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해 열리는 영화 시상식의 후보작 리스트는 그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영화들의 집합이다. 한 해 개봉한 영화들 중 각 부문에서 빼어난 성과를 이룬 작품들을 선별하는 과정이 곧 수상 후보작들을 추리는 일이기도 하다. 해당 부문 후보작들의 면면은 그 해 한국영화가 각 부문에서 얼만큼의 성장과 성취를 이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때로는 하나의 지점으로 귀결되는 후보작들의 특징이 영화계 각 부문의 고질적 문제들을 의도치 않게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 23일 열린 제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한국영화계 여성 주연 영화의 부재가 사후적으로 드러난 예였다. 


1542985705122_1_001645.jpg


이날 시상식에서 주연상 트로피를 두고 경합한 배우들은 남녀 부문 각 5명이었다. 중복된 작품으로 후보에 오른 배우가 없었으니 총 10명의 배우들이 주연상 부문에서 경쟁했다. 남우주연상 부문에서는 수상자 김윤석('1987')을 비롯해 하정우('신과함께-죄와 벌'), 이성민('공작'), 주지훈('암수살인'), 유아인('버닝')이 후보에 올랐다. 여우주연상 부문에서는 김태리('리틀 포레스트'), 김희애('허스토리'), 이솜('소공녀'), 박보영('너의 결혼식'), 한지민('미쓰백')이 트로피를 노렸다. 여우주연상은 '미쓰백'을 통해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 한지민에게 돌아갔다.


흥미로운 것은 주연상 남녀 각 부문의 후보작들이 보이는 체급 차이다. 영화계에 관심이 큰 관객들이라면 단번에 알아차렸을 법하다. 물론 '1987'에는 김윤석 외에도 김태리가, '버닝'에는 유아인 외에도 전종서가 주연으로 출연했으니 이들 영화를 각각 '남성 주연 영화' '여성 주연 영화'라고 기계적으로 분류하긴 어렵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주조연 인물 중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적은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여우주연상 후보작 중 가장 큰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은 박보영의 '너의 결혼식'(이하 총제작비, 약 50억 원)이었다. 김태리의 '리틀 포레스트'가 약 35억 원, 김희애의 '허스토리'가 약 25억 원으로 제작됐다. 이솜을 후보에 올린 독립영화 '소공녀'에는 3억5천만 원 가량, 수상자 한지민의 영화 '미쓰백'은 16억 원 가량이 투입됐다.


이들 영화의 제작비를 합산하면 채 150억 원이 되지 않는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의 출연작 중 가장 큰 제작비가 투입된 '공작'(제작비 약 190억 원)이나 '신과 함께-죄와 벌'(제작비 약 180억 원) 중 한 편도 완성할 수 없는 수준이다. '버닝'과 '암수살인'은 각 80억 원 가량의 제작비로 완성됐다. 올해 청룡 남우주연상 후보작 중 가장 적은 수준의 제작비가 투입된 셈이다. 하지만 올해 여우주연상 후보작 중 어느 영화도 80억원 수준의 높은 제작비를 유치하진 못했다. 


제작 규모가 영화의 완성도, 혹은 주연 배우의 연기력을 보장하는 자원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자본은 산업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지난 한 해 한국영화계에서 만들어진 여성 주연 영화들의 산업적 입지가 남성 주연 영화들 대비 얼마나 열악한지는 간단히 알 수 있는 셈이다. 


한국영화계 여성 주연 영화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지적돼 온 고질적 문제였다. 상업영화계에서 여성 주연 영화의 수가 적은 배경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데이터는 흥행 성과다. 흥행작들의 대부분이 남성 주연 영화들이라는 이야기다. 파고들수록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도돌이표 싸움 같지만, 여성 주연작들의 표본과 자본이 애초에 턱없이 적다는 사실에 반기를 들긴 어렵다. 남성 주연 영화들과 흥행 퍼센테이지를 비교하는 것은 시작부터 그 결론이 정해진 무의미한 논쟁이다.


한지민은 올해 '미쓰백'으로 제3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제3회 런던동아시아영화제 여우주연상, 제39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까지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수상자로 호명되자마자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울기 시작한 한지민의 소감에서는 저예산 안에서 여성 감독과 여성 주연에 의해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겪은 녹록치 않은 시간들이 녹아있었다. 


