주고받기하자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기억 안 나?” 

“나에게 주려는 마음이 기특해서 이번엔 받아 줬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마.” 

“네가 내게 줄 건 내가 정해. 천천히 알려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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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이나 윤활유, 콘돔을 챙겨야 안전한 섹스가 된대. 관장도 하라는데, 이건 너무 많이 하면 네 몸에 안 좋을 것 같아.」
-
「넌 너무 약해. 소중히 아껴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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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아침부터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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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로 레드 말고는 안 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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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거절당하면 슬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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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해 봐.”
“…….”
“너 준다니까? 이제 네 건데 뭐 어때?”
“아니, 주긴 뭘 줘. 갑자기 차를…….”
“너한테 주고 싶어.”
“난 괜찮아.”
“왜?”
“응?”
“왜 거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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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하는 일이 뭐야? 우리 의진이가 폰을 두고 갔으면 네가 가져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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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고래야? 칭찬하면 춤추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했더니, 그 말이 마음에 든다며 내 휴대 전화를 가져가 자기 이름을 [정고래♡]로 저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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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이 안 좋아 음식을 잘 먹지 못했을 때부터 요리를 시작했다. 「혹시 맛없으면 어쩌지?」하면서 레시피 그대로 요리했다. 내가 맛있다고 말하자 그다음부터는 거의 하루에 한 번씩 열과 성을 다해서 요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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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중요한 날이니까 빨리 해결하고 왔지.”
“무슨 날인데?”
“장인어른 뵙는 날.”
“……장인어른? 너 결혼했어?”

내 말에 해경이가 포크를 식탁에 치며 웃었다. 해경이가 웃는 건 지금도 참 예뻤다. 하지만 그렇게 웃긴 말인지 이해는 안 됐다.
“결혼 안 했어. 정확히 말하자면 장인어른 될 사람?”
사귀는 사람의 아버지? 해경이가 사귀는 사람이 있다니. 전혀 그런 낌새도 못 느꼈다. 나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알려고 들면서, 저는 애인을 숨기고 있었다니. 순식간에 기분이 더 나빠졌다. 숨기고 있다기보다 지금까지 말을 안 한 것일 수도 있다. 안 물어봤으니까. 그래도 기분이 더러운 건 어쩔 수 없다.
“너 애인 있어?”
“아직 애인은 아니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짝사랑이지.”

-
“제복을 왜 입어?”
“내가 원래도 멋지지만, 제복을 입으면 완전 멋지잖아. 완전 멋져 보여야지, 오늘은.”
“누구한테?”
“장인어른.”
“뭐라는 거야?”
“너도 입어. 커플룩처럼.”
“……자꾸 무슨 소리야?”
“12시 아니야? 내가 머리도 만져 줄까?”
“……네가 말하는 장인어른이 혹시…….”
“혹시?”
“……우리 아버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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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뛰어올 때 사실 다 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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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봤어?”
 “……모르겠어.”
“요새는 일단 발뺌하고 시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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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가자. 꽃잎이 깔린 방.」 

「네가 좋아할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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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위반이야.」
「속도위반 하고 싶어서.」
「……뭐?」
「너랑 못하니까 여기서 하는 거야.」
「뭔 소리야?」
「결혼하기 전에 아기 가지는 거. 그것도 속도위반이래. 재밌지?」
「아니.」
「하고 싶어.」
「……하면 되겠네.」
「정말? 해도 돼?」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럼 누구한테 물어.」
「……나랑 하겠다고?」
「그럼 누구랑 해.」
「……미친 소리 좀 작작해.」
「네가 생각보다 보수적인 것 같아서, 안 그래도 할 생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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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존대하는 것도 신선한 것 같아. 나 또 세울 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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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욕해도 섹시하긴 한데, 그래도 연인 사이엔 욕하면 안 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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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의진이가 입이 짧아요. 식당 주방장을 바꿀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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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나면 본능적으로 운전석이 안전하게 핸들을 꺾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관광버스에 사고가 나면, 운전석 바로 뒷자리가 생존 확률이 가장 높대. 혹시 탈 일 있으면 거기 앉아. 나는 생존 본능을 누르고 보조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게. 어때?」



#
「……너 지금까지 낸 과태료로 차도 사겠다.」
「어차피 세금인데 내도 돼. 게다가 사진도 주잖아.」
「사진?」
「과태료 통지서에 사진 첨부되잖아. 우리 같이 찍은 사진.」
「……보조석 쪽은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데…….」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게 중요한 거지.」
「…….」
「시간이랑 장소도 자세히 나오고.」
「…….」
「서비스에 비해 저렴하지 않아? 세 배는 더 받아야 할 것 같은데.」
「……그래. 참 저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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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에 타고 싶었어?
“…….”
“아무튼 취향하고는. 로드스터는 좀 불편할 것 같은데, SUV 하나 살까?”
정해경이 차에 기대서 휴대 전화를 꺼내 들었다. 검색 창에 트렁크 넓은 차 이따위를 입력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SUV는 트렁크에 갇히는 느낌은 안 들 텐데, 괜찮아?”

