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는 ㄹㄷ 리뷰창
표절에 관해 출판사에 문의 넣었고 답변 받았습니다.
전문 첨부합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제 생각은 문의를 넣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첨언하지는 않겠습니다.
보낸 내용
안녕하세요, 영원한 너의 거짓말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기시감과 확신에 가까운 의혹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야 문의를 넣습니다. [영원한 너의 거짓말]과 할레드 호세이니 작가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사이 기이할 정도의 유사성에 대해 문의를 넣고 싶습니다.
이 두 소설은 소재뿐만 아니라 스토리의 틀까지 찍어낸 듯 흡사해 읽으며 의혹을 느끼지 않는 것이 어려운 수준입니다. 전쟁 중 어린 여자아이가 의지할 곳 없이 팔리듯 한 결혼에서 나이 많은 남편에게 기대는 것, 그 나이 든 남편의 아내가 둘인 것, 조금 더 오래된 아내가 어린 아내를 초반엔 미워하다가 후반엔 둘이 깊은 유대와 우정을 갖게 된다는 것, 남편이 두 아내를 학대하는 것, 아내가 결국 남편을 살해하고 살인범으로 사형을 선고받는 것, 여성인권을 다루는 것까지 절대 우연으로 겹칠 수 없는 요소들이 정확히 똑같습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로맨스판타지로 적당히 뜯어 고친 소설이라는 감상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당장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검색해 나오는 소설 후기를 봐도 이 유사성은 뚜렷하며, 저로서는 도저히 이 유사성을 보아 넘기기가 힘이 듭니다. 부디 이 유사성과 표절 의혹에 대해 샅샅이 밝혀주셨으면 합니다.
전후치 작가는 본인 트위터에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의 영향을 받은 영너거!"라고 밝혔습니다.
(링크: https://twitter.com/jeonhoochi/status/1223622238462595072?t=rhy3ZQ1d463-e9sz_IlLOg&s=19)
(전문: 4. 라일라/마리아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의 영향을 받은 영너거! 작중 깨알 조연으로 라일라/마리아가 나오는데요. 천찬태의 두 주인공 라일라/미리암의 이름에서 따와서 지었습니다.)
또한 등장인물 중 라일라/마리아의 이름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의 주인공의 이름을 따왔다고 밝혔는데요. 정말로 "영향을 받았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 심히 유감입니다. 트위터에 검색해본 결과 영원한 너의 거짓말을 읽고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연상했다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 정도로 스토리가 흡사한 것은 절대로 영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두 가지 요소만이라면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의지할 곳 없는 어린 여자아이가 팔리듯 나이 든 남자와 결혼하는 것, 그 남편이 아내를 학대하는 것, 아내가 둘이고 나이 든 아내가 초반에 어린 아내를 미워하다가 후반엔 깊은 유대를 쌓는 것, 아내가 학대 당하는 다른 아내를 위해 끝내 남편을 살인하는 것, 잡힌 아내가 남편을 살인했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는 것 등 이 모든 것을 영향 받았다는 말로 퉁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표절이란 예민한 문제이고, 또한 영원한 너의 거짓말 웹툰이 런칭된 만큼 시기상 조심스러울 것도 압니다. 그렇지만 표절작을, 이렇게 문의 받았음에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야말로 독자를 향한 기만이 될 것입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의 출판사인 현대문학에도 문의를 넣은 상태이고, 모쪼록 공정하고 현명한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답변은 독자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도 해주셨으면 합니다.
받은 답변
안녕하세요, 동아출판사입니다.
독자님께서 문의 주신 내용에 답변드립니다.
먼저 전후치 작가님의 <영원한 너의 거짓말(이하 영너거)>은 할레드 호세이니 작가님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하 천찬태)>작품에서 일부 영향을 받아 집필하였으며 이를 작가님이 직접 밝혀온 바가 있습니다.
‘영너거’가 ‘천찬태’의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은 전후치 작가님의 트위터에서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으며, 조아라에서 연재하시던 당시에도 후기 등을 통해 직접 언급하신 바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그럼 문의 주신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겠습니다.
1. 전쟁
‘천찬태’의 전쟁은 실제로 일어난 아프가니스탄 내전을 배경으로 했으며, 외부의 적이 아닌 해당 국가 이슬람 근본주의 집단 탈레반에 의해 해당 국가 국민들의 삶이 망가지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영너거’의 전쟁은 내전이 아닌 적국의 침략으로 발생한, 외부의 적이 존재하는 전쟁입니다. 자연히 두 전쟁은 작중 전개에 다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영너거’에서는 남자 주인공 ‘이안 커너’가 외부의 적과 싸워 얻어 낸 전공과 그로 인한 영웅화 과정을 자세히 다루었으며 그가 한 반복적인 선전 방송과 무리한 작전을 시행하며 겪게 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주요 소재입니다.