한지민은 "배우에겐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겪는 어려움과 고충이 감사하게 다가오지만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있었던 어려움이 제게 큰 무게감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 무겁고 힘들었던 시간 끝에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은 '미쓰백'이 가진 영화의 진심 덕 같다. '미쓰백'으로 배우로서 어떤 욕심보다는 우리 사회 어둡고 아픈 면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는 마음이 컸다"며 "같은 마음으로 영화를 함께 응원해주고 힘 실어 준 모든 분들께 이 상이 보답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상식을 진행한 김혜수, 함께 후보에 오른 김희애 등 여성 선배 배우들을 향해 특별한 감사의 말을 덧붙인 것 역시 눈길을 끌었다. 한지민은 "늘 본보기가 되어주는 김혜수 선배가 늘 응원의 말을 해주신다. 감사하다. 함께 후보에 오른 김희애 선배께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전도연)과 베니스(강수연, 문소리), 베를린(김민희)에서 연기상의 영예를 안았던 한국 배우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었다. 한국영화계의 여성 배우 자원은 꽤 훌륭했던 셈이다. 흔한 말이지만 관객은 좋은 영화를, 좋은 연기를 알아본다. 여성 주연 영화의 제작 터전이 넓어지는 일은 관객에게도 즐거움이 될 법하다.


http://www.joynews24.com/view/1141499

  • tory_1 2018.11.24 18:27

    기사가 맞는말 대잔치네 진짜 한국 영화에서의 여성 캐릭터의 역할 너무 제한적임 마녀 찍고 조민수가 자기 총맞는 연기 처음해봤다고 여배우들 대부분 그럴거라고 하는데 넘 슬펐음

  • tory_2 2018.11.24 18:40

    독립영화 빼고 여성주연 영화가 거의 전무한 시점이지

    독립영화 거의 사람들이 어둡다 무겁다 해서 안보잖아 

    그나마 스타성 있는 한지민이 출연해서 미쓰백 같은 독립영화가 빛보는 거고


    남성주연알탕영화들이 수두룩 망해도 계속해서 수없이 만들어지고

    여성주연 상업영화 손꼽게 만들어서 망하면 이래서 여성주연상업영화 안만든다고 하고

    솔직히 이런 이야기 몇년전부터 계속 이어왔는데 변한게 없네?

  • tory_3 2018.11.24 18:50
    너무 슬프다 한국에서 일하는 여자배우들 정말 안타까워ㅜㅜ 연기를 보여줄 기회가 별로 없어
  • tory_4 2018.11.24 18:54

    영화 자체가 취향에 안맞아서 거의 안보는데, 요즘은 일부러라도 관심갖고 지지하려고 노력중이야ㅠㅠㅠ 

  • tory_5 2018.11.24 19:0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2/19 19:16:22)
  • tory_6 2018.11.24 19:14
    ???
  • tory_7 2018.11.24 19:23

    나도 성형티나는 여배우들 얼굴 보기 힘든건 공감하는데

    저기.. 저 영화들의 여배우들 얼굴은 완전 자연스러운데...?

    성형티안나는 여배우들 영화는 보긴 봤어..?

  • tory_9 2018.11.24 19:3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2 05:45:30)
  • tory_10 2018.11.24 19:32
    자기합리화라 하기에도 너무 구리다.
    이런 댓글 달고 싶어?
  • tory_13 2018.11.24 20:0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5/15 15:22:02)
  • tory_14 2018.11.24 20:06
    @13

    2222222 얼탱없네

  • tory_15 2018.11.24 20:13
    돈 주고 시간 아까운 영화가 주연배우 성별로 결정됨..? 성형티 나는 주연배우가 누군데? 김태리 김희애 이솜 박보영 한지민 전종서 김혜수 전도연 강수연 문소리 김민희.. 본문에 11명이 있는데 누굴 말하는 건지 모를..
  • tory_17 2018.11.24 20:42
    나 모바일이라 못하는데 누가 상대해주지말고 그냥 바로 신고 좀 해줘 상대해주니까 더 어그로 끌지 댓글 줄줄이 달리는거 보면서 혼자 좋아하고 있을듯
  • tory_18 2018.11.24 20:55
    이건 뭔........ 요새 왤케 어그로가 많이 보여? 왜 이래?
  • tory_19 2018.11.24 21:2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8/15 19:00:36)
  • tory_21 2018.11.25 00:56
    형냐티나는 댓글이 더 보기싫음 ㅜㅜㅜㅜ
  • tory_22 2018.11.25 02:10
    앜ㅋㅋ존나 웃겨 이딴글 쓰는 너 어떤부류 인간인지 존나 알것같다^^
  • tory_26 2018.11.25 15:36

    요즘 어그로 댓글은 왜 말투가 저렇게 다 똑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꼭 한 머리에서 나온 것 같네....

  • tory_28 2018.11.26 09:07
    @26

    222 텅텅ㅋㅋㅋ

  • tory_29 2018.11.26 22:04

    대박적,,

  • tory_8 2018.11.24 19:30

    ㅂㄴ이 수상후보에 오른 건 다시봐도 에바다..

