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은 기택네 가족이랑 비슷한 처지라서 이입되기 쉬우니까 우울해진다는 반응은 많이 봤었고 나도 가난하게 살아서 공감도 되는데 밑에 글 본문이랑 댓글에 나온 비판 포인트를 보면 약간 핀트가 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영화가 기택네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니까 어느 정도 기택네 가족들한테 이입을 한 상태로 따라가게 되고 빈곤함이 더 조명되는 것도 있지만 기생충은 빈곤층의 삶만을 다룬 게 아니라 계급 사회, 자본주의, 빈부격차, 구조적 문제 등을 주제로 한 영화잖아
이런 적나라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지
가난 혐오나 조롱을 의도한 게 아닌데 가난이라는 소재만 가져다 쓴 가난팔이, 도둑맞은 가난, 빈곤 포르노라는 반응은 이해가 안 돼
가난한 사람 팔아서 자기들 뽕 채운다는 평은 좀 놀랬음
최근에 오스카 캠페인 비용 루머로 시끄러웠을 때도 비슷한 논리로 까는 거 봐서 그런지 내가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고 감상평 고나리나 취좆은 나도 싫어하지만 저 부분만큼은 아예 잘못 해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누구는 봉감독이 가난을 모르고 살아서 다루는 방식이 어색하다거나 공감능력 부족이라고 하고
누구는 반대로 너무 리얼하고 디테일하게 표현해서 더 비참하게 와닿으니 싫다고 하고
불호톨끼리 서로 공감하면서도 비판점은 정반대로 갈리니까 앞뒤가 안 맞아서 어리둥절
감독이나 배우들이나 가난을 안 겪어봤으니 모른다고 하기에는 켄 로치나 션 베이커 등 꾸준히 소외계층에 대해 다루는 감독들도 직접 겪어본 게 아니잖아
엘리트 출신의 백인 남성이라 철저한 기득권이지만 난 저 사람들 영화 보고 동정의 시선이나 오만함같은 거 느껴본 적 없거든
무조건 경험해봐야 그 소재를 다룰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건 아니니까
봉준호도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평생 가난 따위 모르고 살았겠지만 사회학 전공이고 영화들 보면 많이 고민하고 연구한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기택네가 염치도 모럴도 없이 나쁘게만 나와서 싫다는 반응도 많던데 딱히 기택네가 빈곤층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그려진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가난한 사람이나 약자는 착하고 순종적인 이미지 vs 부자는 나쁜 이미지로 그린 전형적인 구도가 아니라서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함
박사장네도 겉으로는 사람 좋아보이지만 은연 중에 고용인들 개무시하고 철저하게 자기들보다 아랫사람이라고 여기는 장면들 (과외비 주기 전에 돈 몇 장 빼고 주는 거, 아줌마보고 짜파구리 먹으라고 했다가 한우 들어갔으니 그냥 자기가 먹어야겠다며 대놓고 말하는 거, 문광이 밥 많이 먹는다고 까는 거, 고용인들 쉬는 날 미리 언질도 없이 돈만 주면 언제든지 불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등등) 군데군데 나온 거 보면 저마다 입체적인 부분을 보여준 것 같음
암튼 불호의견을 다 후려치는 건 아니고 기생충 좋게 봤지만 불호의견도 공감되는 부분은 조금씩 있음
각자 영화의 주제를 너무 다르게 받아들여서 가난팔이 이런 얘기가 나온 게 신기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해서 끄적여 봄
+ 수정을 하려고 했는데 밑에 글 본문이나 댓글에 나온 얘기들 중에 납득 안되던 부분을 하나씩 반박하듯이 쓴 글이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정을 해야할지 감이 안 잡혀서 그냥 수정 대신 사과를 덧붙일게
영화에 대한 내 감상이나 생각은 그대로지만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해석이나 감상 댓글 보니까 흥미로운 부분도 많고 이해되는 부분도 많아서 덕분에 좀 배워감
다른 톨들 감상 후려치거나 무시하듯이 쓴 부분은 경솔했어 미안해
토리를 비난하는건 아니고 박사장과 그 가족에 대해서 그렇게 나이브하게 생각하는 자체가 가난팔이라는 생각에 천착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 솔직히 정도의 차이가 많이 차이날뿐 박사장과 땅콩네 지랄맞은 가족들과 기본 가치관은 비슷하다고 보거든 자기가 부리는 사람들에게 돈만 주면 만사땡이라는 인간적인 대우는 하등필요가 없다는 생각 물론 대하는 태도는 하늘과 땅이긴 하지 그게 죽을 정도의 잘못이라고 묻는다면 이 세상의 무고한 피해자들은 어떤 잘못이 있어서 죽는것도 아니잖아 송강호네 가족의 가난이 그들의 탓이라기 보다는 사회와 자본주의 제도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넓게 봐서 박사장의 죽음도 송강호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 전체 시스템이 돌아가는 와중에 크게 한번 삐끗해서 벌어진 결과라고 봤거든 그래서 난 별로 동정이 가거나 그러지 않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