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ttps://youtu.be/c7mypsyhL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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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개봉작

감독 김보라

출연 박지후  김새벽 정인기 박수연 등



(영화 내용에 대한 리뷰와 감독에 대한 질문이 많은만큼 영화 보기 전에 내용 알고 싶지 않은 토리들은 뒤로뒤로)




- 삐삐 치고, 테이프 선물하고... 이 영화가 보여준 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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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 김새벽, 박지후는 모두 왼손잡이이며 또 여성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기획개발 단계의 프로젝트를 선정해 제작사, 투자사와의 연결을 주선해 제작될 수 있도록 돕는 여성 영화인 지원 프로젝트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프로젝트' 지원작품이다. 영화 성 평등 지수를 보여주는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올해 몇 안 되는 여성 영화기도 하다.

최근 여성 관객들의 인식이 높아졌고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영화들이 나타나면서 생긴 변화다. 하지만 한국에서 여성 감독, 여성 서사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여전히 흥행 면에서 모험이다. 벡델 테스트 통과하는 영화를 보기 힘든 상황에서 <벌새>는 특히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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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돌며 25개 트로피를 수집한 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 <벌새>는 중학교 2학년 은희의 개인적인 일화가 가족의 역사가 되고 나아가 국가의 역사가 되는 과정을 담담히 담는다. 김보라 감독의 기억과 감정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감독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집단의 공통의 기억으로 끝난다. 평범했던 일상이 훗날 비범한 역사가 되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보자.

14살 은희는 특별한 아이가 아니다. 공부도 그저 그렇고 평범한 아이다. 남자친구가 있고, 가끔 콜라텍에서 일탈을 꿈꾼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동성 후배가 있고, 친한 친구도 있다. 은희는 관계망을 서서히 넓히다가 무너져 내리기도 하고, 다시 봉합하기도 한다. 벌새가 나뭇가지를 물어와 둥지를 만드는 과정처럼. 작은 세계를 구축하려는 실패와 성장 과정을 관객은 함께 응원하고 아파한다.

부모님은 떡집을 운영한다. 1990년대 중년의 여느 부부와 다를 바 없다.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자식 가방 끈만큼은 당신보다 길었으면 하는 엄마가 있다. 부모님이 싸울 때면 우리 집안은 왜 이리 콩가루일까 고민도 한다. 겉만 멀쩡한 우리 집 기둥 오빠, 대치동 아파트 살면서 강북 학교 다니는 골칫덩어리 언니, 그리고 사랑받고 싶은 아이 은희가 산다.

1994년 대한민국에는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다. 김일성 사망, 성수대교 붕괴, 미국 월드컵 등.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을 즐겨듣고, 캘빈클라인, 베네통, 미치코런던, 리바이스처럼 유행하는 브랜드는 가짜라도 걸쳐야 했다. 삐삐를 치며 음성을 확인하고, 기념일에는 나만의 선곡을 담은 노래 테이프를 녹음해 선물했다. 참 순수했고 귀여웠던 잊지못할 상처도 함께한 그때가 그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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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따스한 위로가 가슴에 스며든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잘 산 인생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문 선생님 영지(김새벽)는 은희에게 그런 존재다.

은희는 다리 밑 재개발 반대하는 사람들을 함부로 동정할 수 없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세상에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고도 말한다. 영지는 은희를 중학생이 아닌 온전한 인간으로 대접해 준다. 화가 나고 슬프더라도 다도(茶道)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준다.

아마도 명문대를 다니지만 오랫동안 휴학한 영지는 은희가 감당하기엔 벅찬 세계를 왜곡 없이 설명해 줄 수 있는 어른이다. 선생님 책상에 보이던 책 <크눌프>와 은희가 선물한 책 <적과 흑>은 영지의 삶과 닮아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해와 만남과 헤어짐, 사랑에 대한 이야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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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는 '상식만천하 지심능기인(相識滿天下 知心能幾人)'을 칠판에 쓰며 묻는다.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이 세상에 가득하지만, 마음을 아는 사람은 능히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라는 명심보감 교우편에 나오는 말이다. 오늘 나와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을까 문득 궁금하다.

