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 1부 다 읽고 쓰는 글.

영화는 1부 절반만의 전개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스포는 하지 않겠음.

영화에 나오지 않았지만 듄2에 나올만한 핵심적인 설정도 언급하지 않겠음.


1부만 읽었을 뿐 2~6부는 읽지 않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양해바람.


만약 소설을 직접 읽으면서 영화와 다른 점을 알아보고 싶다면 더 이상 읽지 않는 것을 권함.


원작에 나오지만 영화에 안나오는 리에트 카인즈의 죽음 장면 언급함




영화는 각색 과정에서 많은 게 바뀌고 떨어져 나갔는데,

폴의 각성과 폴이 리산 알 가입이 되는 환경이 많이 다름. (일단 1부에선)


먼저, 폴의 각성.


폴은 일단 어머니로부터 베네 제세리트의 훈련을 받음. 이 훈련을 받았다는 것은 곰 자바 씬에서 확연히 드러나게 됨. 

아트레이드의 후계자로 길러지면서 거니, 덩컨으로부터 무술 훈련을 받고


하와트라는 멘타트로부터 멘타트적인 접근법에 대해서도 배우게 됨


아트레이드의 멘타트는 이 분 : 


Thufir Hawat, Dune lip tattoos, and Mentat secrets, explained - Polygon


*참고로, 듄은 인공지능이 철저하게 금지된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

그렇기 때문에 멘다트라고 하는 일종의 인간 컴퓨터를 고용하고, 항해자들이 스파이스라는 정신 고양 물질 없이는 항해가 불가능한 것


이 설정은 또 논리와 합리보다는 직관과 예지 강조되는 세계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함.




아트레이드가 함락되기 전에 폴은 멘타트로써 각성했다는 평을 듣게 됨. 정보를 처리하고 의심하고 계산하는 힘이 완성되었다는 뜻.



원작에선 아버지가 죽고 둘이 도망칠 때, 텐트에서 폴이 왜 자신이 슬프지 않은지 당황스러워하는 장면이 나옴.


폴은 거대한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지금 상황에 대한 정보가 물밀듯이 쏟아졌고 그 상황 판단을 처리하느라 바빴다고. 



멘타트의 컴퓨터와 다름없는 정보 처리 능력 + 베네 레제이트 훈련으로 고양된 의식 상태

에서 농도 높은 스파이스를 섭취하니 이른바 "리산 알 가입" 같은 예지 능력이 나타난 것.


영화에서 나왔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원작에서 폴은 이렇게 자기를 어렸을 때 부터 훈련시켜 결국 쉽게 각성되도록 한 어머니를 매우 원망하기도 함.




예지 능력은 스파이스 농도에 따라 조금씩 떨어지거나 확 높아지기도 하는 것으로 묘사됨. 

그리고 영화에서 명확히 표현되지 않았는데, 폴은 여러 개의 미래를 보며, 실제로 일어나는 일 중에 폴이 보지 못한 것이 현실이 되기도 함.


폴은 지하드라고 하는 광신도라는 미래를 봤고, 그후부터 그의 목적은 지하드를 막는 것.

이를 보고 슬퍼하는 장면은 영화에서도 본 것 같아. 





두번째, 리산 알 가입의 탄생 배경


폴이 애초에 리산 알 가입이라기 보다는, 

모든 환경이 그로 하여금 리산 알 가입이 되도록 맞아 떨어진 게 큼. 


영화에서 묘사되지 않지만, 원작에선 스파이스 원료가 모래밑에 있다가 어느 임계점이 지나면 터지는데, 그게 마치 폴의 운명을 은유한다고 느꼈을 정도.




일단, 폴이 오기 전에 프레멘을 지도하던 리에트 카인즈에 주목해야함.


영화에서 리에트 카인즈는 이 사람 : 


Dune Universe on Twitter: "Imperial Planetologist of the planet Arrakis Liet  Kynes / played by @MissEssDeeBee Sharon Duncan-Brewster #DuneMovie…  https://t.co/22CGUj1WbT"






원작에서는 리에트 카인즈가 혼자 사막에서 죽는데, 죽어가면서 아버지의 환영을 봄.


