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심해> 시나리오의 저작자 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이로부터 일어난 논란이 개봉을 준비 중인 영화 <모럴해저드>에까지 번진 상황이다. <씨네21>은 지난해 12월부터 이 논란에 대한 종합 보도, 최윤진 영화사 꽃 대표의 입장,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SGK) 대표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이번엔 논란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심해> 김기용 작가, <모럴해저드> 박현우 작가를 한자리에서 만나 그들의 심경을 들었다.

이미지 원본보기11_42_39__65a0a71f98d15_2024011214160333박현우 작가, 김기용 작가(왼쪽부터).

- <심해> <모럴해저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직접 인터뷰에 나선 것은 처음 이다. 이유는.

김기용 본질적으로 난 내가 쓴 시나리오에 대한 저작자 권리를 찾고 싶은 것뿐이다. 더해서 내 시나리오로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람이 합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 그런데 내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더 램프나 SGK의 실익을 위해 프레임을 짜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하시더라. 전혀 사실이 아니고, 본질과 무관한 문제다. 실익은 시나리오 크레딧으로 계약금, 지원금을 수취한 쪽에 있지 않나. 관련한 내 심경을 밝히고 상세한 부분 몇 가지도 반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박현우 <씨네21>에 게재된 관련 기사를 전부 읽었다. 적어도 <모럴해저드>에 대해선 각본을 쓴 내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겠다고 느꼈다. 내가 중간에 말을 바꿔서 어떤 이득을 보려고 한다는 식의 주장을 보고 나니 지난 상황이 어땠는지 확실하게 말하고 싶었다.

- 시나리오 크레딧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한 과정을 직접 복기한다면. 지금까진 간략한 전화 인터뷰, SGK나 영화사 꽃의 공식 입장을 통해 사건의 경과를 확인했다.

김기용 지난해 5월에 계약 해지 5년 만에 최윤진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본인이 작업한 <심해> 시나리오로 더 램프와 제작을 진행 중이며 오프닝 크레딧엔 최윤진 각본, 엔딩 크레딧엔 최윤진, 김기용 각본으로 올라간다는 통보를 받았다. 계약 해지 후의 과정을 전혀 공유받지 못했던 터라 시나리오가 정말 많이 바뀐 줄 알았다. 그런데 더 램프를 통해 최윤진 대표의 시나리오를 확인하니 내 것과 거의 똑같았다. 게다가 본인이 저작자로 저작권등록을 한 것도 알게 됐다.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저작권법 위반을 시정해 달란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때만 해도 최윤진 대표가 사과를 표하고 바로잡아줄 줄 알았다. 그런데 <심해> 시나리오는 본인이 오롯이 쓴 것이라고 답해왔다. 또 이 과정을 비밀로 진행하지 않을 시 명예훼손으로 조치하겠다고 하더라.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박현우 영화사 꽃이 <모럴해저드> 영화화 과정에 대해 내게 연락한 적이 없었기에 영화가 투자를 받고 촬영에 들어갔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몇년 만에 통화했는데, 본인의 <모럴해저드> 시나리오와 내 시나리오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시나리오가 정말 다르다면 내가 그걸 확인하는 절차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들던 차에 2~3시간 후 더 램프에서 연락을 받았다. 최윤진 대표에게 내 연락처를 물었으나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며 알려주지 않았고 메일 주소도 알려주지 않는 탓에 수소문해서 연락했다고 하더라. 참고로 나는 전화번호가 바뀐 적이 없다. 시차를 두고 감독과 제작자가 연락을 해오니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안임을 깨달았다. 이후 최윤진 대표의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관련해서 각본 크레딧의 이해당사자로서 충돌하게 될 최윤진 대표와 직접 소통하기보단 제작사의 중재와 제3자인 SGK의 판결을 듣기로 했고, 그 결과를 따랐다.

- 최윤진 대표는 <심해> <모럴해저드> 시나리오가 김기용, 박현우 작가의 시나리오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에 관해 작가들이 느낀 바는.

김기용 직접 시나리오의 일부를 공개하는 게 가장 편하고 확실하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말로 풀어보겠다. 처음부터 아주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윤색됐다. “00아”라고 주인공 이름을 부르는 부분을 “00아, 00아”로 두번 부르게 고쳐놓은 식이다. SGK의 판결문에 따르면 95%가 내 창작인 이야기다.

