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윙키즈 (2018)

2018.12.21 22:59

DJUNA 조회 수:84


강형철의 신작 [스윙키즈]의 원작은 [로기수]라는 뮤지컬입니다. 이 뮤지컬은 베르너 비쇼프가 한국전 때 찍은 사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해요. 거제도의 전쟁포로들이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가면을 쓰고 스퀘어댄스를 추고 있는. 이 사진을 바탕으로 탭댄스를 갈망하는 북한 포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직접 본 작품이 아니라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https://pro.magnumphotos.com/image/PAR8533.html

영화의 배경은 1952년 거제도 포로수용소입니다. 공산포로와 반공포로가 한참 대립 중이라 상황이 살벌하기 짝이 없는데, 새로 들어온 소장은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포로들이 출연하는 쇼를 기획합니다. 이를 위해 잭슨이라는 브로드웨이 댄서 출신의 하사관이 불려옵니다. 잭슨은 4개 국어를 하는 양공주 양판례의 도움을 받아 오디션을 시작하는데, 강성 공산포로인 로기수가 아무래도 춤실력이 가장 좋은 거 같습니다. 기수는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점점 탭댄스의 유혹에 빠집니다.

설정만 보면 분단상황을 다룬 전형적인 한국 멜로드라마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 상당수는 여기저기 선전물에서 가져온 거 같아서 친숙합니다. 당연히 당시 역사와 수용소 내의 상황은 단순화되었고요. 이 익숙한 재료 위에 뜬금없이 뮤지컬이 들어온 거죠. 그것도 1950년대나 60년대에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을 거 같은 와이드스크린 뮤지컬요. 이것만으로도 [스윙키즈]는 상당히 낯선 괴물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물은 좀 재미있어요. 일단 이 영화에는 근대사를 다룬 다른 한국 영화들과는 달리 남자들의 자기 연민이 적습니다. 이 영화 속 사람들 대부분은 비참하거나 한심한 상황에 빠져 있지만 일단 춤과 노래라는 목표가 주어지고 코미디가 추가되자 에너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릅니다. 당연히 잔인한 현실이 그 뒤를 따라오지만 이 판타지에 가까운 목표가 존재하는 한, 영화는 익숙한 구질구질함에서 벗어납니다. 역사를 다룰 때에도 영화는 의외로 쿨한 태도를 취합니다. 잭슨과 양판례가 미국의 흑인남자와 한국 여자 중 어느 쪽으로 사는 게 더 끔찍한지를 두고 대결하는 부분 같은 장면들이 그래요. 가볍고 경쾌하기 그려졌기 때문에 오히려 그 의미가 더 뚜렷하게 전달되지요.

의외로 정통적인 뮤지컬 영화입니다. 강형철의 특기인 독특한 코미디의 리듬감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서도 빛을 발하는 거죠. [스윙키즈]는 내내 박자를 두드리게 되는 종류의 영화입니다. 실제 역사의 비극과 허구의 코미디가 정신없이 뒤집히는 잡다한 스토리 안에서도 이 리듬감은 영화에 통일감을 부여합니다.

단지 한계가 있습니다. 아주 음악적인 영화이고 리듬감도 뛰어난데, 정작 이런 장르에서 당연시되는 춤과 음악에 대한 관심이 적어요. 영화는 두 세계의 충돌을 다루고 있지 않습니까? 50년대 초반 미국 대중문화와 한국대중문화가 충돌하고 대화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멋진 기회인 겁니다. 찾아본다면 소스도 무궁무진할 거고요. 하지만 영화는 여기에 관심이 없는지, 아니면 관객들이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 건지, 별다른 음악적 탐구를 하지 않습니다. 삽입곡들은 종종 무성의하다고 느껴질 정도예요. 예를 들어 클라이맥스 공연에 루이스 프리마의 [Sing, Sing, Sing]을 쓴다면 그건 그냥 음악을 쓰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장면에 나오는 데이빗 보위의 [모던 러브] 선곡 같은 거야 한 번만 나오면 이해가 가죠. 충무로 영화는 원래 한국전쟁 군인이 트위스트를 추는 정도의 시대착오는 용납하는 전통이 있고, 뮤지컬도 그 정도 융통성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시대착오적 선곡이 이것 하나로만 끝나는 게 아니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영화에 쓰여서 50년대 포로수용소 배경의 뮤지컬이라는 설정에 도움이 되는 곡은 거의 없습니다. 곡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요. 딱 자기가 알고 친숙한 수준에서 멈추어 선 것입니다.