자기를 좋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나의 부족한 점까지 깊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때마다 영지 선생님은 손가락을 움직여 보라고 한다.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벌새는 작은 날갯짓을 빠르게 놀리는 새다. <벌새>는 작고 어설펐던 은희가 세상을 알기 위해 퍼덕이는 날개짓이다. 삶과 죽음,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찾아가기까지. 우울할 땐, 한 손가락 손가락 움직여 보면서 극복해 볼까 한다. 과연 영지 선생님이 들여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가혹한 1994년 여름, 그 해 은희는 아프고 아름다운 세상과 만났다. 그렇게 은희 삶에도 빛이 한 움큼 들어왔다.





- 영화가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 현재를 묻는 방식에 대하여 (영화 '벌새' )


영화가 시대를 기억하는 방식은 과거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기 위해 랜드마크 형 사건에 대한 기록보다는 개인의 디테일한 추억담을 쌓아간다. 과거에 대한 기억을 거대한 비극 속에 갇힌 소소한 일상의 기쁨들로 소환해 낸다. 영화의 세계관이 비관보다는 낙관에 근거하고 그래서 ‘영화=영화인’이 진보적인 데는 그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대뜸 출현해 화제를 몰고 와 이제 개봉을 준비중인 독립영화 <벌새>는 ‘1994년=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이 매우 놀라운 영화다. 1994년에는 두 가지 큰 사건이 있었는데, 하나는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이 죽었고 또 하나는 성수대교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두 가지 일은 한국 현대사를 기록하고 있는 역사 책에 볼딕체로 쓰여져 있을 만큼 큰 사건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맨 앞으로 내세워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냥 지나가는 양 묘사된다. 김일성이 죽자, 주인공 아이 은희(박지후)가 머무는 입원실의 아낙네들 목소리가 보이스 오프로 흘러 나온다. “김일성은 안 죽을 줄 알았어.”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사건을 그냥 지나쳐 버린다. 한때 민주화 투사로 3김 시대의 한 장을 장식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혹은 야합)으로 권력을 잡은 후 시대가 민심과는 다른 방향으로 표표히 흘러가고 있던 때였다. 영화 <벌새>는 그러거나 말거나 14살 아이의 지지부진한 일상으로 당시를 기억하는데, 안 그러는 척, 사실은 비판하고 질타하는 그 폼새가 만만치 않다. 사회과학 이론들이 미처 해 내지 못하는 감정적 전이를 만들어 낸다. 시대의 왜곡이 아이들의 성장에 어떤 주름을 만들어 내고 그래서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컸는가, 그리하여 그때가 지금까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그려내고 보여주는 셈이다. 영화 <벌새>는 그 만연체의 풍부함, 언변이 놀라운 작품이다. 직설보다는 우회적 어법으로 20 여년의 시대가 그동안 어떻게 흘러 왔는가를 간파하게 만든다.

<벌새>는 일종의 성장 영화다. 중학교를 다니는 은희는 평범하다 못해 아주 아주 보통인 아이다. 공부를 그렇게 잘 하지도 못하지도 않고, 중산층 가정의 막내 딸이지만 그렇다고 집이 삐까번쩍 잘 사는 편도 아니어서, 친구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내세울 것도 변변치 않은 아이다. 아마도 은희의 집은 그 당시에도 재건축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던 대치동 은마 아파트인 것처럼 묘사되는데, 당시나 지금이나 이 아파트는 부실 사기 재벌이었던 한보그룹의 산물로서 정경유착의 대표격으로 인식되던 공간이다. 은마 아파트는 성수대교 남쪽에 위치해 있기도 해서 영화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상징한다. 은희의 부모는 그곳 상가에서 떡집을 하는 상인이다. 은희는 위로 오빠와 언니가 있는데 아빠는 오로지 아들이 서울대 가는 것, 딸들이 조신하게 크는 것을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간중간 춤 바람도 일으키는 전형적인 이중성, 위악성을 지닌 인물이다. 엄마는 그 모든 걸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몰라도 아는 척, 가정이라는 틀을 지키기 보다는, 붕괴시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그때 모두가 다 그랬던 것처럼. 국가를 지키기 보다는, 몰락까지는 바라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처럼. 
영화 속 14살의 아이는 딱 14살 아이처럼 일상을 구성해 내고 보여준다. 그 일상은 늘 균열 직전이다. 어린 아이지만 동급생 남자 아이와 연애도 하고 실연도 당한다. 그 와중에서 후배 여학생과 동성애적 사랑을 나누기도 하는데, 이는 동성애가 얼마나 자연스럽고 원초적인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은희가 세상을 의식하고 인식해 내는 데 있어 ‘영매’ 역할을 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한문 학원 선생인 영지(김새벽)는 명백히 운동권 출신처럼 보이는데, 어린 은희에게 세상이 녹록치 않음을, 늘 정의와 부정의가 교차하며 운영되고 있음을 가르쳐 준다. 영지는 은희에게 새 스케치 북을 선물하는데 이는 빈 여백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 보라는 뜻으로 느껴진다. 그 누구보다도 올바른 선생이었던 영지는 성수대교 붕괴로 허무하게 사망한다. 은희는 영지의 죽음으로 어리고 성긴 세대에서 그 위로 성장한다. 점프 컷의 느낌으로. 이제 은희는 아직 어리지만 단순하게 어리지는 않다. 다들 그렇게 크고 성장했다. 그렇게 1994년을 경과했으며 한 시대를 뛰어 넘었다. 

