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느낌 들지
흔적 홀로 보관해놓은거.....
‘내 짐은 다 버려요. 추억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이별의 순간 그가 강주한에게 마지막으로 내뱉었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는 여권과 지갑만 든 작은 가방을 챙겨 정박지로 뛰어내렸었다.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아픈 느낌이 그의 속을 움켜쥐었다. 그는 나지막한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캐리어를 챙겼다면 그 속의 짐을 버렸을 것 같지는 않았다. 흔적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스탠드가 놓여 있는 콘솔서랍장 안에 짐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가 두고 간 여름옷과 운동화, 속옷은 물론, 강주한에게 선물로 주었던 티셔츠와 뿔테안경 따위가 있었다. 그 외에도 지나치게 사소한 짐이 그 안에 보관되어 있었다.
갤러리와 관광지를 방문한 티켓과 영수증, 냉장고에 붙이는 용도로 산 홍콩기념 마그네틱, 토이저러스에서 샀던 캐릭터 볼펜과 헌책방에서 샀던 화집 따위가 서랍장 안에 가득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한눈에 봐도 조잡해 보이는 빨간 케이스가 빳빳하게 다림질된 남색 손수건 위에 놓여 있었다. 문구점에서 파는 싸구려 귀걸이나, 반지, 목걸이가 들었을 것 같은 케이스였다.
그는 낯선 케이스를 조심스럽게 꺼내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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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반지는 강주한의 눈에 유난히 예뻐 보였던 모양이다. 하선우는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보았다. 약지엔 헐렁했고 중지엔 맞았지만 두 개나 끼우고 다니기엔 크기와 두께가 커서 불편했다. 게다가 단순한 민무늬도 아니고 산호로 조각한 붉은 나비가 조각된 옥반지라 남자가 하기엔 좀 남세스러웠다. 아니, 젊은 여자가 끼기에도 너무 요란스러워 보였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산 거야?”
구시렁거리면서도 하선우는 반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애처롭고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는 붉은 나비 조각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렸다. 정성을 들여 제작한 반지에 비해 케이스는 지나치게 조잡해 보였다. 케이스 속에 반지를 집어넣고 서랍장을 닫은 그는 콘솔의 이음매와 윗면을 가만히 쓸어보았다.
의외였다. 강주한이 홍콩에서의 추억들을 조금도 훼손하지 않고 두 사람의 공간 안에 살뜰하게 옮겨놓았다는 사실이 눈으로 보고도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하선우가 하찮게 취급하고 팽개쳤던 추억을 강주한은 고운 포장지로 싸서 방치해놓고 있었다.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연연했을 그를 떠올리며 하선우는 한동안 제자리에 서 있었다.
도둑들 6권 (완결) | 장목단 저
그렇게 모질게 굴었으면서 선우한테 차일거 예상 못했다는 듯이 행동해놓고
선우가 버리라 한 짐 한국까지 고스란히 들고와서 홍콩에서의 선우 흔적 죄다 우리집에 홀로 보관해놓은거......
선우 아니면 이 집에 오지도 않으면서 언제든 선우 올거를 대비해놓았단 듯이 난방도 안 꺼놔서 온기 보존해놓고
선우가 갖고있는 카드키 정지도 안 시키고 집 비번도 안 바꾸고
둘이 같이 살던 목동 우리집 그때 그대로인 모습으로 다 보존해놓은게....
전혀 그러지 않을 것 같은 강주한이 아무말도 없이 혼자 헤어진 연인의 추억을 예쁘게 포장해서 보존해놓고 있었다는거 자체가
뭔가 선우 말대로 가슴아픈 느낌ㅠㅠ
저번에 어떤 톨 글에서 강주한의 사랑은 하선우가 못 보는 곳에서 더 잘 보인다고..? 했던거같은데
선우가 눈치 못채던 1,2권 은근한 플러팅이나 이런 모습들 볼때 특히 그런거같아ㅠㅠ
내가 보기엔 강주한 홍콩 일 있기 전까지는 선우 마음을 자기가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했지 휘둘린다고는 생각 못했고, 한판 싸우고나서야 자기 마음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된 느낌....
그냥 괜히 방황하던 이 때의 강주한이랑 하선우 보니까 덕심+애틋한 마음 들어서 글 써봤어ㅠㅠ
오랜만에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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