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카테는 처음 써봐서 가슴이 콩닥콩닥한 쫄보토리.
잡담 위주의 감상이라 리뷰 카테에 써도 될까 고민 오조오억번 했지만 첫 리뷰 도전은 토주로 하고 싶었어 (수줍)
보통 소설 읽고 싶으면 키워드 검색-> 소개글-> 미리보기 순으로 보고 구매하는데
토주는 키워드 검색할때 한번도 나온적이 없었기 때문에 미리보기 보면서도 내 인생작이 될지 몰랐어.
토주는 노정에서 지나다가 본 <한팀장은 원칙이 우스워요>가 너무 인상깊어서 무슨 소설인지 궁금증이 생김.
그래서 처음으로 리디에 제목으로 검색해봤는데 토주는 안나오고 중국 민족주의와 홍콩 본토주의만 나와서 동공지진.
노정 다시 와서 찾아보니까 제목이 토요일의 주인님이래.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약간 오글거렸지만 한팀장은 원칙이 우스워요가 뭔지 너무 보고 싶어서 미리보기에 도전해보기로 했어.
나는 작가가 주는데로 받아먹고 작가의 설정에 의문을 갖지 않는 파워납득러라서
키워드만 맞으면 그 안에서 상황이나 설정들이 어긋나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 편이야.
대신 나한테 안맞을거 같으면 처음부터 시도하지 않는데, 내가 싫어하는게 1인칭 시점과 존댓말 공이야.
공수의 상하관계 구분이 뚜렷하고 공의 지위가 높고 반말하는게 좋아서 애초에 존댓말 공은 피해서 읽어.
공편애 성향이 있는데 3인칭 시점으로 봐도 공보단 수의 감정 흐름을 따라간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많아서
1인칭 수시점을 제일 기피함.
자기 연민에, 공의 감정 왜곡하고 공 캐릭터나 감정에 대한 묘사가 불친절할거 같아서.
근데 1권 미리보기 하자마자 1인칭 수시점 뙇!!!!! 공이 드디어 등장했는데 존댓말을 뿜뿜!!!!!!!!!!!!!!
내가 명확하게 싫어하는 포인트가 동시에 나오다니 이게 무슨일이야ㅠㅠ
근데 소설 분위기랑 문체는 내 취향이라 계속 보고는 싶어서 내적갈등 오지고.
그 와중에 2권 미리보기에서 수위 높은 부분 나오는데 공한테서 자꾸 내꺼 냄새가 나.
그래서 과감하게 1권 건너뛰고 2권을 질러봄. 그리고 토리는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한다...
사실 본격적 첫씬이 2권에서 등장했다는 것에 띠용...
대가성(ㅅㅅㄴ)으로 TF 들어간거 같은데 1권에선 뭐하고 이제와서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어.
근데 기대했던 섹텐이 계속 유지됐고 마지막에 서단이가 울면서 고백하던 씬이 너무 좋아서 3,4권은 아묻따 결제하고 읽었어.
다정공 좋아해본적 없지만 2권에서의 서단이 고백씬이 너무 짠해서 3권부터는 좀 달달해지겠지 했는데
한팀장은 왜 자꾸 내 예상을 빗나가죠...
애가 울면서 절절하게 고백하는데 자기 마음은 얘기해주지도 않고 실실 쪼갰을때부터 알아봤어야해.
이 남자는 속이 완전 비틀려져 있다는 것을.
말로 사람 뼈때리고 상냥한 어투는 아니지만
어쨌든 사내에서 부하 직원한테도 정중한 존댓말을 쓰고, 업무 능력 뛰어나고, 책임자의 역할은 확실히 하는 상사니까
사회화는 잘 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서단이한테 본성 드러낼 때마다
와...이 남자 진짜 위험한거 같다. 서단이 잘못 걸렸구나라는 생각 오조오억번 함.
한팀장이 본인은 멀쩡해 보일수 있는 선을 지키는건 잘하는 편이라고 한적 있는데
속은 음습하고 성향은 뒤틀린 사람이 그 선을 알고 겉보기엔 멀쩡하게 행동하고 다닌다는게 무섭게 느껴졌어.
