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찐토리의 주관적 해석이 많이 있습니다



평화로운 오후, 정후랑 완이는 사과를 노나먹으며 티비를 보고 있었음. 티비에선 한창 알파 결혼식 인터뷰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 군중 속에 무정후도 참석한 게 보였음.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셀럽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익숙한 얼굴도 있었다. 무정후였다. 얼마 전, 해외로 출장을 갔다 온 놈이 생각났다. 저길 갔던 거였나? 완은 인터뷰를 나누는 사람 말고, 카메라에 잠깐씩 걸리는 무정후를 연신 찾았다.


-  정후만 보이는 완이...



그렇게 완이가 티비 속 정후를 바라보던 중 진짜 정후가 말을 던져옴.


“우리도 결혼할까?”


- 사과 먹다 뜬금없이 프러포즈하는 참신한 놈




물티슈를 손을 닦던 완이 황당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결혼?”
“응. 나도 슬슬 생각해야 할 나이고.”
“…….”
“저기서 느꼈어. 사람들이 축복해 주는 관계란 무엇일까.”


- 여기서 알아야 할 건 얘네 아직 20대 초반임 근데 뭘 생각해 핑계 붙이지 마 임마




“글쎄. 너한테는 그런 관계가 따로 있을 거 같은데.”


-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튕겨보는 완이




완은 습관적으로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무정후에게 쏘아붙인 말과는 달리 그의 입에서 뜬금없이 ‘우리 결혼’이란 말이 나오자 스리슬쩍 이상한 감정이 피어났다. 삭막한 담장 넝쿨 사이에서 홀로 피어난 노란 개나리 같은 감정이었다.


- 세상에 누가봐도 이건 좋은 감정... 튕겨봤지만 완이는 설렜다는 걸 알 수 있음




문득 그와 가정을 이루고 평생 살아간다면 언젠가 버림받더라도 그에게 거대한 재산을 받을 수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하지만 완이는 버림받았을 경우까지 가정해버림 (결혼도 전에 이혼 생각하는 완이ㅋㅋ ㅠ) 완이 성격 자체가 예민하고 자존심은 은근 높고 자존감이 낮은 편이라 그럼...




“너 날 사랑해?” 완이 물었다.

무정후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
완이 뜸을 들이며 대꾸했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거니까.”


- 용기내서 자신을 사랑하냐 물은 완이 (내가 다 두근두근)




무정후가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떠올렸다. 해석을 마친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해. 그러려면 주기적으로 박을 구멍이 필요한데 그게 너였으면 좋겠어서 한 말이야.”


- 저기요 여기 주둥이 꼬맬 바늘이랑 프러포즈 조언서 좀 가져다주세요 그럼 그렇지 이 새끼는 답이 없어요




“주기적으로 박을… 구멍?”
완은 무정후가 뱉은 말을 홀로 중얼거렸다.


- 그래 완아 제3자인 나도 기가막히고 코가막힐 노릇인데 넌 어떻겠니 후... 사실 말만 따지면 맞는 말이긴 함 근데 좋은 말도 저렇게 내뱉을 수 있는 건 능력이다 능력...




박 완은 구름 사이를 쏘다니던 열기구가 날아가는 새의 뾰족한 부리에 찔려 땅으로 곤두박질이라도 친 것처럼 두둥실 상승하던 감정이 추락함을 느꼈다. 완은 재빨리 열기구의 바구니 문을 열고 나왔다. 다섯 가지 색깔로 물들어 있던 열기구의 지붕이 죽 찢어져 있었다.


- 담장 사이에 핀 꽃을 넘어 어느새 열기구를 타고 날아간 완이 기분은 곤두박질 쳐버림 존나 불쌍했음 상처 제대로 받은 완이...




“넌?”
무정후는 푸시식 바람 빠진 완에게 물었다. 아삭아삭. 그는 참 청량한 소리를 내면서도 사과를 먹었다.

“뭐가? 완은 어리벙벙한 얼굴로 되물었다.
”넌 날 사랑해?