“타.”
“…….”
“좀 좁지만 역시 트렁크가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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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고 했어. 8시간 이상은 채우지 말라고 해서.”



#
「해 보고 싶기는 한데, 자신이 없어.」
「뭐가?」
「힘 조절. 잘못하다 너 죽이면 어떡해?」
정해경은 진지했고 나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해경은 그럴 수 있었다. 맨손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놈이니까.
「그래, 나 죽을 수도 있어.」
나는 희망을 품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정해경은 동영상만 계속 봤다. 나는 정해경이 정말로 하자고 할까 봐 구구절절 말을 늘어놓았다.
「너는 때리면 흥분할지 몰라도, 나는 맞으면 아프기만 해. 내가 아픈 거 싫다며.」
「그럼 내가 맞을까?」
「……뭐?」
「맞아도 좋을 수 있다잖아? 안 맞아 봐서 모르겠지만.」
「……그렇게 그게 하고 싶어?」

「문제는 너한테 맞아 봤자 느낌도 없을 것 같아. 그럼 의미가 없는데.」
-
「하지 말자.」
「……진짜?」
「사실 하고 싶은데, 네가 다치는 건 싫어. 망가지지 않을 만큼만 때리는 건 난 못 해.」 



#
“아무리 생각해도 백청아 말대로 넌 좀 멍청해. 내 맘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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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 싫어하는 건 안 하고 싶어. 그러니 평소에 좀 잘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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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아, 나 입을 옷 좀 줘.」
「아직 열나잖아.」
「아님, 뭐 덮을 거라도…….」
열을 식히려고 옷을 벗겨 놨다. 평소에도 둘이 있을 땐 다 벗고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유독 쑥스러워하기에 정해경도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그런데도 김의진은 선녀가 날개옷이라도 빼앗긴 듯 옷을 달라고 했다. 그럼 내가 나무꾼인가? 정해경은 어릴 때 읽은 동화를 떠올렸다. 정해경은 나무꾼처럼 멍청하게 선녀를 잃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우리 아이 넷 낳으면 줄게.」
 


#
“임신했나 봐. 근데 콘돔 끼고 했는데 임신이 되나?”
 
“콘돔에 불량도 있대. 계획 임신이 아니라 어떡하지? 그래도 잘 키워야겠지?” 



#세상 달달한 해경이의 문자(+쪽지) 모음

[D3로와염>0<♡] 

[A204♡] 

[의진아♡ 나 없다고 밥 안 챙겨 먹고, 소파에서 대충 자고 그러면 맴매할 거야. 금방 올게. 보고 싶어도 조금만 참아♡♡♡] 

[의진아♡ 보름정도 연구소에 있을듯ㅠ 보고싶어도 조금만 참아♡]
[사실 안참아도돼ㅋㅋ보고싶음전화해☎☎☎]
[문자해도되는데ㅇㅅㅇ]
 ……
[저번엔 심장에총맞았을때 재생발현시작까지 6.3초 걸렸는데 이번엔 5초 컷  ̄▽ ̄)V]
[솔직히말하면5초는아니고 소수둘째자리에서 반올림해서 5.7]
[그래도엄청빠른거야] 

[후문으로와@^^@] 

[어디야*_*?] 

[의진아?ㅇㅁㅇ]
[내가 방금 네이름 부른거 어캐알았어^///^] 

[아침 먹자♡]
[동관으로 와♡]
[빨리 와♡]


-
다정보스 정해경 ㅠㅠ
  • tory_1 2019.02.1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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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 2019.02.1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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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 2019.02.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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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4 2019.02.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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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5 2019.02.1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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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6 2019.02.1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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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7 2019.02.1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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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8 2019.02.1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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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9 2019.02.1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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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0 2019.02.1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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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2 2019.02.1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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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1 2019.02.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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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3 2019.02.1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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