근데 자기 입으로 얘기하니까 자기객관화는 나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성상납 제안 자체가 이미 멀쩡한 선을 벗어나서 자신의 밑바닥을 보여준거나 마찬가지라서
지금까지는 선을 지키면서 살았을 남자가 서단이한테는 처음부터 자기 본성을 드러냈구나 싶기도 했고.
사실 한팀장은 마냥 멋있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었어.
나는 과대포장된 공캐릭터가 그 포장지를 벗지 않는걸 좋아해.
공은 늘 멋있고, 강하고, 선망의 대상임과 동시에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근데 한팀장은 스스로 자신의 비겁함을 고백하기도 하고 변명이 목적은 아니겠지만 자기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니까
내가 기대한 멋있고 약점 없는 공에서 자꾸 멀어지는것 같았어.
서단이의 시점이기 때문에 한팀장이 얘기해줘야만 설명되는 부분들이 있을수밖에 없는데
멋짐만을 바라는 나에겐 알고 싶지 않은 그의 비겁함이 자꾸 느껴져서 아쉬웠어.
하지만!!! 서단이의 1인칭 시점이 여기서 큰 일을 해냅니다.
나는 소설 보면서 누구한테 감정이입해서 보는 편은 아니야.
이입해서 본다면 오히려 공의 편에서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토주는 어느 순간 서단이 시점으로 한팀장을 바라보고 있음.
서단이가 바라보는 한팀장 손, 등근육, 심지어 한팀장이 운전하는 차의 궤적이 아름답다는 표현들 속에서 내가 특히 설렜던 부분은 여기였어.
차가운 문턱에 발끝을 걸치고 조심스럽게 내다보니 그가 있었다.
훤칠한 키의 남자가 조도를 낮춰 켜 둔 식탁 조명 아래 멈춰 서 있었다.
검은 외투 자락에서 뻗어 나온 손이 툭, 담뱃갑 하나를 넘어뜨렸다.
숙취 해소제 병이 데구르르 굴러갔다.
그는 병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감아쥐고, 담뱃갑 위로 툭 올려 두었다. 나는 문을 잡고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토요일의 주인님 3권 | 섬온화 저
외모 묘사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상황 설명인데 뜬금없이 한팀장 분위기에 치어버렸어.
가기 싫은 접대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왔는데 식탁에 서단이가 사다 놓은 담뱃갑이랑 숙취 해소제 보면서 한팀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설명되지 않은 소설속 캐릭터의 기분이나 감정이 처음으로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어.
그리고 차가운 코트의 감촉이나 술,담배, 향수 냄새가 뭍어나는 세상 존잘 남자의 쓸쓸한 옆모습이 떠오르면서 뭔가 심장이 아릿해져옴.
고백하자면 저 부분이 내가 한팀장에게 반한 순간이야.
그런데 내가 반하든 말든 한팀장은 마이웨이로 막 나가서 나에게 단짠단짠을 끼얹음.
토주 보면서 내가 예상한 일반적인 흐름이 빗나간 몇 부분이 있는데 가장 당황했던건 TF 끝나고 회식했던 다음날.
자기 전까진 이서단씨 어린 시절은 귀여웠을것 같다, 본인은 어릴때 에쁜 장미를 발견하고 밟아 짓이겼다며 파괴 성향 고백하시던 분이
눈 뜨고 나서 서단이가 뭐 먹을까요 물어보니까 거기다 대고 한다는 말이
"내가 이서단 씨와 밥을 왜 먹습니까?"
아니 잘 자고 일어나서 갑자기 왜 그러세요...
동해에서 둘이 서로 오해 풀고 한팀장이 자기 마음 직접적으로 고백하면서
"좋아한단 말을 방금 열댓 번도 더 한 것 같은데."
라고 하셨지만 나도 언제 그런말 하셨지 싶어서 서단이랑 같이 토리둥절함.
고백하고 갈등 다 지나갔으니까 이제 서단이 설탕길만 걸을줄 알았는데
사수가 서단이한테 잘 대해주는거 보고 질투심에 돌아버린 한팀장이 퇴근후 서단이 실컷 괴롭혀놓고 자기가 당황해서 상황을 피해버림.