<벌새>의 제목 ‘벌새’는 가장 작고 여린 새지만 그 작은 날개짓 때문에 꽤나 요란한 새로 인식되곤 한다. 이 영화를 만든 81년생 김보라 감독은 자신의 인생에서 그리고 우리의 현대사에서 1994년이 그렇게 가장 요란하고 일이 많았던 시절이었다고 입증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증언의 방식이 너무 특별해서 진실로 모두의 가슴에 와 닿는 보편성을 획득한다. 심지어 1994년이라는 틀조차 뛰어 넘어 과거의 특정한 시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재를 다시 직시하게 만든다. 1994년의 그 극렬했던 시대를 겪었던 우리 모두는 지금 어디에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자분자분 캐묻게 만든다. 그 질문의 방식이 의외로 치열해서 놀라게 된다.   
  
영화 <벌새>는 지난해 만들어져 올해 선보이는, 지난 1년간 만들어진, 작지만 태산(泰山)같은 작품이고 조용하지만 역설적으로 선언적이며 큰 울림이 있는 영화다. 영화 한 편이 때론 어둡고 얼룩졌던 과거의 시대를 정리해 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새 인생을 시작할 명분과 계기를 만들어 준다. <벌새>가 한동안 그 역할을 해 낼 것이다. 젊은 영화는 이래야 한다. 좋은 영화라면 그래야 한다. <벌새>는 한국의 영화가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아니 이미 넘어갔음을, 그래서 그 이양(移讓)에 대해 지극히 안심해도 된다는 것을 혁혁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 https://news.joins.com/article/23545083 )




- ‘벌새’ 박찬욱 감독 극찬 “서둘러 속편을 내놓으라”


8월 29일 개봉을 앞두고 전세계 25관왕이라는 대기록을 달성 중인 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 ‘벌새’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장 박찬욱 감독의 극찬 영상을 공개한다. 이미 린 램지 감독, 제인 캠피온 감독 등으로부터 압도적인 호평을 받아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자극한 가운데 박찬욱 감독의 강력한 추천으로 단연 올 여름, 가장 궁금한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전세계 25관왕 달성 화제작 ‘벌새’는 1994년,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 14살 ‘은희’의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이자 2019년, 모든 게 궁금한 영화. 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특급 신예 박지후가 세상이 궁금한 ‘은희’ 역을, 매력적인 배우 김새벽이 세상을 이해한 ‘영지 선생님’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열연을 펼쳤다. 


유수 영화제와 매체의 만장일치 호평과 더불어 ‘케빈에 대하여’ 린 램지 감독의 “마침내 빛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어린 소녀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 ‘피아노’ 제인 캠피온 감독의 “자신감 넘치는, 우아하고 절제된 성취! 부드럽고, 아프고 현명하며 끝내 희망적인 영화”라는 평으로 화제를 더한 가운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도 극찬 릴레이에 합류해 화제를 예고한다.


