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집에만 있다보니까 무력감과 우울이 심해지더라고.
그래서 작은거 하나씩 정해서 매일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3월 여성역사의 달을 기념하면서 여성 서사 혹은 여성 원탑 주인공 영화들을 골라서 매일 한편씩 봤어.
상업영화, 다큐멘터리, 나라, 주제 등 가리지 않고 봤는데
영화들이 참 신기하게도 한결같이 여성 연대하여 가야할 길을 보여주더라.
작은걸 정해놓고 매일 해나가면서 우울감에서 벗어나는데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여성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는거 만으로도 나에게 큰 활력이 되더라.
함께 살아가는 내 옆의 여성을 위해, 다음 세대의 여성들을 위해 살고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지금은 좀 더 명확해진 느낌이야.
영화마다 길게 감상을 남겨두진 않았고 유명한 영화도 많지만
혹시나 나처럼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루 한가지를 해볼 토리들이 있을까 해서 목록과
영화 보고나서 일기처럼 간단히 남겨둔 짧은 글 남기고 가.
1. 레이디버드
(3/9) 돌아보면 이불킥할, 그러나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나의 레이디버드. 그레타 거윅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다. 여성의 모든 선택을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숭고하게 그리는 그레타 거윅의 시선이 좋아.
2. 당갈
(3/10) 당갈당갈당갈. 아무도 걸어가지 않았던 그 길을 뚜벅뚜벅 앞만보고 걸어간 여성들에게, 치얼스.
3. 오션스8
(3/11) 언니들 나도 껴줘 사랑해. 언니들이라면 나 무슨 짓이라도...........(진지)
4. 툴리
(3/12) 매 순간 툴리가 필요했을 우리의 엄마들에게.
5. How to be single
(3/13)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6. 그을린 사랑
(3/14) 중반부터는 화가 나서 영화를 똑바로 쳐다볼수가 없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전쟁의 참혹함에 치가 떨리고 화가 난다. 하지만 지금 이 지구 어딘가에선 여전히 전쟁은 여성을 착취하고 있겠지.
7. 트루스
(3/15) 너무 화난다.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고, 진흙탕 싸움을 만들고 결국 그 진흙만 남아 진실은 다 잊게하는 더러운 권력. 그 공격대상이 여성일때 이 싸움은 더욱 추악하다.
8. 레이디 맥베스
(3/16) 여성서사로 전복한건 알겠는데 결국 여성이 파멸하는건 정복욕도 아니고 권력욕도 아닌 사랑이라는 이유라는게...?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에이 겨우.....? (야망이 큰 편) 플로렌스 퓨는 눈알연기도 잘하네 참나. 남편역, 세바스찬역 모두 너무나 무매력이라 놀라웠다. 애나랑 연인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사심). 맥베스 부인이 캐서린으로 전환된거라면 좀 더 진보적인 시각이겠지만, 왜 맥베스 부인이 캐서린이 되어야하는데 (답답).
9. 줄리 앤 줄리아
(3/17) 3일 연속을 미간 찌푸리고 영화를 봤더니 속이 답답해서 델마를 하루 뒤로 미루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메릴 스트립+투치 조합을 오랜만에.
10. 델마
(3/18) 왜야....? 왠데...?라는 질문만 하게 한 델마. 초능력을 주면 그 사연을 구구절절 읊는 미국 영화에 익숙해서 좀 어색한 스토리텔링. 결말은 맘에 들었다. 인생 한번 사는거 그런 멋진 초능력으로 연애해라!!!!! 초능력계의 렛미인 느낌...
11. 나는 부정한다
(3/19) 이 영화의 감정선을 못따라가겠어서 한 편 보는데 오래걸렸다. 비뚫어진 신념...이라고 부르기도 사치스러운 거짓과 사기를 외치는 어빙교수가 너무나 한국 사회의 썩은 집단들 그리고 왜놈들같아서 치가 떨렸다. 근데 웃긴게 나치와 유대인에 관해서 언제나 그렇게도 정성스럽게 접근하는 서양인들이 왜놈들의 집단주의엔 참 너그럽더라. 보는 내내 그 이중잣대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서 소름돋았음. 극중 레이첼 와이즈의 미국인 부심은 조금 웃겼음 ㅋㅋㅋㅋ
12. 올란도
(3/20) "나는 같은 사람이다, 성별만 달라졌을 뿐". 성별이 바뀌었다고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한 )실질) 여성혐오와 차별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그 성별. 1700년대와 지금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여전히 여성들을 코르셋 안에 꽉 묶어놓고 남성이 허락하는 여성다움만을 허락한다. 여성이 된 순간 집과 재산을 포기해야하고 100년이 지나 그 재산을 얻기 위해선 아들을 낳으라고 한다. What the fuck??????. 틸다스윈튼은 정말 엄청나다. 너무 옛날 영화라 모든게 어색. 나는 만듦새를 영화를 감상할때 너무 큰 부분으로 봐서 영화를 매끄럽게 보지는 않았다.
13. 머큐리 13
(3/21) Such a movie. 지금까지 만연하게 이어져오고 있는 남성우월론(당연히 과학적 근거 없다 씹쌔들아)이 좌절시킨 여성우주비행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구구절절 공감되는 내용이 많아서 보는 내내 소름. 진짜 좋은 다큐멘터리다.
