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도 박사장처럼 완전 재벌도, 완전 서민도 아닌 중견 사업가? 정도 되는 수준이고
지금은 아파트살지만 예전에 살았던 주택이랑 박사장네 집 느낌도 비슷해서 엄청 몰입했음
심지어 그때 있었던 가사도우미 중 한분이 문광이랑 비슷해서 더 소름ㅋㅋㅋ;;;; 우리집엔 지하실은 없었지만..
여튼 내 개인적인 감상평은
1. 기생충의 의미
난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다 기생충이라고 생각해
박사장네 가족은 기택이네, 문광네 가족에게 기생해서 살아가지
그들이 있기에 밥이 차려지고 개산책도 되고 뒷좌석에서 앉아갈 수 있는거고
심지어 문광 남편조차도 이마로 불을 켜고 끄면서 박사장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지(실제로 도움이 된 건 아니지만)
기택이네는 당연히 박사장 가족에게 기생해서 살아가는거고,
문광 부부마저도 박사장과 서로에게 기생해서 살아감
그리고 기택 가족과 문광 부부가 음식 포함 약간의 도움을 주고받는것도 서로에게 기생하는거고...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우리 회사에서 받아가는 월급으로 산다~ 라고 생각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이 우리의 몫을 빼앗아서 산다고 생각하잖아?
그런 관계를 따질 필요 없이, 일방적으로 누가 누구의 기생충인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존재가 서로의 기생충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음
2. 부자와 빈자를 그리는 묘사
가난한 사람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편견이 '노력을 안해서' 잖아
하지만 기택네 가족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어
충숙은 은메달까지 딴 운동선수였고, 기택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사업도 해보고,
기정이 기우도 나름대로 공부했고...
미술 공부시키고 스마트폰 사줄정도면 분명 열심히 살았고 잘 살았는데
대만카스테라 <- 에서 나타나듯이 기택네가 몰락한건 오직 개인의 문제때문은 아니지
기정이가 "민혁오빠한테는 이런 일이 안생기지!" 라고 말한것도
기택네는 부자들은 겪지 않는, 부자는 생각조차도 해보지 않은 수많은 허들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고,
'왜 가난한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을까' 에 대한 반박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4수에 미대 준비까지 시켜줄 수 있었던 기택네가 반지하로 떨어진 것 또한
'가난한 사람들이 태어날때부터 가난한 건 아니었다'라는 의미겠지
그리고 부자인 박사장네 가족도 '부자는 교양있고 우아하고 고상하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게 평범하고,
평범보다도 더 멍청하고 수준낮은 장면들 또한 나와
약간 돌아버린 막내아들, 부모에게 불만 많은 딸,
속이는대로 다 속아주며 뒷좌석에서 발 올리는 사모님, 고용인을 부품으로 여기는 사장
소파씬...은 보통 사람들이 영화에서 기대하는 로맨틱하고 열정적인 관계가 아니라
너무나도 노골적이고 싸구려냄새까지 나는 대사와 장면이지
그걸 기택네가 보는 것 또한 '부자에 대한 환상은 허상이다' 를 보여주는거고
실제로 봉준호도 "위대하신 박사장님께 기도드린다고 말했던 기택이,
박사장네 가족들에게서 심정적으로 분리되는 순간"이라고 했지
기생충이 부자를 미화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난 오히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부자에게 품는 환상,
가난한 사람에게 품는 편견을 부숴주는 묘사라고 생각했음
실제로 주변 사람들이 나한테 너희 가족들은 ~~~하지? 라고 물어보는데
들어보면 무슨 말도안되는 환상이고ㅋㅋㅋ
가난한 사람들은 못배웠다, 교양없다는 편견을 쉽게 말하지만
정작 만나서 알고 지내다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거든
3. 결말 + 이 영화의 메시지는 뭔가
-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다
박사장네는 결말까지 문광 부부와 기택 가족의 비밀을 몰랐고,
기택 가족 또한 상상도 못했던 문광 부부의 삶을 보고 경악했지
박사장 가족 -> 기택 가족 -> 문광 부부 순서대로 형편이 낫다는 걸 생각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보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는거야
영화에 나오지 않은 세상에는 문광 부부보다 더 비참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을테니까
그리고 폭우...박사장네에게는 잠깐 지나가는, 미세먼지를 쓸어주는 비지만
기택네에게는 거의 모든것을 잃어버리는 재앙이야
현실에서도 태풍 피해, 지진 피해라는 속보가 떴을때
그 지역 사람들은 삶이 뒤집어지지만, 영향이 적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잖아
포항에 지진났을때 서울사람들이 무서워하고 신경쓴 적 있나? 그 지역에 가족이나 친구가 있지 않다면...
- 언제든 입장은 바뀔 수 있다
행복할 것 같던 박사장네는 파멸
그럭저럭 벌며 살아가던 문광 부부도 파멸
기택네는 중산층 -> 반지하 -> 박사장네에 취직해 약간의 희망 -> 파멸
이런 의미에서 기우가 그 집을 못산다고 못박은건 아니라고 생각해
100% 못산다고 정해진건 아니지...기우가 박사장처럼 사업가로 성공할지 누가 알아?
이제 20대 초반인데, 언제든 상황은 뒤집어질 수 있는거지
비트코인으로 대박친 사람들은 자기가 그렇게 될 줄 알았을까?
기택의 말 그대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인거지
그러니까 자만하지도 말고 좌절하지도 말라는...
그런 의미에서 기생충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현실
(부자는 영원히 부자, 가난한 사람은 영원히 가난)을 보여주는것도 충실했지만
정작 사람들이 보지 않는 현실(위아래 따질것없이 모든 존재는 서로의 기생충이다)을 말하면서
계층 간의 격차를 섞으려는 노력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것처럼 굴고,
자기는 단 한번도 그런 사람들처럼 산 적이 없고 평생 그렇게 되지 않을거라고 자신만만하게 생각하지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에게 비현실적인 환상을 품으면서도
자기는 절대 부자가 되지 못할것이고, 부자들은 태어나서부터 부자였다고 생각하고...
가끔 '부내나는 법 알려줘' 라는 글을 보게되는데 뭐 머릿결, 손톱, 자세...등등 다양하더라고
진짜 부내는 통장 잔고에서 나오는거고ㅋㅋㅋ 겉모습, 말투, 지식의 깊이같은걸로는 알 수 없어
강남에서 외제차 끌고다니는 애들 부자같아보여도 리스차에 반지하 살수도 있는거고
어쨌든 난 정말 재밌게 봤고,
단순한 염세주의 + 대책 없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
본지가 좀 오래되었고 감독 인터뷰도 많이 찾아본 건 아니라서 해석이 틀릴수도 있겠지만
간만에 본 의미있는 영화였어~ 상 받을만 하다고 느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