‘올드보이’로 제5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아가씨’로 제71회 영국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은 ‘벌새’를 향해 “이 작지만 유독 날개짓이 힘찬 새, 벌인지 새인지 모를 존재 - ‘벌새’는,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중학생에게 딱 어울리는 별명이다. 여기 이 소녀는 벌새처럼 가냘프지만 꿀 빠는 일 말고도 세상을 알아가는 일로 벌새처럼 바쁘다. (중1도 아니고 중3도 아닌) 중2에게는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으므로 혼자 바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도 누가 벌새를 가냘프다고 하겠는가, 허약하고 부실한 것은 알고 보니 이 세상이 아니던가. 1994년 성수대교를 보라. 감독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서둘러 속편을 내놓으라. 은희가 감자전 꼭꼭 씹어 먹고 어떤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지 보고 싶다. 저 속절없이 끊어진 다리를, 날아서 건너는 갈매기가 보고 싶다”라는 강력한 추천 코멘트를 전하며 14살 ‘은희’의 이야기에 궁금증을 폭발시켰다. 


이로 단연 2019년, 가장 궁금한 데뷔작이자 또 한편의 올해의 영화 탄생을 알린 ‘벌새’는 94년을 지나온 30, 40대에게는 아련한 향수와 애틋한 울림을 선사하고 90년대와 사랑에 빠진 10, 20대에게는 진한 공감과 감동을 선사하며 사랑받을 것이다. 


(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382&aid=0000753957 )





- <벌새> 김보라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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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를 소녀의 성장담 정도로 예상했던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자못 놀랐을 듯하다. 1994년을 살아가는 중학생 은희(박지후)의 이야기가 한 편의 대서사시처럼 다가왔다. 

반가운 얘기다. 이 영화가 사사로운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은 얼마 전 정말 좋아하는 작가 앨리슨 벡델을 만났다. 벡델 테스트의 그 벡델. 곧 <벌새> 시나리오 책이 나오는데, 거기 그와의 대담을 싣게 됐다. 직접 버몬트에 가서 이틀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벡델 작가가 “<벌새>는 벡델 테스트 통과했다!”는 농담도 해줬고, 단편 <리코더 시험>도 너무 좋게 봤다고 했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얘기를 들었다. 이야기가 묵직하다, 어느 영화감독도 여자 중학생의 이야기를 이렇게 대서사시처럼 만들지 않았다면서. 


앨리슨 벡델과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이 끝나고 버몬트에 갔는데, 상도 좋았지만 벡델 작가와 진실된 대화를 나눈 게 더 좋았다. 아마존이 <펀 홈> 판권을 사서 곧 영화화된다는 기쁜 소식도 들었고. 벡델은 <펀 홈> 이전에 LGBTQ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유명한 작가였는데, 갑자기 대중에 알려지게 되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작가로서 힘들었던 경험에 대해 나눠주었다. 맛있는 유기농 밥도 해 주었다.(웃음) 나도 그와 이야기하면서 많이 울었다. <펀 홈>이 자살했던 게이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작품이지 않나. <벌새>에 대한 첫 질문이 “너희 가족들이 이 영화를 보고 뭐라고 했니?”였다. 어떤 맥락으로 던진 질문인지를 아니까 큰 위로가 되더라. 서로 통하는 게 많았다. 


거기 인터뷰어로서 느끼는 갈등이 담겨 있다. <리코더 시험>과 <벌새>를 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영화라고 생각할 거다. 물론 어디까지나 픽션이지만, 그 안에 개인적 역사가 묻어있을 것이기 때문에 감독에게 물어보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에 어떤 질문이든 받아도 괜찮을 것 같다.(웃음) 거기 대해서는 스스로도 많이 생각하고 정리했는데, 딱히 감추고 싶은 마음이 없다. 20대 때 베트남의 여성 박물관에 방문한 적이 있다. 용산 전쟁기념관에 가면 공간이 전쟁 서사에 힘을 싣고 약간 무기 자랑을 하는 것 같단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베트남의 박물관에는 전쟁에 참여했던 여성들의 머리빗, 아주 작은 액세서리와 노트 등 사소한 일상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쟁은 영웅시할 스펙터클이 아니라 개인의 삶이라는 것을 그 물품 하나로 드러내고 있는 거다. 그 자체로 ‘진술’인 셈이다. 그때 일상이 얼마나 중요한 사건인지, 개인적인 것이 얼마나 정치적인 것인지 깊이 느꼈다. 개인적으로 구술사를 좋아해서 <벌새> 준비할 때도 많이 찾아 읽었다. 유명하지 않은, 일견 특별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일지라도 개인사를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굉장히 아름답고 특별하다. 모두에게 대서사시가 있는 거다. 개인적인 것을 예술로 승화하는 것이 예술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의 개별적 삶이 곧 하나의 우주이지 않나. 그걸 알아봐준 관객들이 <벌새>를 좋아하는 것 같다. 겉으론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지만, 내재된 폭발력이 큰 영화다. 