근데 나는 내가 서단이인것처럼 찌통에 가슴앓이하며 보고 있는데
정작 서단이는 계속 팀장님은 괜찮으실까 걱정하고 팀장님 마음이 변하면 버림받을까봐 안절부절 하고 있어!!!
나는 여기서 서단이 시점 만세를 외치며 내가 한팀장에게 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
사실 서단이 아니었으면 한팀장은 평생 본인이 당황하면 회피하는 성향이 있다는걸 모르고 살았을거 같아.
회피할 정도로 당황할만한 상황을 자주 겪을 남자는 아니니까 그동안은 모르고 살았던게 당연했던거 같고.
서단이가 한팀장을 만나서 한팀장 말처럼 "원래라면 마주할 필요 없었을 일들을 마주해야 했"던 것처럼
한팀장도 서단이를 만나면서 한팀장 인생에서 없었을 것들과 꽤 많이 마주할거라고 느껴졌어.
예를 들면 연애. 지금까지 해본적도 없고 할 필요도 없었을 연애를 서단이를 위해 시작하는 한팀장님 8ㅁ8
동해에서의 고백씬보다 특히 내 심장을 더 두근거리게 만든 한팀장의 대사는 이거야.
“내가, 이서단 씨를 다치게 해도, 내 옆에 있어요.”
“내가 어떤 짓을 하든 용서해 주고… 어떤 모습이든 이해해 주고.
내가, 이서단 씨를 아프게 해도, 견디면서 끝까지 내 옆에 있는 겁니다.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요.”
짓씹듯 뱉어진 말끝이 거칠었다. 초조했다
토요일의 주인님 4권 (완결) | 섬온화 저
한팀장이 했던 말들중에 나는 이게 가장 한팀장의 진심같아서 괜히 눈물났어.
한팀장 인생에서 이 정도로 절실한게 있었을까.
본인은 이미 한계에 부딪혀가며 답을 알아냈다고 생각했지만
서단이를 만나고 서단이의 진심에 맞닿을수록 자신이 냈던 결론들이 세상과 타협하며 편하게 살아가는 방편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한팀장.
서단이를 더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 자기 취향도 버리고 서단이가 동경하는 자신의 모습을 극대화시켜 멀쩡한 척 해볼 생각을 하는 한팀장.
근데 결국 본성을 숨기지 못하고 자기가 무슨 짓을 하든 서단이가 옆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한팀장.
겉으로는 자신만만하고 강해보이는 남자가 서단이 앞에서 무르고 약한 모습 보일때마다 그 간극이 너무 좋았어.
가끔은 한팀장보다 더 단단해서 흔들리지 않을것 같은 서단이가 외유내강으로 느껴져서
한팀장을 부탁한다 서단아 같은 심정이 되기도 했음.
그리고 1권을 제일 마지막으로 보면서 내가 놓쳤던 팀장님의 개수작 모멘트를 곳곳에서 발견했어.
편의점에서 밥사주고 싼거 사줘서 화병 나시려고 하고,
비싼곳에서 이유 붙여가며 맛있는거 먹이고,
서단이 야근하느라 저녁 못 먹을까봐 만두 사다 바치는거 너무 말과 행동이 불일치한거 아닙니까.
만나다보니 성격도 외모도 취향이라 이렇게 대놓고 수작부리셨구나...
화룡점정은 출장전날 첫키스 씬.
뽀뽀하고 싶은데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으세요...
근데 어차피 서단이는 눈치를 못채기 때문에 아...그래서 얘네 썸 오래 탔구나 싶었음.
한팀장은 약점도 많고 완벽한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서단이의 시점을 따라가다 보면 그냥 이 남자를 사랑하고 싶어져.
그리고 토주덕분에 나한테도 인생공이 생겼어.
알맹이는 없는데 생각보다 길어져버린 리뷰의 마무리는 서단이 표현을 빌려서 할게.
토주는 나한테 모든면에서, 더없이 완벽하게 내 취향에 맞는 bl 소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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