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둘 포지션이 여러모로 대비 되잖아.
막시민은 어린시절 코츠볼트에서 조슈아를 만나 친해진 조슈아의 유일무이 절친이고,
조슈아 이전에 히스파니에 영감과도 (술)친구먹은 사이라ㅋㅋㅋㅋ 데모닉에 대해 이해도도 매우 높은 사람이기도 하고.
비취반지 성에서 재회했을때 조슈아를 보고 조슈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하이아칸까지 쫓아간거 생각하면,
어찌보면 막시민은 누구보다도 조슈아를 잘 아는 사람....
반면에 리체는 하이아칸에서 우연히 손님으로 온 조슈아 앞에서 리체가 카르디 헐뜯다가 첫 안면을 튼 사이.
그 다음 만남이 아쿠아리안 공연 당일 분실된 옷 가져다주러 분장실 들어갔다가 막스 카르디 맨얼굴을 보게 된 거고.
리체가 조슈아 죽을뻔한거에 휘말려서 일행에 합류하기 전의 만남이 딱 저거 두 번.
솔까 리체가 조슈아에대해 아는거라곤 '얼굴에 수염같은거 붙이고 다니는 이상한 카르디 친구 조' > '카르디 장본인' 이정도가 다인, 정말 생판 남남.
그리고 막시민은 상황판단 능력이며 추리능력이며, 논리력 사고력 쪽으로 굉장히 뛰어난데다가 언변이 장난 아닌데,
리체는 누가봐도 그냥 평범한 범인...
디자인과 재봉쪽에 재능을 보이는 예술방면으로 뛰어난 사람이긴 한데, '똑똑하다'라는 말이 맞는 사람은 아니지.
게다가 막시민은 비취반지성에서 조슈아가 둘이라는 점을 깨닫고 하이아칸까지 달려와서 조슈아의 구하고 구하고 구하는, 조슈아를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포지션인데,
(아나로즈가 조슈아에게 죽어달라니까, 내가 개고생함녀서 쟤를 살렸으니 나한테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아나로즈도 그걸 인정하고..)
반면 리체의 경우 조슈아를 죽이려는 음모에 휘말려서 같이 행동하게 된, 그래서 조슈아가 책임져야하는 사람이잖아.
조슈아를 잘 아는 절친이며, 조슈아를 책임지고 있는 비범한 인물인 막시민.
조슈아를 잘 모르는, 조슈아가 책임져야하는 평범한 인물인 리체.
이렇게 설정이 대비되고, 그래서 조슈아에 대한 반응이 다른게 참 재밌어.
일례로 조슈아가 귀족이라는 점은 막시민보다 리체랑 있을때 더 부각되잖아.
분명 소공작과 평민이라는 신분차이는 리체나 막시민이나 거기서 거기인데, 막시민은 만난 시기가 아노마라드 공화정 때다 보니 둘 사이가 그 신분에서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 든다고 할까?
처음부터 반말이기도 했고.
리체의 경우 막스 카르디 = 조슈아라는걸 알게 됐을때 조슈아가 귀족이라는걸 알게 되고, 그러고 나선 중간에 리체가 막시민한테 대화하다가 조슈아 질문에 답해서 실수로 말 놓기 전까진 상호 존대.
조슈아가 리체를 부르는 호칭도 이름이 아니라 '몽플레이네 양'이었고. (안친한 사이이기도 했다만 거리감 진짜 확 느껴져.)
말 놓고 나서도 대화 장면 보면 리체는 조슈아가 귀족이라는거 의식하고 있다는게 군데군데 티가 나.
(막시민은 귀족인거 알고있지만 전혀 신경안쓰는 그런 느낌...)
조슈아의 태도도 그런 느낌인게 막시민이 소공작이랑 다니는데 마차타고 호화롭게 다녀야되는거 아니냐~ 하고 불평하니까 조슈아가 그럼 다음엔 그렇게 하자고 답했을때 별로 귀족 느낌이 안나거든. 오히려 친구한테 구박받는 쭈구리 느낌ㅋㅋㅋㅋㅋㅋㅋ
네냐플에서 아르님 소공작이랑 친해지려고 굽신거리는 애들 주제로 대화할 때도 조슈아는 좀 잘난척하는 친구에 막시민는 으이그 좋냐, 하고 노는거 같은데,
하이아칸 아쿠아리안 공연때 정체 밝히는 장면이나, 세자르 만나러 갔을때, 리체 데려가서 책임지란 말에 미유 로제 의상실에 취직시켜 주겠다고 쉽게 말할때는 딱 귀족 느낌이 나.