‘우주’라는 단어에 공감이 간다. 실제로 <벌새>를 보고 “개인의 삶 안에 우주가 담긴 것 같다”고 말하신 분들이 계셨다. 은희를 연기한 (박)지후 역시 부산국제영화제 GV 때 “은희는 굉장히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는데, 지후가 그렇게 접근했다는 것이 좋았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또 있다면? 

<리코더 시험> 때도 비슷했는데, 영화를 본 분들이 가끔 이메일이나 페이스북 쪽지를 주신다. 그게 큰 힘이 됐다. 내가 부끄러움을 감수하면서 솔직한 이야기를 했더니 관객 분들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히 나눠주시는구나. 그게 참 감동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이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영지 선생님 같은 존재가 되어주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만의 영지 선생님이라니, 좋은 말이다.(웃음)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작업이라 늘 어떤 두려움이나 부끄러움이 잠복해 있지 않나. <벌새>는 특히 인물의 내밀한 감정을 그리는 작품이라 거기서 오는 갈등도 있었을 것 같다.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나’ 하는. 

맞다. 막상 시나리오를 쓸 때는 그냥 썼다. 그런데 부산 프리미어 상영 전 정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족이 가장 많이 응원해줬는데 가족도 안 왔으면 좋겠고. 불안했다. 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줄까. 다들 자기 자신이 싫어지는 순간이 있지 않나. 내가 느끼는 감정이 부끄러울 때도 있고. 그런데 관객의 호응을 받으면서 그런 내 부끄러움이 승인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모두가 이런 걸 느끼는구나. 오히려 내가 위로받은 거다. 


SNS로 강박에 가깝게 자신을 드러내는 시대이지만, 특히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을 떠올려보면 정작 부끄럽고 추한 모습을 보여줄 공간은 없다. 그래서 이렇게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작품으로 결핍을 해소하고 위로받게 되는 것 같다. 

<벌새> 준비하던 시기에 명상모임을 했는데 그 모임의 첫 번째 원칙이, 스캇 펙의 책에서 영향을 받은 것인데, ‘나 자신이 무일푼임을 드러낼 것’이었다. 말씀한 대로 인스타그램에서는 내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고 행복한지를 드러내는 게 중요하지만, 여기선 반대인 거다. 모임을 3년 정도 했는데 큰 도움이 됐다. 스캇 펙이 종종 ‘영광’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정말 문자 그대로 영광을 느꼈다. 우리가 무일푼임을 드러냈을 뿐인데 모임이 끝나고 나면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 기분이 <벌새>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리코더 시험>을 다시 보고 왔는데, 오프닝 장면의 정서가 <벌새>의 그것과 비슷해서 흥미로웠다. <리코더 시험>의 첫 장면에서는 엄마에게 전화로 거절당한 아이의 심정이 그려진다면, <벌새>에서는 자신이 집을 잘못 찾아간 것이지만 꼭 엄마에게 거부당하고 있는 듯한 인물의 감정을 보여준다. 두 작품을 관통하는 감정의 원류는 결국 엄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봐주신 것 같다. 이건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는데, 내게 원체험처럼 남아있는 기억이 있다. 여섯 살 때쯤 제주도로 첫 가족여행을 갔다.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사라진 거다. 울면서 엄마를 찾아 헤맸는데 마침 엄마처럼 청청 패션의 여성이 있기에 다짜고짜 다가가서 막 때렸다. 어디 갔었냐면서. 그런데 엄마가 아닌 거다. 놀라서 미안하단 말도 없이 도망쳤다. 그러다 엄마를 만났는데 그 사이에 있던 소란에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안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지금도 그 순간이 생각난다. 


<벌새>에서 엄마가 현관문을 열었을 때 은희가 지었던 그 오묘한 표정이 거기서 온 것인가 보다. 

