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https://youtu.be/p7Wo3NnJMdc















상수리나무아래 1부 136화 중

(맥시를 안전한 레반에 남겨두고 수 개월 지속될 전쟁터로 떠나는 리프탄)




아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리프탄이 사제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맥은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설마 여기서 이렇게 작별할 생각인 건가. 그가 몸을 바로 세우며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문제가 생기면 아렌 대공께 말해. 편의를 봐주실 거야.”


  맥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파르르 입술을 떨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고요하게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은, 감정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 강철 갑옷처럼 싸늘해 보였다.


지내.”


  목이 메여 왔다. 그가 이렇게 담백하고 차갑게 자신과 작별하려고 한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위에서 보낸 애틋한 시간들이 거짓말인 것처럼 그는 냉정하게 몸을 돌려 예배당을 나갔다. 그의 곁에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도 그녀에게 고개를 꾸벅이고는 뒤를 따랐다.


금방 돌아와 귀부인을 다시 아나톨로 모셔 테니,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유리시온이 마지막으로 자신만만한 인사말을 남기고 뒤돌아섰다. 맥은 그들을 배웅하기 위해 사제들과 함께 예배당 밖으로 나갔다.

  계단 아래로 광장을 가득 메운 수십 대의 짐마차와 무장한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선두에 리바돈의 기사들과 렘드라곤 기사단이 대열을 갖추어 섰다. 서풍에 그들이 깃발이 격렬하게 흔들리자 가슴이 심하게 두방망이질 쳤다.

  맥은 리프탄이 위에 올라앉는 것을 애처로운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리프탄은 사납게 투레질을 하는 탈론을 단번에 얌전하게 만든 , 말머리를 돌려 전열이 제대로 갖추어졌는지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선두로 달려가 탈론의 허리를 가볍게 걷어찼다. 기사들이 일제히 리프탄을 따라 광장 밖으로 말을 몰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리프탄이 멈춰 섰다. 기사단이 얼결에 행군을 멈추며 무슨 일인가 하고 웅성거렸다.

  리프탄은 그들은 안중에도 없는 옆에 헤바론에게 무어라 외치고는 말에서 뛰어내려 다시 대성전을 향해 성큼성큼 달려왔다.


잠시만…”


  그가 단숨에 계단을 뛰어올라 그녀의 팔뚝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맥이 무어라 대꾸하기도 전에 예배당 옆에 있는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아래로 걸어갔다. 그녀는 영문도 모르는 채로 휘청거리며 그를 따라갔다.


, 리프탄... 갑자기 ...”


빌어먹게 바보 같은 알고 있지만...”


  그가 영문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몸을 돌려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맥은 갈등이 서려 있는 그의 표정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한참 동안 어물거리며 굳어 있던 리프탄이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맥은 멀뚱히 그의 손바닥을 내려보았다. 약간 찌그러지고 한쪽 면이 거뭇하게 변색된 세겔 닢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거 가지고 있어.”


  맥은 멍하니 눈만 꿈뻑거렸다. 그녀는 평생 만져 적도 없는, 평민들이 쓰는 구리 동전이었다.

  이런 것을 제게 주는지 몰라 의아한 눈길로 올려다보자 그의 근육이 눈에 띄게 팽팽해졌다. 그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억지로 동전을 쥐여 주었다.


, 가지고 다녀.”


, 이걸 왜요?”


  머뭇거리던 리프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용병대에 들어갔을 의뢰를 완수하고 받은 거야. 이걸 가지고 있으면 운이 따른다고 하더군. 용병들 사이에 전해지는 미신 같은 거야. 바보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괜히 찝찝해서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미신에 연연하는 창피한지 그가 말끝을 흐렸다.


확실히, 이걸 가지고 있을 때는 부상을 입는 일이 거의 없어서 언제부터인가 항상 품에 넣고 다녔어.”


  맥은 불에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동전을 다시 그에게 내밀었다.


, 그런 거라면... , 리프탄이 가지고 있어야죠!”


이제 행운 같은 필요 없어. 그런 것에 기대지 않아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어.”


  리프탄의 기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손을 단단하게 감싸 쥐었다. 그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너를 남겨 두고 가는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를 거야. 시시껄렁한 미신이지만... 그래도 네가 이걸 가지고 있어 줬으면 좋겠어.”


