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솔직히 말할게. 토주 외전 기다리는 동안 하루 빨리 외전을 보고싶다는 생각과 평생 외전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번갈아가면서 했어. 특히 나는 본편을 너무 인생작으로 읽어서 외전이 그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떡하나, 본편의 여운을 해치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면 어떡하나 너무 걱정되고 불안한거야... 노정에서 톨들이랑 드립 치면서 놀 때야 물론 섬온화님 외전 10만자를 부르짖었지만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했다’는 말 처럼 차라리 영영 상상속에서만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조차 할 지경이었어.



그래도 날짜는 다가오고, 열두시 땡 하자마자 결제하고 책장을 넘기는데... 진짜 한 글자 한 글자 아껴보고 싶으면서도 숨 한번 제대로 못 들이쉬고 순식간에 읽었다ㅠㅠㅠㅠㅠ 엉엉엉 역시 섬온화님 저를 가지세요 제 비루한 몸뚱이가 싫으시면 평생 제 통장을 가지세요ㅠㅠㅠㅠㅠㅠㅠ 게다가 마지막에 아주 짧게 나오는 한팀장 시점... 이게 실화냐, 이게 실화냐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뻐렁치는 장면 광대 올라가는 장면이야 뭐 매 장마다 있어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고... 벌써부터 형광펜 그은 부분 때문에 액정 켜자마자 눈이 부셔서 부담스러울 지경이야ㅋㅋㅋ 외전 읽고 여운에 잠겨서 잠 설치느라 안그래도 피곤한데 눈이 욱신욱신거리는 지경ㅋ큐ㅠ



그 와중에서도 역시나 내 마음을 울리고 책장을 덮고도 진하게 남아있는 건, 이서단과 한주원이 얼마나 자신들의 세계 속에서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관계를 더디지만 견고하게 쌓아올려 나가고 있는가 하는 거더라.



일단 이서단이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100퍼센트 자유로워지고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아서 그게 너무나도 안타깝고 짠하더라. 한팀장이 보이지만 않아도 불안해하고,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전전긍긍하는 거야 연애 처음 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겪었을 감정이겠지만 (분리불안 증세 겪는 댕댕이가 살짝 연상된 건 비밀) 한팀장이 미국에 가 있는 동안 고등학교 1학년 때로 돌아간 꿈을 꾸는 장면에서 내 일도 아닌데 너무 마음이 아팠어. 특히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내가 시간을 거슬러 왔다고, 그래서 아무것도 어그러지지도 망가지지도 않았을 때의 모습으로 당신 앞에 설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을 때. 그런데 동시에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 10년에 걸친 트라우마가 하루아침에 치유되고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마무리 되는게 아니라서, 그 현실적인 시행착오와 과정들이 오히려 더 좋았어.



그리고 그렇게 불안해하는 이서단의 존재를 꽉 붙들어매주는 한주원이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말로는 지하실에 가두어놓고 자신만 바라보게 만들거라고 하면서도 단순히 이기적인 소유욕이 아니라 언제나 이서단이 있을 곳을 만들어주는 한팀장... 그리고 그 덕분에 이서단은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둘 만큼 평범한 행복과 일상을 가질 수 있게 되었지ㅠㅠㅠㅠ 이서단이 카메라로 뭘 계속 찍어댈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뿌듯하면서도 아리던지ㅠㅠㅠㅠ 이서단이 불안하지 않게 집 명의를 옮기든 호적에 올리든 뭐든 하라는 한팀장의 말도 좋았지만 나는 초반에 래원 나가서 회사 차릴거라는 이야기 하면서 웬만해서는 나를 믿고 와 줬으면 좋겠다고, “이서단 씨가 이서단 씨의 방식대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내가 만들어 줄 생각”이라고 하는 게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10년 동안의 고립에 상처받고 숨죽이며 살던 서단이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치유해주는 말 아니겠어ㅠㅠㅠㅠㅠㅠㅠ 덕분에 이서단의 마음 상태는:



“낯선 타지의 처음 보는 호텔 방이어도 상관없었다. 여기가 헤맨 끝에 마침내 찾아낸 내 자리 같았다. 처음부터 나를 위해 마련된, 내가 있어야 할 장소 같았다.”