또한 여자 주인공 ‘로젠 워커’는 전쟁의 일반적인 폐해를 겪긴 하지만 작중에서 ‘바깥에서 일어난 전쟁은 나에게 큰 의미가 되지 못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도 내 삶은 늘 전쟁 같았으니까.’, ‘나는(공습으로 파괴된 도시) 리오리튼에 남겨 둔 것이 없다. 있다면 악몽 같은 기억뿐이다.’와 같은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듯, 전쟁에 의해 삶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로젠의 삶의 방향성은 남편을 살해한 후 ‘탈옥수’가 되며 변화하게 됩니다.
2. 어린 나이에 첩이 되는 여자아이
‘천찬태’와 ‘영너거’에서 두 번째 부인으로 등장하는 ‘라일라’와 ‘로젠’은 모두 어린 나이(각각 14세, 15세)에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편과 결혼하게 됩니다. 다만 그 출신과 동기가 매우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보편적인 가정에서 자라 정상적인 교육까지 받은 캐릭터 ‘라일라’는 ‘라시드’와의 결혼의 부당함을 인지하지만 반대로 로젠은 처음부터 고아원에서 자라 배움이 짧은 점이 강조되는 캐릭터이며, 고아원 원장에 의해 ‘힌들리’에게 팔려 가면서도 그것이 부당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새로운 삶을 기대합니다. ‘천찬태’에서는 첫 번째 부인으로 등장하는 ‘미리암’의 결혼 과정이 ‘로젠’과 더욱 유사한데 ‘미리암’ 역시 로젠과 성장 배경과 결혼을 둘러싼 주변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3. 처와 첩의 갈등, 가정 폭력, 남편 살해를 둘러싼 두 여자의 연대
‘천찬태’와 ‘영너거’에서는 모두 첫 번째 부인과 두 번째 부인의 갈등, 그리고 가부장적인 남편의 폭력 아래 연대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영너거’의 주제의식인 ‘가정폭력에 저항한 여성에 대한 부당한 형량’을 표현하기 위해서 ‘학대 받는 아내’의 전형적인 모습이 필요하였고, ‘처첩 간의 갈등’, ‘학대 받는 아내’의 모습은 어떤 사회든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반부의 갈등, 식사 준비와 아들을 낳아야 하는 것에 집착하는 것, 신체적/성적 폭력을 당하는 것, 도주를 시도하다 실패해 공권력에 의해 집으로 돌려보내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겹쳐질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천찬태’만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하기엔 어렵다고 생각되며, 가정 폭력 문제를 다룬 많은 여성주의 문학 작품에서 다분히 다루어진 요소들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전후치 작가님께서 ‘천찬태’의 영향을 받았다고 반복적으로 밝힌 바와 같이 ‘영너거’가 ‘천찬태’를 오마주 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도의적인 예의로 작중 두 주인공의 이름을 ‘라일라’, ‘마리아’라는 캐릭터의 이름으로 따옴으로써 작가님의 의도를 충분히 드러내셨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남편을 살해하는 과정에서 ‘미리암’과 ‘로젠’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로젠’은 명확한 살의를 가지고 힌들리에게 독을 탄 수프를 먹여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칼로 찔러 죽였으며, 스스로도 악의를 품고 계획적이고 고의적으로 살인은 저질렀음을 인정합니다. 눈앞에서 폭행당하고 있는 ‘라일라’를 구하기 위해 ‘라시드’를 때려 죽이는 ‘미리암’의 살해 동기와는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라시드’를 죽인 뒤 사형을 선고 받고 종결되는 ‘미리암’의 행동 결과와 달리 ‘영너거’는 남편을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재판을 받은 후, ‘로젠’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 탈옥을 하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점이자 주요 소재입니다.
4. 오마주
전후치 작가님의 <영원한 너의 거짓말>은 독자님이 문의 주신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작품 외에도 많은 작품들을 오마주 하였다고 밝히신 바 있습니다.
로젠의 죄수 번호 ‘24601’은 장발장 죄수 번호와 같으며, PTSD에 시달리는 공군 남자 주인공 설정 역시 영화 <덩케르크>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표지에 등장하는 비행기는 해당 영화에 등장하는 전투기 ‘스핏파이어’로 디자인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작가님께서 오마주임을 밝힌 작품들에서 나온 요소들을 많은 독자님들께서 알아봐 주시고 언급해 주시며 함께 작품을 감상해 주셨습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작품 역시 독자님들에 의해 언급된 작품들 중 하나며, 또한 전후치 작가님 또한 오마주 했다는 사실을 밝혔기에 그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5. 표절 의혹에 대한 답변
작가님께서 직접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신 만큼 ‘영너거’와 ‘천찬태’는 여자 주인공의 과거사, 학대 받는 여성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겹치는 요소가 있는 것은 분명 맞습니다.
다만, 작품의 구성, 캐릭터, 주제의식, 전개 방식, 결말이 모두 다른 작품이며 겹치는 요소에서도 구별되는 구성과 디테일을 가졌다고 사료됩니다.
위와 같이 제보해 주신 내용 관련하여 답변드립니다.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리며, 문의 사항이 있으실 경우 동아출판사 메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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