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발췌)
1. 잤잤할 때 상대방 병원신세 만들던 놈이 태의는 부둥부둥 어르고 달래서 하구요
2. 자발적으로 태의 치다꺼리 하구요
3. 태의가 때려도 맞아주고요
4. 태의가 주는 거라면 청산가리래도 마실 사람인데요
이게 트루럽이 아니면 뭐겠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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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이, 태이……. 조금만 힘 빼,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말고, 자, 괜찮아, 찢어지진 않았어, 잘하고 있어, 만져 봐,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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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의가 거의 탈력 상태로 침대에 축 늘어져 있는 동안 일레이는 말없이 정리를 했다. 젖은 수건을 바구니에 던져넣고 새 수건에 따뜻한 물을 적셔 가져와 꼼짝도 하지 않는 정태의의 XXXX를 꼼꼼하게 닦아주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손을 닦은 뒤 정태의를 다시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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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이는 시체처럼 늘어져 있는 정태의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 성큼성큼 욕실로 걸어갔다.
때려죽인다고 해도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일 것 같아 꼼짝도 않는 정태의를 어렵잖게 씻겨주고 몸속까지 말끔하게 정리해 준 그는, 배스타월로 꼭꼭 닦아서 다시 침대에 눕혀주었다. 그런 뒤에야 도로 욕실로 돌아가 자신의 몸을 씻기 시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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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익숙하시군.”
사납게 중얼거리자 일레이가 음? 하고 돌아보았다. 그러곤 고개를 기울인다.
“익숙한 것처럼 보였나? 다른 놈 뒤처리를 해준 건 처음이었지만, 불편하지 않았던 모양이니 다행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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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네놈이랑 잔 사람들은 다 멀쩡했나 보지?”
무슨 새삼스러운 소린가 싶어 정태의는 부루퉁하게 중얼거렸다. 저 흉흉한 걸 박고 무사했을 리가 없을 텐데.
그러나 일레이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시 울컥해질 소리를 했다.
“아니, 자고 난 뒤에 다시 볼 일이 없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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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의는 인정사정 보지 않고 있는 힘껏 일레이의 가슴팍을 걷어차고 말았다. 명치에 발꿈치가 맞아들어갔다. 일레이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걸로 속은 좀 풀렸나?”
그때, 예상 밖의 말이 들렸다.
여전히 걷어차여 넘어져 앉은 그대로, 일레이가 못마땅한 듯이 말하고 있었다. 정태의는 조금만 수가 틀려도 눈 하나 까딱 않고 상대의 목을 비틀어버리는 저 야수 같은 남자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잠시 눈만 깜빡였다.
일레이는 혀를 차더니 ‘역시 맞는 건 익숙지 않아, 그 순간 울컥해서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갈 뻔했거든’하고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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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일어날 것 같아서 식당에서 적당히 몇 가지 들고 왔어. 플레인 요거트랑 치즈 야채 샐러드 좋아했었지? 그건 두 개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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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화낼 문제도 아니잖아. 평소에 하던 걸 좀 더 진하게 했을 뿐인데. 게다가 좀 익숙해지면 그편이 훨씬 더 즐거울걸, 너도.”
“익숙해질 생각 없어, 새끼야!”
“그럼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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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깜빡 정신을 놓쳤다가 지금 다시 깼어. ……대체 뭘 먹이려는 건가 했더니, 이거였나? 음―…, 이완제인가. 수면제나 마취제는 아닌 것 같고. ……청산가리를 먹이는 것도 아니면서 뭘 그렇게 초조한 얼굴을 했어. 마시는 사람 불안하게.”
“……. 알고 있었어?”
“뭘. 술에 약 탄 거? 무슨 약인지까지는 몰랐지. 이놈이 뭔가 탔구나 하는 건 대충 알았지만.”
“알면서 왜 마셨어.”
세상 오만가지 약물에 모조리 다 내성이라도 갖추었을 리도 없고, 정태의는 얼굴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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