  • tory_11 2018.11.24 19:35
    ㅎㅎ 제작비 보면 만들기 싫은데, 리스크도 지고 싶지않다는게 너무 티가 남. 겨우제작되면 뭐해 스크린도 없는데. 미쓰백, 리포가 겨우겨우 손익 넘기면 장하다! 넘 좋네 립서비스만하고 결국 빅버짓은 남배우 이름값 믿고 그저그런 암청색 영화한테 투자하겠지. 여배우들한텐 꼭 성형티 운운하면서 깎아 내리려는 애들도 투성이니 아마 더 만들기 싫긴 할거야 제작자들도
  • tory_12 2018.11.24 19:3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07/13 09:15:26)
  • tory_16 2018.11.24 20:34
    영혼이라도 예매하는게 좋다고 봐! 어쨌든 여성 주연영화가 돈이 되어야 계속 나오지.. 매번 힘겹게 나와도 손익도 못넘기니까 여성영화 돈안된다~이렇게 게으르게 생각하고 악순환의 반복같아 ㅠㅠ
  • tory_20 2018.11.25 00:14
    나도 취향 아닌 건 보러가지는 않고 표만 사서 예매율 올려줘. 의식적으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여성 영화 씨가 마르겠다는 위기감이 와서 안 되겠더라고ㅜㅜ
  • tory_23 2018.11.25 06:37
    소공녀 진짜 재밌게 봤는데.
    아침에봐서 위스키는 못 마시고 편의점 KGB 두 병 까 마셨엉
    극장에선 못 본 것 같은데 자주 보면 좋겠다
  • tory_24 2018.11.25 12:58
    진짜 3대영화제 연기상은 여자들이 탔네...
    장르를 좀 다양하게 해야하는데 남자들 특화 장르만 나오니.. 예전에 전도연, 심은하, 고소영 영화 동시 개봉했을때 생각난다. 특히 심은하랑 전도연 여주상 경쟁할땐 다른상 누가 수상하나는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ㅋㅋㅋㅋㅋ
    돈이 많아지면 더 다양하게 시도하고 더 다양하게 기회가 생길줄 알았더니...
  • tory_25 2018.11.25 13:2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3/27 22:10:44)
  • tory_27 2018.11.25 19:25
    팩폭대잔치 기사다.
    3대 영화제 연기상은 다 여자인거 ㅋㅋㅋㅋㅋ
    암녹색 남탕영화 지겨워. 남자 주연급이랑 여자 주연급 비주얼 차이도 너무 크고 맨날 남배우들 똑같은 연기 지겨워.

    여자가 두드러진 대작영화 암살 전지현 아가씨 김민희김태리 정도인데 이게 벌써 몇년전이야ㅠㅠ 더 나와야해.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따사로운 위로, 힐링 무비! 🎬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파워 공감 시사회 3 2024.05.09 189
전체 【영화이벤트】 기막힌 코미디 🎬 <드림 시나리오> ‘폴’과 함께하는 스윗 드림 시사회 22 2024.05.07 1602
전체 【영화이벤트】 우리는 지금도 행복하다 🎬 <찬란한 내일로> 시사회 14 2024.05.03 3723
전체 【영화이벤트】 전 세계 2,5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원작 애니메이션 🎬 <창가의 토토> 시사회 15 2024.05.02 3462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72243
공지 🚨 시사회 관련 동반인 안내사항 2024.02.23 156
모든 공지 확인하기()
147 잡담 아쿠아맨 존잼 (짤추가) 23 2018.12.19 16204
146 잡담 영화 진짜 빨리 내린다... 89 2018.12.18 3941
145 잡담 김혜리 기자의 올해 별 4개이상 작품들 평 모음 35 2018.12.16 4498
144 잡담 돌아다니다 봤는데 그린델왈드의 최후 11 2018.12.14 1457
143 잡담 [이벤트]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웨덴판 vs 미국판 비교 22 2018.12.13 866
142 잡담 평생 아들을 찾으며 살아온 여성.jpg 79 2018.12.09 7776
141 잡담 중국때문에 엎어질뻔한 한국 애니메이션.jpg 40 2018.12.06 3012
140 잡담 보랩보고 프레디랑 메리 관계가 흥미로워서 좀 찾아봤는데 40 2018.12.05 3836
139 잡담 (영미권) 하이틴 영화 추천 부탁해 (내추천 多) 48 2018.12.02 1844
» 잡담 청룡 후보작이 말하는 여성영화의 현실 29 2018.11.24 2442
137 잡담 김혜수 “건물주·유튜버 꿈꾸는 아이들, 그 뿌리는 뭘까” 55 2018.11.22 9622
136 잡담 넷플릭스 다큐 인상깊게 본 것들 있니? (내 추천도 있어!) 32 2018.11.21 2004
135 잡담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와 실제 사실간 차이점 8가지 5 2018.11.16 1767
134 잡담 한국고전영화 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 추천할께! 13 2018.11.13 572
133 잡담 박평식이 한국영화 역대급 엔딩으로 꼽은 장면.avi 15 2018.11.06 2910
132 잡담 신비한동물사전 관계성 취저다 진심... 11 2018.11.04 2470
131 잡담 강동원 영화 3대 착각 188 2018.11.01 13670
130 잡담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신비한 게이사전 (데이터주의) 76 2018.10.31 7989
129 잡담 마블스토리 무협지 버젼.txt 10 2018.10.28 1335
128 잡담 영화가 사랑한 영화들 100 32 2018.10.20 4828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25
/ 25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