***



“이마에, 눈꺼풀에, 코끝에 입술이 닿고 떨어지는 기분 좋은 소리가 귀에 느리게 스며들었다. 나는 이불처럼 그를 안은 채로 잠에 빠졌다. 머리를 느리게 쓸어 넘겨 주는 손길, 내려다보는 시선의 다정함이 온기처럼 몸 안에 차곡차곡 쌓였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처럼, 눈을 감아도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



“이상한 일이었다. 그는 그리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고, 우리의 관계도 평범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를 사랑하면서 나는 이전에는 이해할 수 없던 수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늘 유리 너머에 있던 세상에 들어가 남들처럼 온몸으로 울고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외전에서는 한팀장의 사랑을 받아서 어리광이 좀 는 이서단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는데, 그렇다고 한팀장의 사랑을 그저 받기만 하고 그 안에서 수동적으로 머물러 있기만 한게 아니라 한팀장의 존재가 이서단을 움직이게 만들고 한팀장을 계기로 “타고나기를 행동력이 부족한 성격이었고, 낯선 곳을 쉽게 가지 못하는” 이서단이 점점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와서 두려워하는 것들을 하나둘 씩 해 보는게 정말로 나한테는 정말 감동이었어. 특히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 비행기표 예약해 놓고 막상 해 보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느낀 거라든가, 한국에서는 혼밥 하는 것 조차 눈치보던 이서단이 처음 보는 식당에 용감하게 들어가서 짧은 영어로 이것저것 시켜먹고는 “소문난 맛집을 찾아간 것도 아니고, 대단한 모험을 한 것도 아닌데, 호텔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눈이 닿는 거리의 모든 풍경이 반짝일 정도로 마음이 들뜨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라고 하는거...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나도 정말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어서 꼭 내 일처럼 눈물이 났다.



그리고 한팀장에게 이서단의 존재는... 정말 그 의미와 감정의 깊이에 대해서 쓰라고 하면 책 한 권을 써내도 모자라겠지만 자기 스스로에 대한 파괴본능과 혐오로 인해서 자신을 사막으로, 빙하로 몰아대던 사람이 이서단을 만나고서야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은 이서단 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 질문에 대한 이유가 되어 줘서 고맙습니다.”라고 하는데 그것만 해도 한팀장이 서단이에게 느끼는 감정의 어마어마한 무게가 와 닿았는데 마지막에 한팀장 시점에서 단 한 마디로 이서단을 “세상이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진짜 다음날 출근 생각도 잊어버리고 펑펑 울어버려서 아침에 잘 하지도 않는 화장 하게 생겼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하튼 이만큼을 써 놓고도 못 쓴 부분이 너무 많아서 아쉽기만 한데...



근데 이서단 참 많이 컸더라......ㅋㅋㅋㅋ 본편에서도 애가 쭈굴한 와중에도 맘속으론 야무지게 서단빵 날리긴 했지만 이제는 먼저 혀 넣겠다고 한팀장 도발할 줄도 알고 키스마크도 남기고 먼저 하게 해달라고도 할 줄 알고 대놓고 질투도 하고 나이 차이 얼마나 되느냐는 뉘앙스로 한팀장 무안줄 줄도 아네ㅋㅋㅋㅋ 하지만 한팀장은 지지않긔ㅋㅋㅋㅋ어제 보니 설거지도 못하던데 이사 오면 빨래 같은걸 맡는게 좋겠다고 하질 않나, 선크림을 뭔 쥐똥만큼 발랐다며 팩폭 날리는 한팀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한팀장 침대에서 이서단한테 너무 무르기만 한 거 아니냐! 했는데 이서단이 사온 케이크로 그... 아... 네... 그리고 얼음... 음오아예... 수위 문제로 자세하게 쓰지는 못하겠지만 역시 달달하게 선크림 발라주는 와중에도 너무나 평온하게 플레이용 족쇄를 알아보겠다고 말하는 한팀장은 배운 변태 상변태이며 그 외전을 쓰신 섬온화님은 노벨 문학상과 맨부커상과 공쿠르상과 퓰리쳐 상과 아쿠타가와 상을 동시에 받으시기에 손색이 없는 분이시라는 것만 밝힐게. 섬온화님 6권도 기다릴게요 존버는 승리한다 충성충성충성 ^^7




마무리 퀴즈:



다음 중 찐톨이 토주 외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부러워한 사람을 고르시오.



1. 주중 내내 외근이며 업무며 이서단과 딱 붙어 다니느라 천상천하 유아독존 한팀장 질투도 다 받아보는 컨설팅 2팀 김대리



2. 한팀장 한국 없는 동안 매일매일 이서단 일거수 일투족 스토커 수준으로 한팀장한테 직접 보고하고 한팀장이 회사 차려서 독립하면 같이 데리고 나갈거라는 박대리



3. 이서단한테 맨날 홈메이드 달다구리 갖다주면서 맛있는 것도 종종 먹으러 다니고 연애상담도 하는 김주임



4. 미국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서단 옆자리에 앉아서 말도 걸고 입국 수속 내내 시시콜콜 챙겨주었던 이름 모를 승객
  • tory_1 2018.10.1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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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 2018.10.18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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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 2018.10.18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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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4 2018.10.1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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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5 2018.10.18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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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6 2018.10.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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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7 2018.10.1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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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8 2018.10.1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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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9 2018.10.20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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