- 내가 붙잡고 있을게 사과로 패자 완아 그딴식으로 대답하고 지금 역질문을 던지는 거야? (멱살)




무정후의 물음은 황당무계했다. 사랑은 애정이 있어야 했고 쌍방으로 감정을 나누어야 했다. 그러나 무정후는 감정을 나누기도 전에 일방적인 제 방식만을 강요했고, 완은 그런 그에게 감정을 나눌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무정후는 뻔뻔하게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 너무나 맞는 말임. 사실 이건 둘이 진지하게 감정을 교류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었음 완이가 차를 가져와 대화를 시도했는데 무정후 이 미친놈이 그 찻잔을 던져 깨트려버린 거나 마찬가지임


 


“하….” 완이 고개를 숙이고 코웃음을 쳤다. 그는 무정후가 자신의 마음을 이쑤시개로 들쑤신 것처럼 무정후에게 똑같이 복수하고 싶었다. 박 완은 무정후에게 갈기갈기 찢기는 감정을 선사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내가 너 따위를 사랑할 리 없잖아.”


- 아 부부는(?) 서로 닮는다 했던가요 사람 후벼파기 달인 정후 옆에 지낸 게 허송세월이 아니란 걸 증명하듯 완이가 맞폭탄을 던져버립니다


 


무정후는 완의 대답에 입매를 굳혔다. 만약 완이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면 굳은 듯이 떨리는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을 눈치챘을 것이다.


- 빡쳤네... 정후는 거의 모든 일에 여유로운 편인데 이건 분명 마음에 스크래치가 났나봄...




 무정후는 빙그레 웃으며 충고의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은 비눗방울 같은 거야. 건드리면 바로 터져 버리잖아.”
“…….”
“사과처럼 안이 단단하지 않아. 속 알맹이도 없고 빈 공기 같은 거지.”
“…….”


- 무정후식 사랑의 정의가 나옴. 왜 이러냐? 얘는 사랑이란 감정을 모르고 컸음 그래서 아까 너랑 살고 싶다는 말 자체가 애정인데, 사랑하는 건 아니라고 했던 거임. 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은 겉보기만 좋은 허상이니까.




“그래도 넌 날 사랑해 봐.”
무정후의 어투는 단호했다.
“그럴 일….”
완이 바로 대꾸했다. 그러나 무정후가 말을 끊으며 명령조로 말했다.
“하라면 하는 거야.”
“…….”
“알아듣지?”


- 하지만 자존심 제대로 상한 정후는 완이한테 그런 사랑이라도 해보라 함. 엄청난 내로남불 때문에 말문 막힌 완이




무정후가 대답 없는 완에게 자기를 가리키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그러곤 손가락을 바꾸어 완을 가리켰다.
“너한테.”
“…….”
“하라면 하는 거라고.”
무정후가 싱긋 웃었다.


- 이거 분명 이악물고 말했다 자존심 존나 무너졌는데 억지로 웃으면서 부들부들 강요한 거다 분명 ㅋㅋ...



결국 둘 사이엔 커다란 금이 또 가게 됨.


본편에서 이런식으로 감정싸움하는게 몇번 나옴 정후때문에 완이가 좀 마음이 돌려짐 - 그 마음 올려놓고 다시 쳐박는 정후(악의가 없다는 게 더 환장임) - 완이는 참지않긔 - 정후의 강압 - 결국 서로 상처받고 끝남


볼때마다 서투른 둘을 생각의자 앉힌다음 손잡게 하고 털어놓으라 하고 싶었음 (쾅) 그래도 후반으로 가면 서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점점 깨달으면서 마음이 만나게 돼... 감정선이 나오는 문장들을 짚어나가면 어떻게 변화하는지 와닿아... ㅠㅠ

 

에필로그쯤 가면 이 폭싹 망한 프러포즈가 다시 어떻게 나오는지, 아까 핀 노란꽃이 나중엔 어떻게 표현되는지도 나옴.

궁금하다면 내일 새 외전 나오는 친애하는 나의 호러에게 같이 읽자...!





  • tory_1 2019.02.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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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8 2019.02.2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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