박현우 각본가로서 확언할 수 있는 건 시나리오 내부의 캐릭터 아크(서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어나는 등장인물의 변화.-편집자)가 똑같다는 점이다. 캐릭터와 이야기 주제를 같게 설정하고 소재만 바꾼 후 다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최윤진 대표의 <모럴해저드> 시나리오엔 내가 썼던 시나리오를 그대로 붙여넣은 부분도 많다.

- <심해> 시나리오를 11페이지를 받아보고 계약 해지를 요청했지만 작가가 초고까지 쓰고 싶단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주장에 대해선.

김기용 금시초문이다. <심해>의 원안인 <해인>이 당시 공모전에서 “완성도가 낮은 이유로 예선에서 탈락했다”며 통고서를 보내왔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 <해인>은 공모전의 최종 본선까지 올랐고 시나리오 문제가 아닌 거액의 제작비와 같은 외적인 요소로 최종 선택되지 못했다. 인터뷰에서도 “김기용의 집필 능력을 신뢰하지 않았다”라고 표현했더라. 그렇게 못 썼다는 시나리오에 윤색을 가해 각종 지원과 투자를 어떻게 받았는지 의문이다.

- 더 램프와 일했던 법무법인 H의 도움을 받고 있으니 김기용 작가가 더 램프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김기용 법조계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던 터라 내가 먼저 더 램프에 법무법인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럴해저드> 관련해서 법률 자문을 한 법무법인 H를 소개해줬다. H의 변호사는 젊은 작가의 피해가 안타깝다며 이제까지 거의 무료로 자문을 도와줬다. 그런데 영화사 꽃측에서 법무법인 H가 내 사건을 다루는 게 이상하다며 공격했고, 변호사는 괜한 오해를 받게 해서 미안하다며 그만두었다. 지금은 다른 법무법인과 함께 이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성심껏 도와준 법무법인 H에 고맙고 죄송하다.

- 대응 과정에서 <심해> 건에 대한 영화사 꽃의 영화인신문고 접수를 유보한 이유는.

김기용 분쟁을 숨기거나 피할 생각은 당연히 없다. 나도 영화인신문고에 접수할 생각이 있었고 실제로 지금 접수를 준비 중이다. 최윤진 대표가 접수한 사안도 유보를 해제하려고 한다. 예술인신문고에도 이미 조사를 요청했다. 다만 당시에 유보를 신청한 것은 첫째, 최윤진 대표가 시나리오 저작자 분쟁이 아닌 다른 사안들을 언급하고 있던 터라 사건의 본질이 호도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마치 본인이 피해자인 것처럼 여기는 태도에 응하고 싶지 않았다. 둘째, 솔직히 최윤진 대표를 직접 대면하고 싶지 않았다. 2018년 작가 계약 해지 당시 최윤진 대표의 태도와 법적 대응 중에 받은 답변을 보니 더더욱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안 좋은 기억과 상처들이 다시 솟구쳤다. 변호사와 상의한 결과 민형사소송이 진행 중이라 신문고를 유보할 수 있다고 해 유보한 것뿐이다. 이것을 내쪽에 문제가 있어 유보한 것처럼 말하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 <심해> <모럴해저드>의 개발, 제작 과정이 영화계 관행에 어긋나지 않는단 영화사 꽃의 주장에 대해선.

김기용 시나리오 크레딧에 작가 이름을 빼고 제작사 대표인 본인의 이름을 올리는 건 어떤 관행으로 설명할 문제가 아니지 않나. 더 램프에 전달한 <심해> 시나리오 표지에 단독각본으로 표기하여 공동제작 계약을 했다고 알고 있다. 만약 최윤진 대표의 뜻대로 크레딧이 정리된다면 <심해>는 누가 봐도 최윤진 대표의 존재만 부각 될 뿐이다. 일반적인 영화계 관행과는 아예 행위의 목적과 의도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관행이라고 한다면 영화 일에 종사하는 모두를 모욕하는 행위다.

박현우 <모럴해저드> 논란이 불거진 후에 지인들에게 연락이 와서 “그러니까 영화 안 하는 게 맞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영화계의 일반적인 상황이라곤 느끼지 않는다. 좋은 제작자, 감독, 작가들을 더 많이 만나고 있다. 이 분쟁은 공모전과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신인 작가를 만난 제작자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비상식적 사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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