, 시시껄렁한 미신이라고... 생각 해요. 하지만... 이게 , 행운의 물건이라면... 리프탄이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 위험한 곳으로 가실 거잖아요.”


이편이 내게 좋아.”


  그가 고개를 숙여 동전을 쥐고 있는 그녀의 주먹 위에 입술을 눌렀다. 사락거리며 흘러내린 그 앞머리가 그녀의 손등을 감미롭게 간질였다.


이걸로 네가 지내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걱정할 있겠지.”


하지만... , 나는 걱정으로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 거예요.”


  맥은 떨리는 음성으로 원망스럽게 중얼거렸다. 리프탄이 고개를 들어 눈물이 고여 있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 위에 말로는 형용할 없는 격렬한 감정이 떠올랐다. 리프탄이 그녀의 뺨을 감싸 쥐고 축축해진 눈시울을 엄지로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럴 거야?”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가 짧게 숨을 들이키며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맥은 입술 위에 닿는 부드러운 숨결에 눈꺼풀을 떨었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은 들끓고 있었지만 접촉은 놀라울 만큼 짧고 가벼웠다.


나는 괜찮을 거야.”


, 상처 하나 없이 돌아오겠다고... 약속해 있어요?”


“…그래, 약속할게.”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삼키듯이 그의 목울대가 크게 출렁거렸다. 리프탄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등 위에 다시 한번 입을 맞추었다.


부디, 당신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마치 기도라도 하듯 경건하게 중얼거린 리프탄이 몸을 바로 세웠다. 맥은 그렁거리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리프탄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정말 가야 .”


  그녀는 눈물을 떨구지 않기 위해 입을 꾸욱 다물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리가 쇳덩어리가 것처럼 꼼짝 않고 있다가 천천히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리프탄은 계단을 저벅저벅 내려가 다시 위에 올라앉았다. 조용히 지휘관을 기다리고 있던 기사들이 곧장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가 말에 박차를 가하자 군대가 힘차게 행진을 시작했다. 맥은 사제들과 함께 계단 위에 서서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의연하게 남편을 배웅하고 싶었지만 자꾸 눈앞이 흐려졌다. 그녀는 그가 건네준 동전을 손으로 움켜쥐며 눈물을 삼켰다.
























맴찢 포인트


1. 냉정하게 돌아서 출발하려다 참지 못하고 다시 맥시에게 뛰어오는 리프탄


2. 미신을 믿었던 창피함따위 그저 어떻게든 맥시가 안전하길 바라며 자신이 수년간 지녀온 부적을 주는 리프탄


3. 자신을 걱정하느라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 갈거라는 맥시의 말이 마음 아프면서도 편으론 자신을 걱정하는 맥시의 사랑에 감동받아 “...그럴 거야?”라고 반문하는 리프탄 ㅠㅠㅠ


4. “부디, 당신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도하듯 경건하게 말하는 리프탄.. 철의 남자가.. 누구도 상처를 입힐  없는 강한 남자가.. 자신은 전쟁통으로 떠나면서도 사랑하는 맥시는 진심으로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길 바라는 애절한 마음..