그렇다. <벌새>를 쓰면서 그 감정이 뭐였을까 생각해봤는데, 내가 엄마를 그렇게까지 사랑한다는 걸 감추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엄마를 잃는다는 건 원형적 공포이기도 하고. 아마 다음 영화는 엄마와의 감정을 다룬 영화가 될 것 같다. 그 감정이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이야기 말이다. 


이 영화의 핵심 사건은 ‘사랑받고 싶은 은희의 고군분투’인 것 같다. 

영화를 만들면서 ‘이 영화는 뭘까? 성장 영화일까?’ 계속 생각했는데 결국 ‘사랑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본질적 욕구이니까. 아마 계속해서 이 주제로 영화를 만들게 될 것 같다.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과 거기서 발생하는 갈등. 


<벌새>의 오프닝에서 보여준 은희의 생경한 표정과 그때 흐르던 음악, 아파트 전경을 비추며 줌아웃되는 카메라 앵글 등을 통해 평범하게만 보이던 세계가 불현듯 낯설어지는 것을 느꼈다. 분위기가 급격히 환기되면서, 문을 열고 이 영화의 본심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고 할까. 

지금의 오프닝이 이해가 가지 않으니 빼자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 조언을 안 들은 게 다행이다 싶다.(웃음) 말씀하신 대로 <벌새>를 준비하면서,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단어들을 적어봤는데 거기 ‘언캐니uncanny’가 있었다. 평범함 속의 낯섦, 두려움, 일상에 도사리는 공포와 재난. 이 영화에서 그런 것들을 다루는 게 내겐 중요했고, 밥 먹는 장면 하나에도 그 느낌이 무심히 흐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줌아웃 숏은 강국현 촬영감독이 현장에서 제안한 건데 처음엔 찍어봤자 안 쓰겠지 생각했다.(웃음) 갑자기 영화의 장르가 달라지는 느낌이라서. 그런데 편집실에서 보니 영화의 느낌과 딱 맞았고, 거기 맞춰 음악도 만들게 됐다. 


우연이 개입해 영화적 필연을 만들기도 하지 않나. 또 그런 장면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 순간이 많았다. 은희와 친구 지숙(박서윤)이 옥상에서 각자 맞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잖나. 은희가 “자살하고 싶다, 그러면 오빠가 반성하겠지” 이런 말을 하면 지숙이 “미안해하긴 할까?”하며 돌아보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찍는 순간 바람이 슥 불어 화면에 담겼다. 신기했다. 마찬가지로 영지(김새벽)와 은희가 껴안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도 바람이 싹 불어주고. 기적 같았다. 


절제되고 잔잔한 굴곡을 가진 <벌새>에서 감정을 증폭시키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캐릭터는 한문 교사 영지다. 영지 캐릭터의 톤 앤 매너를 잡기 위해 김새벽 배우와 많이 논의했을 것 같다. 

고민이 많았다. 원래는 영지가 지금보다 감정을 더 표현하는 씬도 있었다. 영지와 은희가 교감을 나누는 장면도 더 있었고. 그런데 결국 편집했다. 결과적으로 더 담백해지고 싶었던 것 같다. 새벽 씨와 연기 톤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했는데 최대한 담담한 쪽으로 가자고 방향을 잡았다. 사제 간의 정을 다룬 영화는 보통 드라마틱한 편이지 않나. 선생님이 약간 구원자처럼 나오기도 하고. 영지의 경우 스스로도 고통 받는 사람이라는 게 더 드러나길 바랐고, 오히려 담담하기에 더 슬프게 느껴졌으면 했다. 


영지는 은희의 인생에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진다. 환상 같기도 한, 결코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인물이다. 그래서 은유적으로 영화에서 두 권의 책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었다. 

『적과 흑』과 『 크눌프』 말씀이신가. 둘 다 내가 좋아했던 책이다.『 크눌프』에서 크놀프가 영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골랐다. 크눌프는 사회가 정한 룰에 따라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폄하하지 않는다. 영지 역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학생운동을 하고 자신만의 길을 도모하지만 평범한 삶을 택한 사람들을 평가절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면 『적과 흑』은 은희 쪽에서 영지가 좋아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빌려준 책이다. 그런데 그 책의 내용이 재미있게도 은희의 여정과 닮아 있다. 