춤을 담아내는 방식도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잭슨 역의 제러드 그라임스와 기수 역의 도경수는 모두 좋은 춤꾼인데, 영화는 이들의 춤을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담아내지는 않습니다. 클라이맥스여야 할 스윙키즈의 마지막 공연도 좀 갑갑하고요. 우린 끝까지 이들의 온전한 춤실력을 볼 수 없습니다. 배우들이 모두 그라임스나 도경수 같은 댄서는 아니니 한계는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영화는 일단 댄서들의 존중하고 그 뒤를 따라야 하는데 말이죠.

의외로 뮤지컬보다 성취도가 높은 건 언어를 쓰는 방식입니다. [스윙키즈]는 다언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드문 한국 영화입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썩 잘 쓰고 있어요. 영화는 배우들에게 억지로 유창한 영어를 강요하지 않고, 서툰 영어, 능숙한 생활 영어, (어떤 때는 의도적인) 오역, 언어 장벽, 자막등을 적절하게 써가면서 상당히 재미있고 종종 감동적인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양판례 역의 박혜수는 굉장히 훌륭한 영어 연기를 하고 있어요. 언어를 빨리 배우고 빨리 써먹는 사람 특유의 특징이 대사에 반영되어 있죠. 결국 허세와 장식에 불과한 발음의 완벽성 따위는 적당히 무시하고 의사 소통이라는 최대 목표에 집중하는 사람의 적당히 얼굴에 철판 깐 태도 같은 거 말입니다.

[스윙키즈]는 흔한 것 같으면서도 드문 영화입니다. 한국영화 특유의 소재를 담고 있지만 이를 아주 고전적인 뮤지컬의 틀에 넣어 진부함을 극복하려 한 작품이며 그 결과물은 어느 기준으로 보아도 신선합니다. 그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가진 뮤지컬에 대한 욕심이 아쉽습니다. 꼭 지금의 충무로 뮤지컬을 [스윙타임]이나 [싱잉 인 더 레인]과 같은 과거 할리우드 고전의 기준에 맞추어 볼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다고 조금 더 장르에 도전적이 될 수는 없었던 걸까요? (18/12/21)

★★★

기타등등
잭슨의 퍼스트 네임은 M으로 시작됩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감독: 강형철, 배우: 도경수, Jared Grimes, 박혜수, 오정세, 김민호, Ross Kettle, A.J. Simmons, 송재룡, 이다윗, 박진주, 주해은, 박형수 다른 제목: Swing Kids









알다시피 듀나는 별 4개 만점



  • tory_1 2018.12.22 00:09

    오늘 보고 왔는데 나도 비슷한 생각이었어. 영화 정말 좀 내가 봐온 영화들 중 색다른 느낌이었고.. 잔혹함과 음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라 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봤고, 더 비극적이었고... 더 큰 희망을 볼 수 있었고. 잭슨이랑 로기수 춤을 더 극적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클라이맥스인 크리스마스 탭댄스 무대도 좀 더 극적이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 그럼에도 로기수 혼자 춤추는 그 장면, 포로수용소가 카네기홀로 변하는 그 장면은 눈물나더라... 그래서 더 슬펐고, 잊히질 않는다 ㅠㅠ 흔하지만 드문 영화라는 말에 동감해. 한 번 조용히 혼자 가서 보고 싶네. 웃으며 춤추던 그 얼굴들.

  • tory_2 2018.12.22 00:09

    여캐 잘썼나보네

  • tory_3 2018.12.22 00:11
    단점이 다들 똑같네 난 음악과 춤이 보고싶은건데 ㅜㅜㅜㅜ
  • tory_4 2018.12.22 00:12
    듀나의 기대치는 상당한 수작이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원래 음악 영화 춤 영화 즐겨보지 않는 내 입장에서는 그 쪽도 만족했음 나도 4개 만점에 3개 정도는 주고싶은 영화
  • tory_4 2018.12.22 00:14
    근데 나는 영화 시나리오로 먼저 만들어지고 제작은 뮤지컬이 먼저 된 걸로 아는데 그 반대였나..?
  • tory_7 2018.12.22 00:1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01/09 15:33:54)
  • tory_4 2018.12.22 00:20
    @7 아하.. 아 뮤지컬도 기회 되면 봐야겠다ㅠㅜ
  • tory_5 2018.12.22 00:18

    스윙키즈 재밌게 봤고 대체로 공감간다. 음악에 관한 지식이 없어서 삽입곡에 대한 평가는 또 새롭게 흥미롭네. 뮤지컬 로기수도 좋아했는데 영화는 편집을 할 수 있어서 그런지 리듬이 더 살아서 탭이라는 소재와도 어울렸어. 뮤지컬 보면서 이건 영화로 연출하면 더 좋았겠다 싶은 장면들도 기대 이상이었고~