리에트의 아버지도 생태학자로, 둘은 모두 아카리스를 풍족하고 살만한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한 사람들.


그런데, 이들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접근했다고 해도, 


아카리스의 혹독한 환경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 점을 설득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과학자들이 그들의 지식과 논리를 사막의 원주민들에게 어떻게 납득가도록 설명한단 말이야?


그런 생태학자들이 일을 계속 하기 위해 그들 사이에 심어둔 것은 믿음이었어. 


<우리 대중들 사이에 종교와 법은 반드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생략) 그러면 사람들은 더욱 순종적이면서 동시에 더욱 용감하게 만드는 두 가지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개개인보다는 사람들 전체의 용맹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공익적인 차원에서, 먼 미래를 봤기 때문에 한 선택이지. 이게 최초의 불씨.


카인즈는 죽어가면서 아버지가 <너의 동족들이 영웅의 손에 떨어지는 것보다 더 끔찍한 재앙은 없다>라고 한 것의 의미를 깨닫게 돼.




그 다음 그 불씨에 땔감을 댄 베네 제세리트.


나중에 베네 제세리트가 이 곳에 오게 될 경우를 감안해 그들을 보호해줄 신화와 믿음을 심어놓은 이전의 베네 제세리트들이 있었어.


영화에서도, 프레멘들이 폴과 제시카를 죽이지 않은 이유가 그 신화의 힘 덕분이지.


원래 사막에서 마주한 이주민은 목숨을 끊고 그들 몸의 물을 취하는 것이 프레멘의 관례라고 해. 


그들은 폴이 리산 알 가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혹은 적어도 의심했기 때문에 그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 그리고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폴과 제시카는 그들과는 다른 특수한 환경에서 귀족으로, 지도자로 살았기 때문에 다른 특징들이 마치 신비스러운 것처럼 받아들여지게 되는 거야. 




그리고 프레멘 자체도 리산 알 가입을 주조해내.


그들이 구원자를 원하는 마음도 마음이지만,


오래 거친 환경에서 살면서 굳어진 전통과 규율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폴과 제시카는 종교의 힘에 계속해서 기댈 수 밖에 없어.


둘은 프레멘의 오해를 부인하지 않고, 모른 척 하지.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그들을 그들로부터 구하기 위해.





폴의 성정과 목적이 더해지면서 마침내 리산 알 가입이 만들어지는 거야.


아버지의 성정을 닮은 폴은 프레멘이 지하드가 되는 미래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해. 

아마 후속편에 나오는 모든 폴의 선택은 지하드를 막기 위해서 하는 것일거야.


하코넨을 증오하고 명예를 중시하는 만큼, 프레멘을 향한 횡포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외부인이고 귀족인 만큼


프레멘에 가해지는 횡포가 얼마나 조직적이고 오래된 것인지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지.






결론적으로 폴은 구원자이지만 구원자가 아니야.

폴은 자기 몸을 투신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은 슬픈 운명의 당사자일뿐.

선의가 뒤틀리고, 종교가 본의를 잃는 비극을 잘 묘사한 작품같아. 

  • tory_1 2021.10.28 19:54

    넘 재밌게 읽었어 이거보니까 원작도 읽고 싶어진다ㅋㅋㅋ

  • tory_2 2021.10.29 10:42
    영화 너무 재밌게 봤는데 글 진짜 흥미롭다 ㅋㅋ 소설 읽어봐야지!
  • tory_3 2021.10.31 09:49
    오 ㅋㅋㅋㅋ 이제이해가간다
  • tory_4 2021.11.04 11:1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1 00:37:55)
  • tory_5 2021.11.08 07:25
    원작을 읽어보고싶다
  • tory_6 2021.12.04 03:27
    와 톨 ㅠㅠ 글 너무 정성이다 흥미롭게 읽었어..!! 글 써줘서 고마워
  • tory_7 2021.12.16 11:40
    정성글은 따봉이야
  • tory_8 2024.03.02 17:41
    너무 좋다 고마워 잘 읽었어
  • tory_9 2024.03.13 15:46
    공감하며 잘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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