맞다. ‘줄리앙 소렐’이라는 자기 생각에 가득 차 있고, 자기 안의 목소리가 너무 많아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어린 내게 위로가 됐다. 은희도 ‘잘은 모르지만 이 정도면 선생님이 좋아하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빌려준 것 같다. 실제로 나도 집에 있던 세계문학전집 중 두 권을 좋아하던 한문선생님에게 빌려드린 적이 있다.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집에 있는 전집 시리즈에서 빠진 두 권을 보면 알 것 같다. 


돌려받진 못했나. 

못 받았다. 선생님이 영화에서처럼 갑자기 사라지셨거든. 당시 선생님이 성남에 사셨는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성남문화재단 지원을 받게 됐다.(웃음) 


놀라운 우연이다. 은희와 영지가 둘 다 왼손잡이인 것도 우연인가? 

내가 어릴 때 왼손잡이였는데, 촬영 전 지후가 왼손잡이라는 걸 알았다. 신기했다. 오그라들지 모르지만, 운명이구나 하고.(웃음) 그러다 김새벽 배우가 칠판에 한자를 쓰는 장면을 찍는데, 그때 김새벽 배우도 왼손잡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 작은 한문 교실에 왼손잡이 여자가 세 명이라니,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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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가 첫 수업 때 아이들에게 자기소개를 시키는 게 인상적이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시절 내가 그렇게 했었다. 그냥 흘러가버리는 첫 수업 시간이 아까워서. 처음엔 민망해하던 학생들도 점차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 시간을 갖고 나면 공간의 분위기 자체가 한결 열리는 것 같았고. 


아까 이야기하다 말았는데, 그래서 <벌새>를 본 가족의 반응이 어땠는지? 

<리코더 시험> 보고 나선 숙연한 분위기였는데 이번에도 비슷했다. 아빠의 반응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카카오톡이 왔더라. “더 악랄하게 표현할 수도 있었을 텐데 담담하게 했더구나. 굉장히 훌륭한 영화였어. 수고 많았다.” 왜 이렇게 솔직하게 표현했냐고 할 줄 알았는데 뜻밖의 메시지를 읽고 ‘우리 아빠 예술가 같다’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엄마에게 들어보니 아빠가 많이 우셨단다. 오빠는 농담처럼 “나 국민 나쁜 오빠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기 힘들 텐데 다들 작품으로 받아들여 줬다. 


상당히 쿨한 가족 같다. 

사실 10여 년 전부터 가족 간의 성토대회와 엄청난 ‘난리 부르스’를 거쳤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가능해지지 않았나 싶다.(웃음) 


<리코더 시험>을 찍고 나서 그런 성토대회를 가졌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였나 보다. 

그렇다. 집안의 몹쓸 자식이 돼서 가족의 상처를 다 후벼 파고 도마 위에 올렸던 전사가 있다. <리코더 시험>이 관계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 가족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라, 더더욱 사랑을 담아서 만들었다. <벌새>도 마찬가지다. 


<리코더 시험>을 보고 가족 간에 더 돈독해졌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각자의 사정을 언어로 듣고 머리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되어 그 감정을 직접 느껴본 것이니까. 

나 역시 글을 쓰면서 ‘캐릭터 스터디’ 하듯 그들이 되어보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해하게 된 점들이 있다. 끈적거리는 관계에서는 보이지 않던 게 거리를 두니 보인 거다. 이렇게 말하면 지금은 100퍼센트 행복한 가족 같은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웃음) 그래도 우리가 여기 오기까지 노력한 것에 서로 뿌듯해하고 있다. 


그거야말로 ‘영광’ 일 것 같다. 

맞다. 영광.(웃음) 


<벌새>가 장편 데뷔작이지 않나. 독립 장편영화 현장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감독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성장하는 기회였을 듯하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 같다. <벌새>가 상을 많이 타서 지금 내가 마냥 기쁠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실상은 지난 몇 년 간의 감정들을 추스르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내가 <벌새>를 준비하고 완성하기까지 사람들에게 상처주고, 부족하게 굴었던 일들, 나 또한 현장에서 받았던 상처를 곱씹다 보니 과거의 상처들까지 올라왔다. 친구인 김경묵 감독이 얼마 전 이런 얘기를 하더라. “이젠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게 어때?” 첫 영화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나를 용서하라는 거였다. 독립영화 현장은 상업영화 현장보다 아무래도 감독이 할 일이 더 많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의 한계가 드러났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바보같이 굴었던 적도 많고. 