  • tory_6 2018.12.22 00:18
    한번은 일반관 한번은 mx관 총 두번을 봤는데 mx관리 음향이 좋아서 그런지 보면서 훨씬 더 두근거렸어... 탭댄스 장면을 조금 더 잘 잡을 수 있었을거 같아서 아쉽지만 두번째보니까 감독님이 좋아하는 촬영기법이 보이더랔ㅋㅋㅋ
  • tory_8 2018.12.22 00:20
    맞아 오늘 보고 왔는데 음악 영화라고 생각하고 가면 안돼
    근데 그런 부분이 와닿았음 이렇게 한국 전쟁에 대해 보여준 영화가 나한테는 처음이었고 특히 오정세 부부 이야기가 참 .. 너무 가슴 아팠달까 ㅜ
    배우들 연기랑 역할은 다 너무 좋았고 한번 더 보러 갈 생각이야
  • tory_9 2018.12.22 00:24

    언어를 잘 썼다는 거 공감 자막도 굉장히 센스 있더라 음알못이라 아는 노래들이 별로 없어서 sing sing sing은 오히려 반갑고 좋았음

  • tory_10 2018.12.22 00:53
    흔한것 같으면서도 드문 한국영화222
  • tory_11 2018.12.22 00:54

    일요일날 보러가는데 기대됨!

  • tory_12 2018.12.22 01:15
    오..... 요즘들어서 듀나평이 점점 나랑 잘맞는데 이거 한 번 보고싶다
  • tory_13 2018.12.22 02:16
    나는 기대 안하고 갔는데 꽤 괜찮더라. 사실 오늘 음악이 잘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 캐릭터들이 탭댄스에 빠지게 되는 그 이야기가 좋아서. 다시 또 봐야지.
  • tory_14 2018.12.22 02:17
    너무 좋아ㅜㅜ 스윙키즈 정보 찾아다니느라 요즘 행복ㅠㅠ
  • tory_15 2018.12.22 02:29

    난 넘 좋았어. 두 번 볼 마음은 안 들지만. 보는 내내 기분 좋던데.

  • tory_16 2018.12.22 02:41
    좋더라.. 오히려 나도 sing sing sing이 반가워서 좋았어ㅋㅋㅋ 볼 때 보다는 집 가면서 데이빗 보위랑 비틀즈 노래 들으니까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 들어서 또 보려고ㅠㅠ
  • tory_17 2018.12.22 03:19
    듀나 평에 비해 나름 점수 후하게 줬네ㅎ 그나저나 왠일로 듀나평이 나랑 공감대를 ㅋㅋㅋ 진짜 음악적인 부분 너무 아쉬워 예고를 그쪽으로만 부각시키며 때리지만 않았어도 덜 기대하고 갔을테고 그럼 또 그만큼 덜 아쉬웠을텐데 ... 새로운 시도는 반가우나 정말 아쉬운 부분이야 거기다 변칙개봉도 한몫했지 .. 왜그랬나몰라...진심ㅠ배우들 연기 다 좋던데 안타깝다 그냥..
  • tory_18 2018.12.22 10:1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3/20 01:48:35)
  • tory_19 2018.12.22 12:31
    맞아 이거 댄스 부분 안 신난다고하더라 의외였어 나는 그게 셀링포인트인 줄 알았더니... 괜히 흥행 못하는게 으니다 싶음
  • tory_20 2018.12.22 16:30
    영화의 드라마 자체도 재미없는데 음악이랑 춤마저 지루함
    기획은 신선했지만 결과물이 그걸 못 따라간 영화
  • tory_21 2018.12.22 20:40
    전쟁영화에 이렇게 여캐 잘쓴 영화는 진짜 처음이라 생각해. 전쟁영화아니라도 그렇지만...아래 부분은 정말 너무 공감되고 여기서 이어지는 로기수와 양판례가 교차 되는 장면은 양판례가 이 영화의 또다른 히로인이라는 생각까지 들게했음.. “잭슨과 양판례가 미국의 흑인남자와 한국 여자 중 어느 쪽으로 사는 게 더 끔찍한지를 두고 대결하는 부분 같은 장면들이 그래요. 가볍고 경쾌하기 그려졌기 때문에 오히려 그 의미가 더 뚜렷하게 전달되지요“
  • tory_21 2018.12.22 20:46
    주인공인 로기수의 춤에대한 갈망과 이대올로기 사이에서의 고민도 이 영화 큰 볼거리라 생각해. 자신의 위치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밖으로 뛰쳐나가 발을 구르고싶은 욕구, 자제하려하도 자제가 안되는 어떤 하나에 꽂힌 사람을 보는것 자체가 너무 즐거웠고 그걸 배우가 잘 살렸어. 그에 비하면 엔딩은 거의 몸부림임. 춤이 처절해. 그 차이도 나는 좋았어. 그와는 별개로 음악 영화로서 신명남이 부족했던건 맞아. 보헤미안 같은 느낌을 기대한다면 백프로 실망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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