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의 기다림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서사인데, 메인 서사는 아니고 액자 속 이야기여서 분량이 적어
스틸컷도 거의 없어서 말로 풀게
오스만 제국 하렘의 어린 궁녀 귈텐은 술탄의 장남 무스타파 왕자를 짝사랑하고 있었음
무스타파 왕자는 문무 겸비하고 덕망 있어서 신하들과 백성들한테도 사랑받는 왕자였음 영화상에선 잘생기기까지 했고
누구나 무스타파 왕자가 다음 술탄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서 황태자나 마찬가지였음
(아래가 무스타파 왕자 촬영 중 사진. 스틸컷도 아니고 촬영 중 사진밖에 없다ㅠㅠ)
귈텐은 무스타파 왕자가 무예 수련하는 모습을 보려고 성벽까지 기어 올라감
그러다가 성벽에서 미끄러졌는데, 떨어진 곳에서 우연히 소원을 들어주는 정령이 든 작은 병을 발견함
호기심 많은 귈텐은 병을 열심히 두드리고 굴려봤고, 결국 굳게 닫힌 뚜껑을 여는 데 성공함
거기에서 정령이 튀어나와서 세 가지 소원을 빌라고 함
귈텐의 첫 번째 소원은 당연히 사랑하는 왕자님이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
정령은 잠든 왕자의 귀에 '귈텐'이라는 이름을 속삭여 왕자의 무의식에 귈텐이 새겨지게 하고,
귈텐에게 자신이 아끼던 마법의 향유를 발라줘서 왕자를 사로잡게 함
그 덕분에 귈텐은 왕자의 처소에 불려 가게 되고, 왕자의 애첩이 됨
그러고 나서 두 번째 소원은 왕자님의 아이를 가지는 것
당시 하렘의 실세는 술탄(술레이만 대제)의 최애 후궁 휘렘이었음(드라마 위대한 세기 여주 맞음)
휘렘은 자기 소생 왕자를 황위에 앉히기 위해 무스타파를 몰아내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음
모습을 감추고 하렘과 궁정 이곳저곳을 돌아보던 정령은 그 사정을 다 알고 있었기에, 귈텐이 무스타파의 아이를 가지면 위험해질 걸 알고 걱정함
그런데도 귈텐이 막무가내여서 어쩔 수 없이 소원을 들어줌
귈텐은 차기 술탄의 아이이자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가졌으니 신이 나서 부른 배를 뽐내고 다님
그런데 휘렘은 무스타파가 군사들을 모아서 역모를 꾸미고 있다고 술탄에게 모함함
술탄은 자신이 여색에 빠져서 시만 쓰고 군사에는 소홀하다고 군사들이 불만을 품은 걸 알고 있어서 그 모함에 넘어감
효심 깊은 무스타파는 자신의 결백을 얘기하려고 부왕을 찾아갔지만 부왕은 거들떠보지도 않음
위의 사진도 무스타파가 부왕을 찾아간 장면
무스타파는 그 자리에서 군사들에게 살해당함. 아버지의 명으로.
사태를 모두 파악한 정령은 재빨리 귈텐에게 찾아가서 빨리 자신을 지켜달라고 소원을 빌라고 함
철없는 귈텐은 왕자님이 자신을 지켜줄 거라고 함
정령은 왕자가 죽었다고 하고, 귈텐은 그 말에 충격을 받아 뛰쳐나가다 오히려 귈텐을 죽이려 온 병사들한테 달려가 버림
병사들은 귈텐을 성 밖 바닷속으로 던져버리고, 귈텐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바닷속으로 던져짐
정령이 바다에 뛰어들어 귈텐을 건져 왔지만 귈텐은 이미 죽어 있었음
왕자한테 승은 입는 게 출세의 지름길인 거 알지만, 귈텐은 진짜 첫사랑에 빠진 소녀 같아서 안타까웠어
왕자님 보겠다고 성벽까지 기어 올라가는 게 귀여웠고, 소원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사랑을 위해 쓰는 게 사랑에 빠진 어린애의 모습이더라
취향에 따라 안 와닿는 사람도 있을 거고 여자는 소원을 다 사랑에만 쓰는 걸로 묘사하냐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짝사랑 서사에 약하고 비극적인 왕자 얘기에도 약하고, 무스타파 왕자 비주얼이 내 취향이라 이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았어
첫사랑에 빠진 소녀인 데다 전근대 시대 왕실이 존재하던 시대, 그것도 궁녀니까 왕자를 향한 마음이 자기한테는 절대적이었을 거고
메인 서사가 아니니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도 없고, 심지어 둘이 같이 있는 장면도 거의 없어서 더 감질나.
p. s. 무스타파 역을 맡은 배우는 마테오 보첼리.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아들이고 이 사람도 성악가야.
자기 인스타에 무스타파로 분장한 사진도 올렸고
영화 OST도 부름. 아래 영상이 그 OST 뮤비. 아버지랑 목소리가 닮았어
중간중간 등장하는 노래 부르는 사람이 무스타파 왕자 본체임
성벽에서 미끄러진 것도 왕자가 순간 자기 쳐다보니까 놀라서 떨어진 거잖아ㅋㅋ 근데 술탄 자기 아들 너무 잔인하게 죽이는 거 보고 씁쓸하더라
권력이 뭔지