보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을 아주 많이 본 거라 생각하면 될까. 

정확하다. 


그래서 이제 스스로를 용서해 줄 마음이 생겼는지. 

그냥, 그때 들은 그 말 자체에 힘이 있다고 느낀다. 경묵이는 어떻게 그 순간 그런 말을 생각했을까?(웃음) 앞으로 좀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한 영화제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며 “한국에서 여성감독으로 장편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건 어떤 맥락에서 나온 얘기인지 궁금하다. 

환경을 탓하고자 한 얘기는 아니었다. 동국대학교 영화과를 나왔는데 동기 중 장편 데뷔한 여성이 나 하나다. 과 역사상 장편 데뷔한 여성감독이 아마 다섯 명 정도밖에 안 될 거다. 이런 상황에서는 영화과를 다니면서도 여성인 내가 감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잘 못하게 된다. 꿈 자체를 꾸지 않게 되는 거다. 내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지 않았더라도 지금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자문해보면 대답하기가 어렵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장편 데뷔한 여자 동기나 선후배들을 많이 봤다. 그들의 행보가 내게 큰 힘이 되더라. <우리들>이나 <소공녀>가 잘 됐을 때도 아마 많은 여성 영화인들이 힘을 얻었을 거다. 


여성 감독을 인터뷰 해오며 느낀 점이, 여성 감독의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작다 보니 본인이 누가 되지 않게 영화를 잘 찍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거였다. 자기검열이 심해진다고 할까. 

나 또한 <벌새> 제작지원을 받고 나서도 계속 시나리오 피드백을 받았다. 그땐 내가 그저 완벽주의자인가보다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두려움에서 나온 행동이었던 것 같다. 더 잘하지 않으면 영화계 자체에 영영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가 있었다. 


필요 이상 머뭇거리는 순간이 많아진달지. 

맞다. 하지만 <벌새>는 내가 여기서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영화지 않나. 미국 중부에 사는 백인이었거나(웃음), 한국에서 남자로 태어났다면 이런 이야기는 못 만들었겠지. 여성으로 태어난 건 축복이자 재앙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기작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두 개의 프로젝트가 있는데, 둘 중에 뭐가 될지는 신의 뜻에 맡기려 한다. 하나는 좀 전에 말한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SF다. 


SF라, 사적 재난극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맞다. <카펫 아래에 검은 개들>이라는 제목으로 구상 중이다. 제목이 너무 괜찮지 않나?(웃음) 


어느 쪽이 됐든 빨리 보고 싶다. 

요즘 그 얘길 많이 듣는다. 자기검열 좀 그만하고 빨리 찍으라고.(웃음)





  • tory_1 2019.08.13 12:56

    영화 보고 싶다 ㅠㅠㅠ

  • tory_2 2019.08.13 12:59

    기다리고 있다

  • tory_3 2019.08.13 13:07
    너무 기대됨 ㅠㅠㅠ 김새벽 배우도 나오네
  • tory_4 2019.08.13 13:32

    요즘 볼 영화 없어서 이거만 기다리고 있음ㅠㅠ관이 어느정도 확보는 되어야 할 텐데ㅠㅠㅠ

  • tory_5 2019.08.13 14:5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11/29 16:00:42)
  • tory_6 2019.08.13 15:48

    작년 서독제때 봤는데 나한테 작년 최고의 영화였고, 그리고 2019년 현재까지도 최고의 한국영화임 ㅜㅜ 해외 성적도 좋고 나름 잘 될듯

  • tory_7 2019.08.13 16:13

    8월 29일이면 문화의날 담날이네! 영화표 하나 있는걸루 봐야긋당!!

  • tory_8 2019.08.13 18:45
    얼른 보고 싶다
  • tory_9 2019.08.13 20:17
    우와 궁금하다...
  • tory_10 2019.08.14 08:40
    NEW 계열사 콘텐츠판다에서 배급하던데
    콘텐츠판다는 범죄의 여왕도 그렇고 이런류 영화 잘 가져오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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