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교 덕후가 덕질하는 영화
본 토리들은 다 알겠지만 <사바하>는 성경 속 헤롯 왕의 이야기를 한국식으로 패러디(?) 했음. 그럼에도 좀 낯설게 느껴지는 건 불교, 특히 밀교의 요소를 갖고 온 것. 그러니까 뼈대는 성경인데, 입은 옷은 법복.
2. '검은 사제들' 보다 좋았던 점
분명 대중의 입장에서는 '검은 사제들'이 더 재미있다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고 봐. 일단 '검은 사제들'에는 후킹이 오는 포인트가 엄청 많으니까. 힘준 부분도 많음. 그렇지만 내 입장에서는 할리우드 엑소시즘의 한국판이어서 그렇게 새롭지는 않았음. 다만 이런 영화가 한국에서 나오는구나 싶어서 괜찮았어. '부산행' 처음 봤을 때 느낌?
'사바하'는 결국 영생을 얻고자 하는 사이비 종교 지도자와, 그를 처단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그게 불교에서 말하는 세상의 균형과 맞물린다는 점이 되게 흥미로웠음. 선이 있으면 악도 있고, 미친 애가 있으면 그 미친 애를 잡기 위한 천적도 태어난다는 것. 그리고 세상에 완전한 악은 없고, 결국 인간의 욕망이 악에 해당한다는 부분도. 감독이 종교 덕후라는 게 느껴져서 좋았음.
3. 장재현 월드의 확장을 기원하며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로 이어지는 장재현 월드가 지속됐으면 해. 개인적으로 이렇게 덕질할 포인트가 많은 영화가 진짜 좋더라. 보고 나와서도 그게 뭘까 싶어서 계속 찾아보게 되니까 소설책을 보는 기분이야. 룸살롱 나오고 칼빵 놓고 총질하는 영화만 오조억개 보다가 이런 거 보니까 정말 좋더라. 오랜만에 영화의 매력이 뭔지 제대로 느꼈어. 역시 이런 장르는 덕후가 만들어야 재밌어 ㅋㅋ 장재현 같이 자기 장르 미친듯이 파는 스토리 텔러가 우리나라에서 많아졌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