반응도 막시민은 겁나 심드렁하게 이 자식 ㅉㅉ, 그런식인데
리체는 평민이 귀족한테 느끼는 열등감이 훅 나타나.
막스 카르디 일이 밥벌이 할 필요 없는 귀족의 취미 생활이라고 빈정거리는거나,
의상실에 취직시켜준다니까 자존심 상해하는거나...
이런 열등감 뿐만 아니라 조슈아의 재능 자체를 질투한다는 것도 리체는 좀 더 표가 나고,
(칼라이소에서 아예 직접적으로 막시민과의 대화에서 언급되지ㅇㅇ)
막시민은 하도 접해서 무뎌진 느낌이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흥미로운 점은 분명 조슈아에 대해서 막시민이 더 잘알고, 비범하기에 조슈아와 대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쪽도 막시민인데,
조슈아의 '광기'가 표출될 때 그 광기를 좀 더 이해해주는 측은 리체라는거...
쥬스피앙 만나러 가는길에 야영할때 막시민이 조슈아와 샐러리맨과의 대화를 언급하면서 그게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말이냐고 묻는데
리체가 그때 끼어들어서 이런 말을 해.
"바느질을 할 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손끝에 피가 나도록 해버렸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 보다시피 내 손가락 끝은 일찌감치 바느질에 단련되어서 웬만해서는 상처도 나지 않지.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잠시 정신이 나갔었다는 결론밖에 나지 않아. 그리고 그건 나한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거야"
난 이 대사가 되게 인상깊었던게, 이때 리체는 데모닉이 뭔지 몰랐고 (물론 이 직후 막시민과 조슈아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지면서 알게 되지만...) 조슈아와 가까운 사이는 더더욱 아니거든.
그런데 광기, 제정신이 아니라는게, 꼭 데모닉이라는 미치광이 대천재한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범인에게도 나타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짚어준거 같아서 되게 인상 깊었어.
(이 후에 조슈아랑 막시민이 데모닉의 고뇌와 가난의 현실에 대해서 격렬하게 토로하는데,
그 후에 리체가 막시민이 놓치고 있던 부분, 조슈아가 다른사람에 대해서도 그런 미친말을 했냐고 짚어준 것도 흥미로웠음.)
좀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게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모두가 아는 그 칼라이소의 본공연 전날밤..
샐러리맨이 하이아칸에서 훔친 의상을 보내 자신의 존재를 알리자 막시민과 조슈아가 격렬히 대립하잖아.
조슈아는 자신의 무대를 망치지 않겠다며 샐러리맨이 관객석에 앉은 그 무대에 서겠다고 고집하고,
막시민은 고작 그런 이유로 너 죽이려는 인간한테 널 드러내냐면서 너 미쳤냐고 엄청나게 화를 내지.
그러면서 난 능력이 없어서 너같은 녀석을 어떻게 시중들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이만 퇴장해주겠다면서 나가버리고.
(그리고 도망치기 위한 엄청난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ㅠㅠㅠ)
근데 그 상황에서 리체는 조슈아에게 자기가 만든 의상을 선물해.
그런 희생을 치르면서 나가는 무대인데 완벽하게 나가야 한다면서.
분명 셋 모두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걸 아는 상황인데, 조슈아의 결정을 지지해주는 발언을 하며 등을 밀어 주잖아.
(여기서 조슈아가 리체한테 볼키스 하는데, 진짜 그 볼키스에는 많은 의미가 담겼다고 봐.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 치닫는 광기, 그 열정을 이해 받았다는 벅찬 마음, 감사, 미안함 등.....)
어찌보면 막시민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쪽에 재능이 치중된 현실적인 캐릭터라 '광기'라는 비이성적인 영역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데,
리체는 옷을 디자인하고 그걸 만들어내는, 창조와 구현의 예술 영역에 속한 인간이라 조슈아의 광기라는 영역을 좀 더 이해 할 수 있는것 같기도 하고....
(막시민은 칼라이소에서 쥬스피앙 선장이 해적의 칼에 이슬이 되고, 그런식의 묘사하니까 조슈아가 막시민이 저런 시적인 표현을 쓰다니! 하고 놀랄 정도로 그쪽가 거리가 멀기도 하니ㅋㅋㅋㅋㅋㅋㅋ)
참 여러모로 대비되는 캐릭터라 재밌어.
그렇게 대비되는 둘이 초반 개밥 같이 주워 먹던, 이성적인 텐션 전혀 없는 사이가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것도 재밌는 포인트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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