14. 위로공단
(3/22) 대한민국이 어떤 희생 위에 서있는지 본다. 마치 그 대단한 성별이 이 나라를 이만큼까지 키워온 양 떠들어오지만 그 바닥에는 3교대로 일하면서 먼지만 마시고 이 나라를 다진 여성들이 있다. 캄보디아 유혈사태에 대해서는 몰랐는데 여성에 대한 착취는 끝나지 않았다, 다만 그 대상이 옮겨갈 뿐. 씁쓸하다. 다만 한국 뿐만이 아니다. 여성이 이 세계 발전의 기반을 다져왔고 가장 아래층에서 일해왔지만 그건 남자의 업적이 되었다. 되고 있다. 여성이 이 세계를 바꿀 것이다.
15. 블루재스민
(3/23) 케이트블란쳇 때문에 본 영화인데...응...백인 홍감탱 영화.. 과거에 집착해 현재를 살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 싫게 느껴졌던건 내가 그래서 인가. 3점의 점수는 모두 케이트에게.
16. Period: End of Sentence
(3/24) 여성이 생리를 생리라고 말할 세상을. 얘들아 고개 숙이지마, 생리는 질병도 아니고 부끄러워 할 것도 아니란다. 생리를 질병이라고 알고 있는 남성의 앞길엔 고자만이. 생리! 생리! 생리!!!!!!!!!!!!!!!!!!!!!!!!!!!!!!!!!!!
17.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3/25) 여성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여권을 위해 배우고 내 지식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은 능력도 없고 뭣도 없지만. 긴즈버그 대법관처럼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하는데, 부끄럽다. 부끄러워하면서도 바뀌지 않는 내 자신도 부끄럽다. 바뀌고 싶다, 바꾸고 싶다. 여성들을 위해 살고싶다. 그렇게 살 것이다.
18. 와일드
(3/26) 내 인생도 달고나커피를400번 젓듯이 걷고 또 걸으면 뭔가 달라질까?
19. Feel good
(3/27) 아 너무 좋다. 여성들아 사랑해라. (영국드라마)
20. The Hours
(3/28) 감정선을 따라갈 수 없어서 벅찼다. 삶의 끝을 선택한 이들에게, 또 삶의 계속을 선택한 이들에게 모두 박수를.
21. Feminists: What were they thinking
(3/29) 6-70년대의 페미니스트까지의 이야기. 후반부의 이야기들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더 이상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뭐가 더 먼저 해결되어야할 문제인지에 대해서 더이상 논하지 않을 것이고, 그로 인해 여성의 문제가 뒤로 미뤄지는 것을 두고보지 않겠다. 문제들의 계급을 나누는 것, 그것 역시 패권의 일종이기에. 대한민국에 살고있다는 것으로 내가 여성임이 나의 정체성에 가장 중요한 것이 된다. 한국에도 어서 이런 페미니스트 담론이 더욱 개방된 곳으로 나올 수 있기를, 여성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현재진행형이다. 나도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22.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3/30) 여성이 여성을 구한다. 썩은 세상에서 앞으로 걸어가는 건 여성뿐이다.
23. 델마와 루이스
(3/31) 다른 영화들은 거의 즉흥적으로 골라서 봤는데, 델마와 루이스는 꼭 3월의 마지막 날에 보고싶었다. 우리가 우리를 해방한다. 여성이 여성을 해방한다. 그 키스, 맞잡던 손, 액셀을 누르던 그 발. 모든 것을 사랑해.
되게 많이 본 것 같은데 스무편이 조금 넘네.
또 금방 본 것 같은데 스무편이나 봤구나 싶고.
모든 영화를 다 추천하고 싶지만 개인적으로 되게 추천하고 싶은건 다큐들.
Period: End of sentence라는 인도 빈민가의 여성들이 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파는 30여분 정도 되는 단편 다큐멘터리와
위로공단, 루스베이더긴즈버그, 머큐리 13, Feminists: What were they thinking 다섯편이야.
크지 않지만 나 나름대로 여성의 이야기들에만 집중해서 보낸 23일 너무 즐거웠어.
가벼운 이야기이든, 가볍지 않은 이야기이든 다 소중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도 울고 웃으면서 위로도 받고 행복해졌지 뭐야
아직 끝나지 않은 이 봄의 긴 싸움.
다들 자신만의 방법으로 같이 잘 이겨내자.
4월엔 여성영화 위주로, 그동안 보기로 해놓고 밍기적거린 영화들 보려고.
우리는 아직도 할 말이 많아.
Les femmes ont le pouvoir (Women have the power)
토리덕분에 내가 봐야할 영화를 알게되네 ㅋㅋㅋㅋ 알찬 후기 고마워! 그리고 ㅋㅋㅋㅋㅋ
8번 ㅋㅋㅋㅋ 너무 ㅋㅋ 내의견이라 깜짝놀랬구
19번 필굿도 참 좋았지! 나도 정말 재밌게봤어. 시즌2 빨리 나왔으면 싶은데 ㅠㅠ 코로나땜에 한참 뒤에 나오겠지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