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가 의도한대로 - 어쩌면 그보다 더.
영화란 보통 적정수준의 재미/몰입감을 주고 때로는 무언가에 대한 깨달음/경각심 등을 불러 일으키잖아.
그치만 보통 또 남에 일 처럼 느껴져서 영화 보고 난 뒤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일상에 몰두하게 되지.
엄청 시사하는바가 많은 영화도 - 그 영화를 생각하고 비평할때 슬프거나 화가났던적은 있어도 마음이 찝찝하고 무거웠던적은 없었던것 같아.
그치만 기생충은 영화를 보고난 직후에도 그리고 지금도 아주 날 복잡하고 답답하게 만들어.
너무 좋아하는 영화고 재밌게 봤지만 후반 .. 문경이 돌아오고 나서부터는 일부러 재탕하지 않게되.
어쩌다 재탕을 하면 어김없이 기분이 나쁘고, 난 처음에 그 기분나쁨을 없애려고 쇼프로도 보고 유쾌한 드라마도 보고.
생각을 안하려 노력했던것 같아.
그러다 봉준호 감독 인터뷰들을 최근 보게됬는데. 그가 그러더라고, 그 불편함을 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실제, 영화를 보고 내가 느낀 점들을 지금까지도 곱씹고 있는데..
영화야 어찌됬든 나의 결론은 그거였어.
나는 따지고 보자면 적당한 혜택을 누린 서민(빈곤층이 아니라는 얘기)이고. 민주주의가 당연한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고, 가끔 국뽕도 맞고있지. 근데 나는 이 사회안에서 내가 속한 계층, 혹은 집단에 너무 감정이입 하지 말아야겠다고 계속 생각하려해.
그게 사회적 계층이 됬든 국가가 됬든, 내가 속한것 이외에 관심을 두지 않는것, 내가 누리고 있고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것 그 이면을
보려고 하지 않는것. 가난하게 살고 싶지는 않으면서 가난한 사람이 있는것은 너무도 당연히 여기는것. 등등.
내가 속한 그것을 너무 변호하고 의심없이 누리느라 아무생각이 없어지는걸 경계하려고 해.
적어도 이세상에 '나' 말고 내가 속한 '집단' 말고 내가 속한 '계층' 말고 다른 존재 다른집단 다른 계층 그리고 다른 상황들이 존재한다는걸
기억하게 해주고, 이렇게까지 많은 이야기 그리고 많은 생각하게 한 영화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해.
불호가 많은건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고 느끼지만 내 개인적으로 꽤 많은 사람들에게는 가치있는 두시간이었지 않을까 생각함.
그냥 오랫만에 기생충 글 많이 올라오고 그러길래, 나도 처음으로 내가 영화보고 느낀것들을 글로 써봤어.
영화가 의도한게 그거인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금은 내 무지함을 혹은 내 편협함을 (그게 위로향하든 아래로 향하든) 푹 찔러줘서 깨닫게 해주지 않았나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