  • W 2019.02.16 19:40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2 2019.02.16 19:42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W 2019.02.16 19:43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3 2019.02.16 20:01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4 2019.02.16 20:1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03/26 20:41:36)
  • W 2019.02.16 21:30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5 2019.02.16 20:12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6 2019.02.16 20:32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7 2019.02.16 20:37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8 2019.02.16 20:4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4/01/19 10:33:47)
  • tory_9 2019.02.16 21:00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10 2019.02.16 21:16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W 2019.02.16 21:27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11 2019.02.16 21:17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W 2019.02.16 21:29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4 2019.02.16 22:0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03/26 20:41:43)
  • tory_12 2019.02.16 22:10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13 2019.02.16 23:25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W 2019.02.17 00:29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 tory_14 2019.04.21 21:57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기막힌 코미디 🎬 <드림 시나리오> ‘폴’과 함께하는 스윗 드림 시사회 19 2024.05.07 1334
전체 【영화이벤트】 우리는 지금도 행복하다 🎬 <찬란한 내일로> 시사회 14 2024.05.03 3519
전체 【영화이벤트】 전 세계 2,5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원작 애니메이션 🎬 <창가의 토토> 시사회 13 2024.05.02 3201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72081
공지 로설 🏆2023 노정 로설 어워즈 ~올해 가장 좋았던 작품~ 투표 결과🏆 36 2023.12.18 14235
공지 로설 🏆 2022 로맨스소설 인생작&올해 최애작 투표 결과 🏆 57 2022.12.19 164983
공지 로설 가끔은.. 여기에 현로톨들도 같이 있다는 걸 생각해주지 않는다는 기분이 든다.. 63 2022.06.17 186860
공지 비난, 악플성, 악성, 인신공격성 게시물은 불호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2022.05.04 226192
공지 BL잡담 딴 건 모르겠는데 추천글에 동정 여부 묻는건 제발ㅠㅠ 63 2022.04.08 178139
공지 기타장르 💌 나눔/이벤트 후기+불판 게시물 정리 💌 (+4.4) 135 2021.11.05 226236
공지 정보 BL 작가님들 포스타입 / 네이버 블로그 주소 📝 229 2020.10.21 238229
공지 정보 크레마 사고나서 해야할 것들 Tip(1114) 49 2018.12.28 216206
공지 노벨정원은 텍본을 요청/공유하거나 텍본러들을 위한 사이트가 아닙니다. 57 2018.11.13 296423
공지 노벨정원 공지 (23년 09월 13일+)-↓'모든 공지 확인하기'를 눌러주세요 2018.07.16 454216
공지 나래아/톡신/힐러 리뷰금지, 쉴드글 금지 135 2018.03.13 226204
모든 공지 확인하기()
1526 BL잡담 재미로 정리해 본 내 타입 공수들 ㅋㅋㅋㅋㅋ 17 2019.02.19 622
1525 로설 투베 취향 아닌 톨들 들어와봐……!(로판) 5 2019.02.19 747
1524 기타잡담 책 정리 어플 추천할게 (안드 책꽂이+) 14 2019.02.18 714
1523 BL잡담 친나호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ㅂㅊ) 16 2019.02.18 1208
1522 BL잡담 저세상 다정공 해경이 모음 ㅂㅊ (모연흔) 13 2019.02.18 868
1521 로설 족같은 남성향 로설로 내지마라 45 2019.02.18 1613
1520 BL리뷰 남자 넷의 모험은 왜 항상 재미있을까? <극한직업 던전상인> 10 2019.02.18 905
1519 BL잡담 공수가 성적경험이 서로뿐인거 있어? 55 2019.02.18 1203
1518 BL잡담 인연 오메가버스au보고싶다 14 2019.02.18 505
1517 BL잡담 종의 기원. 체크리스트ㅜㅜㅜㅜ 23 2019.02.17 1242
1516 BL리뷰 자기객관화 쩌는 쓰레기 공.txt (황곰, 폴인) 14 2019.02.17 1714
1515 BL잡담 오늘자 수 위해 다 바친 헌신공의 대찌통 모먼트 (스포발췌) 51 2019.02.16 1567
» 로설 BGM과 함께 보는 상수리나무아래 명장면/명대사 1 (스포주의) 20 2019.02.16 1684
1513 BL리뷰 읽을게 없을 토리를 위한 영업글 모음 (스포 없음) 15 2019.02.15 1116
1512 기타잡담 bl 소장본 포함 책들 무나하려고 왔어(*⁰▿⁰*) +당첨발표 93 2019.02.15 1082
1511 BL잡담 이제 캘린더에도 대놓고 나오나보네 40 2019.02.15 1462
1510 로설 ㅋㅋㅍ 그녀와 야수 극호로 시작해서 극불호로 하차한 후기(ㅅㅍ) 9 2019.02.15 13401
1509 정보 램프네 레터 154 2019.02.15 1353
1508 BL리뷰 십오야 맞이, 내 인생작들 이미지 발췌.jpg 28 2019.02.14 1317
1507 BL잡담 패션 굿즈 총집합(feat.호갱) 25 2019.02.14 1514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 416 417 418 419 420 421 422 423 424 425 ... 497
/ 497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